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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건설적으로 이용하는

 

.. 변화를 일으킬 운동과 집단들을 만드는 것은 이런 분노를 건설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  <트래피즈 컬렉티브/황성원 옮김-혁명을 표절하라>(이후,2009) 24쪽

 

"변화(變化)를 일으킬"은 "새롭게 바꿔 낼"이나 "새로움을 일으킬"이나 "새삶을 일으킬"로 다듬고, '집단(集團)'은 '모임'이나 '무리'로 다듬으며, "만드는 것은"은 "만드는 일은"이나 "만든다 함은"으로 다듬어 줍니다. '분노(憤怒)'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글흐름을 돌아보면서 '짜증덩어리'나 '기운'으로 손볼 수 있으며, "이용(利用)하는 것이다"는 "쓰는 셈이다"나 "돌리는 셈이다"로 손봅니다.

 

 ┌ 건설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

 │→ 잘 쓰는 데에 있다

 │→ 슬기롭게 돌리는 데에 있다

 │→ 알맞게 바꾸는 데에 있다

 │→ 알뜰히 쓰는 데에 있다

 │→ 좋은 쪽으로 돌리는 데에 있다

 └ …

 

언제부터인가 말놀이처럼 "건설적인 대화"나 "건설적인 비판"이라는 말마디가 퍼졌습니다. 지난날에는 교장선생님이 학교에서 아침마다 들려주던 이야기(훈화)에 으레 엿보이던 '건설적'인데, 요사이는 "건설적인 아르바이트"라든지 "건설적으로 시간 보내기"라든지 "건설적인 사고"를 한다든지 "건설적인 취미"라든지 "건설적인 제안"이라든지 "건설적인 역사관"이라든지 "건설적인 토론" 같은 자리에 으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르기는 몰라도 "더 나은"이나 "한결 나은"이나 "서로한테 도움될"처럼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모습은 앞으로는 거의 자취를 감추지 않으랴 싶기까지 합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잘'이라는 한 마디를 넣으면 넉넉합니다. '알뜰히'나 '알맞게'나 '좋게'를 넣어도 어울립니다. '슬기롭게'나 '훌륭히'나 '제대로'를 넣어도 되며, '알뜰살뜰'이나 '올바로'나 '아름답게'를 넣을 수 있어요.

 

그러나, 이와 같이 여러모로 생각을 펼치려 하지 않는 우리들입니다. 이런 말투 저런 말투 곰곰이 되뇌면서 예부터 즐겁게 주고받던 말투가 어떠했는가를 헤아리려 하지 않는 우리들입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씀이를 찾기 어렵습니다. 밥이 되고 떡이 되는 글씀씀이를 만나기 힘듭니다. 서로를 북돋우고 다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기쁠 수 있는 말삶이나 글삶을 마주하기란 까마득합니다.

 

좋은 생각을 그러모아 좋은 말을 가꾸며 좋은 삶으로 나아가기란 우리한테 꿈인지 모릅니다. 밝은 생각을 갈무리하며 밝은 말을 일구어 밝은 삶으로 뻗어나가기란 우리한테 꿈 같은 소리인지 모릅니다. 고운 생각을 엮어서 고운 말을 살찌우며 고운 삶으로 거듭나기란 우리한테 꿈에서도 이루기 힘든 노릇인지 모릅니다.

 

 

ㄴ. 건설적인 대안들

 

..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설적인 대안들 ..  <케빈 스미스/이유진,최수산 옮김-공기를 팝니다>(이매진,2010) 121쪽

 

'기후변화(氣候變化)'는 전문 낱말처럼 굳어지고 있습니다만, '날씨변화'쯤으로는 고쳐서 써야 알맞습니다. 이 다음으로 '날씨바뀜'이라든지 '미친날씨'라든지 '뒤엉킨 날씨'라든지 '뒤죽박죽이 된 날씨'처럼 다시금 손질하면 한결 낫습니다. '대응(對應)하는'은 '맞서는'이나 '맞이하는'으로 손보고, '대안(代案)'은 '다른 길'이나 '좋은 생각'으로 손봅니다.

