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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경남지역환경기술센터는 '주물공장 환경시설운영 매뉴얼'을 내놓았다. 이 매뉴얼은 주물업체의 환경 문제를 예방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발간됐다. 하지만 이 매뉴얼은 당시뿐 아니라 현재 주물제조공정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주물이란 용해된 금속 쇳물을 주형 속에 흘러 보내 응고, 냉각시켜서 원하는 모양으로 만든  금속제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어 "주물제조공정은 많은 유해인자로 직업병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주물공장에서 비산되는 각종 분진 및 유해가스는 대기오염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분진발생 주원인 주물사, 대체물질 개발은 언제쯤? 

 

이 보고서는 "흔히들 조선소가 직업병 백화점이라고 하지만 주물공장 역시 많은 종류의 유해물질이 사용, 발생되고 있다"며 "분진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물사(주물에 사용되는 모래)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데 주물사 대체물질이 언제쯤 개발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탄식하고 있다.

 

이어 "우리나라 주물공장은 대부분 중소규모"라며 "작업공간마저 구분조차 되어있지 않아 조형라인에서 조형을 만들어 그 자리에서 쇳물을 주물에 주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때문에 금속성 분진이 작업장 쪽으로 확산돼 공장 전체가 뿌옇게 돼 있는 것이 우리나라 주물공장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환기시설과 관련 "우리나라 주물공장에서 환기시설이 제대로 갖춘 곳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설치 초기에는 쓸 만한 시설이었을 것인데, 설치 후 유지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효율이 없는 시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다산주물공단 등 공장 인근 주민들이 "처음에는 운영을 잘 하더니 시간이 지난 후 엉망진창"이라고 느끼게 된 이유가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주물공장 유해물질, 포르말린과 포름알데히드 등 30여 가지

 

보고서는 거듭 "공장 전체가 분진 발생원이기 때문에 어떻게 환기를 시켜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며 "환기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엄청난데 효과가 없다 보니 회사에서도 투자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각 공정별 취급 유해 물질 목록을 자세히 담았다. 이에 따르면 주물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전 공정에서 포르말린과 포름알데히드 등 모두 30여 가지의 유해물질이 발생한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모형제작: 소음, 나무분진, 포르말린, 알코올 발생. 목공 작업시 소음 및 목분진 다량발생. 접착 작업시 목공용 접착제 중 합성수지 접착계(폐놀계, 요소계)를 사용, 포르말린이 발생하며 도장작업시 알코올이 발생한다.

 

사혼련: 서로 다른 모래를 혼합하는 공정으로 주물사 분진, 점결제 분진 발생. 주물사와 점결제를 배합, 혼합하는 과정에서 주물사 등 분진 발생.

 

조형작업: 주형틀 안에 제품 모형 안에 주물사를 채우는 작업으로 소음, 분진, 고열, 일산화탄소, 페놀류, 포름알데히드, 아민류, 메탄올, 이소프로필알토올, 암모니아 발생) 점결제로 페놀수지, 프랜수지 등이 쓰이고 있어 열분해에 의한 포름알데히드, 페놀류 등의 유해가스가 발생되며 조형작업에서 쓰이는 아민계 촉매는 휘발성을 가지고 있어 아민가스가 발생. 또 도포작업시 메탄올, 이소프로필 알코올 등 유기용제 발생.

 

용융작업: 금속재료를 파쇄, 선별후 용해로에 넣는 작업으로 소음, 분진, 고열,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황화수소, 페놀류, 포름알데히드 발생.  전기적인 방전에 의해 고열로 용해시키고 용선로 가동을 위한 과정에서 각각 연속음 발생. 용해로에서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발생. 황화수소는 황함유 슬래그 물질을 물에 갑자기 담글 때 발생. 동합금 주물의 경우 납, 카드뮴, 아연, 구리 등 중금속 화합물이 발생.

 

용탕주입작업: 용융금속을 주형에 주입하는 작업으로 고열, 분진,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 페놀류, 포름알데히드 발생. 뿐만 아니라 용탕으로부터 주철 및 주강, 비철 주물의 경우 철, 망간, 납, 카드뮴, 아연, 구리 등 중금속 화합물 발생.

 

주형해체작업: 주물을 주형으로부터 꺼내고 형틀과 모래를 나누는 작업. 소음 및 분진 발생.

 

모래처리작업: 형을 해체한 후 주물 모래를 폐기용과 재생용으로 분리하는 작업. 소음 및 분진 발생.

 

후처리작업: 주물의 필요 없는 부분인 탕구, 핀 등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연삭 및 가스절단 작업. 소음 및 분진발생.

 

이 보고서는 이어 각 공정별 환경기술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고서가 작성된 지 5년여가 지난 지금은 어떨까? 기자가 예산·당진 지역 주민들과 둘러본 해당 진해마천주물공장 현장은 당시와 큰 변화가 없어 보였다.

 

이와 관련 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심상환 이사장은 지난 해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에서 발행하는 <주물> 9·10월호(격월간지) 잡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물업계에 이렇게 당부하고 있다.

