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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자를 징계하고 해고하는 일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벌어졌다. 그것도 모자라 억울하다고 1인시위를 벌이는 여성을 차도로 떠밀어 전치 4주의 상해까지 입히는 만행을 저질렀다."

 

지난 19일(화) 오후6시30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문 앞에는 200여개의 촛불이 켜졌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성희롱 사건 문제해결을 위한 충남지역 연석회의(가칭, 이하 연석회의)' 관계자들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벌어진 성희롱사건에 대한 공동대응에 나선 것이다.

 

충남성폭력상담소, 충남참여자치운동연대,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13개 단체가 공동 참여한 연석회의는 이날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의 퇴근시간에 맞춰 성희롱사건 규탄대회를 벌였다.

 

두 명으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 "차라리 죽고 싶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우리 둘이 자고 나도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2차 협력사인 금양물류에 다니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박모(46)씨 휴대전화에 남겨진 문자 메시지다.

 

그녀가 당한 성적 모욕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너희 집에서 자고 싶다"(수차례 전화 받음) "야, 이년아, 이리와 봐"(회식자리) "간밤에 힘 좀 썼더니 오늘은 기운이 딸린다. 나는 밤새 해도 끄떡없다. X발, 개X같다. 말도 안 듣는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지"(작업도중 듣던 말, 또 작업도중 무릎으로 엉덩이를 건드리고, 어깨·팔 등을 만졌다고 함.) "OO(피해자 이름을 대며) 그년이 한 번 대줄 것 같은데 영 대주지 않는다"(직장동료 증언)

 

금양물류 이모 소장과 정모 조장이 그동안 박씨에게 가한 성희롱 내용이다. 더 황당한 것은 정 조장은 박씨의 직장동료며 친구의 남편이라고 한다.

 

본인들의 추행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그녀의 휴대전화에는 "밤 길 조심해라"라는 협박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박씨는 "차라리 죽고 싶었다"는 한 마디 말로 그동안 겪은 심적 고통을 표현했다.

 

성희롱 피해자 두 번 울다

 

그녀는 9월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 진정서를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술된 내용을 보면, 박씨는 성희롱 가해자들로부터 2차, 3차 피해를 계속적으로 입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양물류 이 소장은 피해자가 핸드폰과 문자, 통화내용을 녹취했다는 이유로 퇴근 후에도 집에 보내지 않고 소리를 지르며 전화기 당장 가져오라고 2시간을 다그쳤다고 한다.

 

금양물류 사장도 오히려 성희롱을 당한 박씨에게 "전화녹취는 불법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불리하다"는 말과 함께 전화기를 가져올 것을 종용했고, 직장동료에게는 고소고발을 할 경우 증인으로 서도록 진술서를 강요했다고 한다.

 

또 핸드폰 문자를 직장동료에게 보여주며 그간의 고통을 하소연했다는 이유로 '회사 규칙 위반, 회사질서문란, 회사이미지를 실추' 등의 이유로 인사위원회도 개최됐다.

 

인사위원회 개최결과 박씨는 '정직 6개월과 보직변경' 처분을 받았고 이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인사위원회에는 성희롱 가해자인 ㅇ소장도 포함돼 있었다.

 

금양물류 사장은 박씨에게 "6개월 정도 쉬고 있으면 임금을 통장에 넣어 주겠다"며 휴직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동안 억울함을 호소하며 노동조합의 도움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가해자들과 회사를 제소했다. 그러자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박씨를 해고했다.

 

14년이나 다녔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박씨는 같은 회사를 14년이나 다녔지만 여전히 비정규직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2~3년에 한 번씩 업주나 업체 이름을 바꿔 왔다고 한다. 그러나 작업공정과 인원은 그대로였다고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변칙적인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고용불안을 느낀 근로자들이 회사에 불만이 있어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아무리 부당한 일이라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박씨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일한지 14년이나 흘렀지만 단 한 차례도 법에 명시된 성희롱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또 당연히 보호돼야 할 인권도 무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고 한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송성훈 지회장은 "성희롱예방교육 의무를 이수하지 않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방기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도 책임이 있다. 현대 아산공장장은 책임을 통함하고 피해자에 대한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양물류는 지난 10월5일에 폐업공고를 냈다. 금양물류측은 "업체대표의 건강상 이유로 계속 사업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라며 "11월4일부터 모든 근로관계가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 80여 명이 해고될 수도 있다.  

 

금양물류 대표는 2년 전에도 폐업 한 달 만에 다시 회사 이름만 바꾼채 사업을 이어간 경력이 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는 눈앞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위장폐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자는 금양물류에 '성희롱 사건에 대한 입장'과 '회사가 폐업공고를 내게 된 배경과 위장폐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에 기자의 연락처를 남겼으나 연락이 없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향해 촛불을 들다

 

 

충남연석회의측은 지난 10월14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성희롱 피해자 박모씨가 현대자동차 관리자와 경비직원 30여 명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성폭력 피해자 박모씨는 전치 4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 입원중이다.

 

민주노동당 충남도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라 자청하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은 피해자인 비정규 여성노동자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이 현대자동차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외면했다. 뿐만 아니라 1인시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당하고 비폭력적인 의사표현방법인데도 불구하고 30여 명이 집단폭력을 가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성희롱 사건 문제해결을 위한 충남지역 연석회의' 13개 단체는 10월19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문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가졌다.

 

충남연석회의 오은희 집행위원장은 "성희롱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재발방지 책임은 하청과 원청기업에 있는데도 원청인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은 이를 방기하고 있다. 이는 지난 14일 1인시위하는 피해자에게 경비대를 동원해 폭행한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이 성희롱과 폭행사건을 올바르게 해결하고, 피해자 해고철회와 복직을 책임질 수 있도록 촛불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관계자는 '성희롱 사건에 대한 현대측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현대자동차와 관계없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또 '1인시위자 집단폭행 사실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르는 일이다. 답변하지 않겠다"며 회피했다. 

 

이날 같은 시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임직원들은 촛불문화제 행사장 맞은편 정문 앞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무사고 안전사업장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현대자동차 정문 앞 1인시위는 11월4일까지계속할 예정이며, 대규모 촛불문화제도 계획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촛불문화제, #성희롱사건, #충남연석회의, #아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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