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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구속된 임병석 회장과 그룹 임원들의 정관계 및 금융권 로비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의도 정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L, S, W, Y 등 검찰 주변에 떠도는 '이니셜 리스트'에 포함된 구 여권 인사들은 물론 현 정권 들어 C&그룹이 위기를 맞은 만큼 현 여권 인사들의 연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21일 C&그룹 본사 및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면서 그룹 임원들이 임 회장에게 낸 일일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임원들이 만난 정관계 및 금융권 인사들의 명단과 회동 시점, 논의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그룹 '로비 리스트' 나올까 

 

이 보고서에 거명된 정관계 및 금융권 인사들의 명단을 확인해 정리하면 사실상 로비리스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로비리스트는 확보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또 구 여권의 486 정치인들과 현직 야당 중진 의원이 C&그룹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자 <조선일보>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빌려 "구 여권의 386 정치인들 이외에도 현 야당 중진의원이 C&그룹의 법인 카드를 여기저기서 사용했다는 정보가 검찰에 들어가 있다"며 "해당 정보는 문제의 인사가 C& 법인카드를 갖고 다니는 것을 봤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등 상당히 구체적"이라고 전했다. 현재 검찰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 중이다.

 

하지만 지목된 중진 의원은 "임병석 회장은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C&그룹은 언론에 보도돼서 처음 알았다"며 "터무니없는 음해"라고 부인했다.

 

특히 야당 중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K씨가 지난 정권 때 급속도로 몸집을 불린 C&그룹과 정치권을 잇는 다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가 구 여권 사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의심은 여전하다. 현재 로비 리스트와 관련해 언급되는 인사들은 모두 구 여권의 486 정치인 및 야권의 중진 의원들이다.

 

"어려울 때 누구라도 안 만났겠나"... 현 여권 로비 가능성도

 

하지만 C&그룹이 무리한 인수합병(M&A) 등으로 좌초 위기에 빠진 시기가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였다는 점에서 그룹 회생을 위한 로비는 현 정권 인사들에게 집중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날 <한겨레>에 따르면 임병석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2007년 말, 2008년 초 회사가 어려울 때 누구라도 안 만났겠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다 만나서 회사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임 회장은 뇌물 등을 이용한 부당한 청탁이나 로비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현재 정치권의 이목은 C&그룹의 로비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임성주 전 부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전남 목포 출신인 임 부회장은 구 여권 인사들과 친분도 두터울 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실세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도 끈끈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천 회장이 2008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한 적이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당시는 C&그룹의 위기가 점점 심각성을 더하고 있을 무렵으로 임 부회장이 천 회장을 통해 여권에 로비를 시도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천 회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또 C&그룹의 주 자금조달 창구였던 우리은행을 상대로 한 로비도 현 여권 인사들에게 집중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은행 편법 대출 의혹도 핵심 쟁점

 

C&그룹의 부실이 급속도로 악화돼 워크아웃 위기에 몰린 2007~2008년 사이 우리은행은 2200억 원을 대출해줬다. 이 시기는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이다. 박 전 행장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충남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특히 박 전 행장의 동생 박택춘씨가 2007년 3월 C&그룹 계열사인 C&중공업 사장으로 영입된 부분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검찰은 현재 우리은행의 부당 대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행장 측은 "C&그룹 대출은 적법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민주당 인사들이 C&그룹 문제에 얽혀 있는 경우가 없었다"며 "오히려 금융권에서 나올 게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역대 정권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부터 사정정국을 조성해 레임덕을 막는 데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검찰의 수사가 광범위한 사정 국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공정사회'라는 국정 화두를 제시한 후 비리 근절 의지를 천명해 왔다. 지난 21일 경찰의 날 축사에서도 "경찰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토착비리, 교육비리, 권력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MB 임기 후반기, 대규모 사정 태풍 부나

 

현재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으로부터 청탁 대가 명목으로 40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천신일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장광근 의원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야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C&그룹이 노무현 정부 시절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불려오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내리막길을 걸은 이력상 정관계를 대상으로 한 로비가 있었다면 여야 모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수사를 재개한 대검 중수부가 여야를 가려 수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검찰 수사는 정치 자금 문제만큼은 자유로운 이명박 대통령식 정치개혁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임병석 회장이 '호남의 박연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태그:#C&그룹, #임병석, #대검 중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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