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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고(故)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옛)유유 안양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추진하던 안양시가 부지에서 문헌으로만 존재했던 천 년 전 '안양사'(安養寺) 절 터가 발굴되자 고민하다가 일단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사적지 지정은 추후 검토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안양시는 지난 3일 안양사 발굴 현장 브리핑에서 "복합문화공간 건립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 진행 중 매장문화재가 발견됨에 따라 설계 및 사업추진이 1년여 중지된 상태로 사업을 더이상 미루기가 어려워 근대건축물과 문화재를 함께 보존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안양시에 따르면 문화체육부에서 예산교부 후 3년 이상 사업추진 부진을 사유로 들어 2010년 및 2011년 국비신청액을 삭감해 2011년도 사업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안양시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주)유유 안양공장을 2007년 5월에 매입했다. 이어 국·도비 지원사업을 통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사업비 104억2500만 원(국비 31억2700만 원, 도비 31만2700만 원, 시비 41억7100만 원)을 들여 (가칭)'김중업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6월 '안양사' 터가 발견되면서 사업 일정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안양시, 3차 발굴조사 후 사적지 지정 여부 추후 판단

 

이에 안양시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추가 문화재 발굴은 최소 범위에서 마무리한 후 건축물과 장소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려 발굴 문화재 전시 및 보존계획를 반영한 리모델링 설계 재실시로 근대 건축물 보존과 문화재 전시의 공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초 계획했던 김중업 박물관에서 확대하여 안양역사박물관 조성으로 계획이 수정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안양사'(安養寺) 터에 발굴은 회랑지에 대한 추가 3차 발굴(허가 및 현상변경허가 완료)을 내년 4월까지 실시한 뒤 사적지 지정 추진 여부는 추후 판단하기로 했다.

 

김태영 문화예술과장은 "김중업 설계의 근대 건축물 지하로 '안양사' 흔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문화재청과 협의 결과 현재까지의 발굴과 회랑지를 추가 발굴하면 '안양사' 터 대부분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판단해 박물관 건립을 우선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발굴을 통해 드러난 안양사 절 터는 강화유리로 덮어 전시하는 방식을 택하면 근대건축물과 매장문화재가 어우러진 역사와 문화공간으로 조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안양사 절터 위에 세워진 근대 산업건축물 보존 고민 

 

이에 안양시는 오는 12월 박물관 건립을 위한 실시설계에 들어가 내년 5월까지 완료하고 매장문화재의 전시·보존계획 등을 수립하며, 2011년 4월께 회랑지 3차 발굴이 완료되면 6월부터 박물관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 2012년 6월 박물관을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지 내에 존재하는 전체 건물 19개동 가운데 우리나라 초기 산업건축물인 사무동과 공장동, 보일러실, 경비실, 굴뚝 등 5개동은 보존가치가 높아 원형 보존하고, 이후 지어진 8개 동은 리모델링해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철거할 계획이다.

 

이번 시굴 및 발굴조사를 통해 안양사 실체와 7층 전탑 터가 발굴됨에 따라 1950년대 (주)유유 안양공장 건설 당시 출토하여 현재 (주)유유가 소유하고 있는 청동용두와 사자향로발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유물들과의 연관성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양사 터를 발굴청원한 향토사학자 정덕한(70)씨는 "안양사 7층 전탑은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12변형 평면을 갖춘 전탑으로 복원해야 하며, 안양사 절터 전체에 대한 발굴을 통해 안양의 역사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신라 중초사, 고려 안양사, 근대 문화건축물로 이어지는 문화재 보고 

 

한편 (옛)유유 부지는 신라 제42대 흥덕왕(興德王) 2년인 827년 세워진 중초사(中初寺) 절터로 알려져 왔으나 고려 태조 왕건(877~943)이 900년에 지은 안양사 터가 1100년만에 발굴됐다. 이는 경기서남부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사찰로 밝혀지면서 신라시대 중초사 위에 고려시대 안양사, 그리고 1959년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제약공장이 지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굴조사를 통해 안양사명문와편'(安養寺銘文瓦)이 출토돼 문헌으로만 전해온 '안양' 지명의 유래인 '안양사' 존재가 드러나고, 2차 발굴에서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기록 속에 나오는 안양사 7층 전탑(塼塔)이 발굴돼 안양의 뿌리와 정체성을 확인시켰다.

 

절터 위에 세워진 ㈜유유 안양공장 건물은 한국의 손꼽히는 건축가 (故) 김중업(金重業,1922∼1988) 선생이 설계하여 1959년 5월 준공한 산업건축물이다. 어려운 시대에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국전작가 박종배씨의 모자상, 파이오니아상과 1961년 제10회 국전공예에서 문교부장과상을 수상한 김광배의 작품 등 예술작품들이 건물 외벽에 설치돼 높은 안목이 엿보여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 가치를 평가를 받고 있다.

 

사무동 지붕은 역보로 되어 있고 생산동은 캔트리버로 형성하여 삼성천의 시야를 확보하고자 한 디자인 요소가 있다. 또 대문장식, 철창 등이 쌍Y자를 모티브로 일관된 장식으로 가미된 건축학적으로 의미있는 건물이며, 2층 원형의 수위실 역시 톡특한 형태로 건축됐다.

 


태그:#안양, #안양사, #김중업박물관, #중초사지, #유유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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