 

"우리 업계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환경관련 설비와 생산설비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것입니다. 환경설비는 환경규제 정도가 점점 강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환경민원도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생산현장의 작업환경이 열악해 근로자들의 생산직 기피현상은 심각합니다."      

 

한편 충남도와 예산군은 지난해 11월 도청 회의실에서 인천에 있는 경인주물공단조합 등 22개 기업의 예산군 이전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경인주물조합 소속 22개 주물생산업체(인천 서구 경서동 일원)가 2013년까지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원 48만㎡(약 14만 5천 평)에 들어설 예정이다.

 

MB 정부 특례법, 산단 허가절차 줄이고 농민시름은 늘렸다

4년 걸리던 산단 인ㆍ허가 6개월이면 끝 "기업인 위한 불평등 특례법"

 

"주물단지가 들어서는 걸 알자마자 인·허가 절차가 끝나게 생겼으니... 기업만 살면 농민들은 죽어도 좋단 말인가"  

 

충남 예산군이 간소화된  인·허가 절차법을 근거로 대규모 주물산업단지를 유치하려하자 주민들은 분개하고 있다.

 

예산 신소재산업단지 주식회사(이하 예산주물단지)는 지난 7월 27일 충남도에 예산일반산업단지계획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예산군은 경인주물조합 소속 22개 주물공장(인천 서구 경서동 일원)과 함께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원 48만m²(약 14만 5000평) 부지에 오는 2013년 주물산업단지를 완공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예산군 고덕면 주민들은 그 사실을 지난 5월 말경에서야, 그것도 떠도는 소문으로 들었다. 충남도는 신청서가 접수되자마자 군청 및 중앙행정기관과 협의를 끝냈다. 이어 주민설명회 및 공람에 이어 금강유역환경청과 환경교통영향평가 초안 협의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예산군과 사업시행사는 '주물공단은 신소재산업으로 환경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방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했다. 주민들이 주물공단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나설 새도 없이 형식적 주민설명회마저 끝나 버렸다. 특히 60여 명의 주민들은 주민설명회를 거부하고 설명회장소에서 '고향의 봄' 노래를 부르고 퇴장했지만 관련서류에는 퇴장한 주민들까지 주민설명회에 참여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제 환경교통영향평가서 본안 협의에 이어 충남도 산업단지계획심사위원회(위원장 안희정 도지사 등 27명) 심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된다. 충남도 관계자는 "빠르면 올 12월 말, 늦어도 내년 1월경이면 인허가 절차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사업시행사가 제출한 인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해당 주민들은 관련법에 따라 농지를 강제수용 당하게 된다. 예정대로라면 15만 평의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여부가 신청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결정되는 셈이다.

 

이처럼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데는 이명박 정부 들어 만들어진(2008년 9월) '산업단지 인·허가절차 간소화 특례법'의 효력 때문이다. 예전의 경우 산업단지 지정승인과 산업단지 실시계획승인 절차가 따로 진행됐지만 특례법으로 두 절차가 하나로 통합됐다. 산업단지 인·허가를 받으려면 승인 신청 후 최종 인허가를 받는 데 최소 2년에서 길게는 4년이 걸리던 일이 6개월로 크게 줄어든 것. 실제 경북 고령군의 다산주물단지의 경우 환경영향평가가 승인된 1990년 4월로부터 공단기본계획승인(93년 8월)까지 4년 가까이 소요됐다.

 

이처럼 산업단지 규제를 대폭 완화한 부서와 공무원은 매일경제신문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 제정한 '2009 규제개혁 도우미상' 우수상을 받았다. 부서 우수상은 국토해양부 산업입지정책과(부서)에, 개인 우수상은 당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과장에게 각각 돌아갔다.

 

특례법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기업들은 산업단지 내 공장의 신·증설, 단지 간 공장 이전 등이 쉬워져 민간의 산단 개발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개발이익 및 투기목적의 산업단지가 난립하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월 경남발전연구원 손상락 선임연구위원의 '산업단지 특례법에 의한 산업단지 개발 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경남에는 '산업단지 인·허가절차 간소화 특례법'이 시행된 지 1년6개월 만인 올해 4월까지 72개 산업단지가 행정절차를 마쳤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6월 기준으로 경남에 이미 조성돼 있는 산업단지 114개의 절반이 넘는 숫자다.

 

해당 보고서는 "이 중에는 공장입지를 허용하지 않은 농림지역이 30~40%, 보전관리지역이 10~15%를 차지하고 있어 법 규정이나 계획체계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며 "무분별한 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법안손질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예산주물공단반대투쟁위원회 관계자는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며 주물공단 입주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하자 예산군이 주민들에게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해 왔다"며 "수백 년 동안 대를 이어 지켜온 청정지역을 순식간에 대규모 산업단지로 뒤바뀌게 하는 간소화 특례법은 기업인만을 위한 불평등 특혜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주물산단, #주물공단, #예산군, #유해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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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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