 

 ┌ 건설적인 대안들

 │

 │→ 좋은 생각들

 │→ 훌륭한 생각들

 │→ 더 나은 길들

 │→ 뜻있는 길들

 └ …

 

이제까지 걸어온 길로는 아쉽거나 모자라기 때문에 새롭거나 남다른 길을 찾으려고들 합니다. 여태껏 해 온 일로는 뜻을 이루지 못하거나 좋은 열매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더 나은 길이나 뜻있는 길을 살피려고 합니다.

 

생각이 좋다 한들 늘 좋은 일을 이룰 수 있지 않습니다. 걷는 길이 훌륭하다 해서 언제나 훌륭하게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조금 어수룩한 생각일지라도 착하고 참되게 건사하면서 곱게 가다듬을 수 있으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습니다. 걷는 길이 가시밭길이거나 뒤엉켜 있다 하더라도 바르고 곧으며 살가이 부대끼면서 땀흘릴 줄 안다면 언제라도 맑고 밝은 뜻을 이루기 마련입니다.

 

좋은 생각이 있다고 늘 좋은 일을 해내지는 않는 우리들이거든요. 훌륭한 생각을 그러모았다고 노상 훌륭하게 어깨동무하지는 않는 우리들이거든요. 더 나은 길을 찾았다지만 더 나은 삶을 붙잡지는 않는 우리들이거든요. 뜻있는 길을 걷는다지만 참다운 뜻을 꽃피우는 쪽으로는 좀처럼 접어들지 않는 우리들이거든요.

 

 ┌ 새로운 생각

 ├ 바람직한 생각

 ├ 괜찮은 길

 ├ 아름다운 길

 └ …

 

반드시 새로운 생각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새롭지 않더라도 살가운 생각이면 됩니다. 꼭 바람직한 생각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바람직하지 않더라도 수수하게 나눌 만한 생각이면 넉넉합니다. 어김없이 괜찮은 길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괜찮지 않은 길일지라도 사랑스러울 수 있으면 더없이 기쁩니다. 틀림없이 아름다운 길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길일지라도 이 길을 걷는 우리들이 아름다움을 보듬고 있으면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우리들 넋과 얼을 얼마나 새롭거나 괜찮거나 빛나거나 좋다 할 만한 낱말로만 담을 노릇은 아닌 셈입니다. 새로운 말이 좋은 말은 아니요, 국어사전에 묻혀 있는 토박이말이 가장 쓰기 좋은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살찌우면서 우리 넋을 북돋울 가장 슬기로우며 땀내 짙은 말을 살필 수 있으면 됩니다. 우리는 더 많은 돈벌이가 아니라 더 보람찬 일자리를 찾을 노릇입니다. 우리는 더 높은 탑이나 아파트가 아니라 더 사랑스러우며 애틋한 보금자리 하나 조촐히 마련하면 될 노릇입니다.

 

 ┌ 도움 되는 생각

 ├ 쓸모있는 생각

 ├ 쓸 만한 길

 ├ 슬기로운 길

 └ …

 

제대로 도움이 될 생각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참다이 쓸모있는 생각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나와 살붙이와 이웃 누구한테나 쓸 만한 길이란 어떠한 길인지를 곱새겨야 합니다. 나와 내 아이한테 슬기로운 길을 어른인 나부터 씩씩하고 당차게 걸어갈 노릇입니다.

 

한꺼번에 이루는 일이 아닙니다. 한 번 즐기고 마는 놀이가 아닙니다. 차근차근 기쁘게 이루는 일입니다. 오래도록 신나게 즐기는 놀이입니다. 삶은 숫자로 따질 수 없고, 돈이나 이름값으로 잴 수 없는 웃음꽃과 눈물꽃입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태그:#-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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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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