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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5일, 입학 대가로 학생 1인당 1천만원씩 118명으로부터 총 18억여 원을 받은 한양초 교장 2명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공공연하게 소문으로 떠돌던 사립초의 '입학장사'가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이렇게 모은 돈을 비자금으로 관리하면서 회식비, 여행경비 등으로 사용하고 또 일부는 교장이 골프를 치거나 개인 축의금 등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초등학생까지 돈으로 보는 한심한 사태에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그런데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받는 입학 장사가 문제가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2010년 들어서만 한양초 외에 서울예고, 예원학교(중학교), 서울외고 등에서 학생을 입학시키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다.

올해 문제가 된 학생 장사 사례. 한양초뿐 아니라 예원학교(중학교), 서울예고, 서울외고 등에서 돈을 받고 학생을 부정입학시켰다가 들통났다.
 올해 문제가 된 학생 장사 사례. 한양초뿐 아니라 예원학교(중학교), 서울예고, 서울외고 등에서 돈을 받고 학생을 부정입학시켰다가 들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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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난 8월 대법원은 편입생 학부모 7명으로부터 1인당 1천만원 넘게 총 9800만 원을 받아 카드대금 결제, 회식비 등으로 사용하거나 교직원과 나눠 가진 혐의로 기소된 서울예고 전 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내렸다. 편입생 147명으로부터 12억원을 받아 4억5천만원을 횡령하여 함께 기소된 중학교 과정의 예원학교 전 교장도 같은 형을 받았다.

2대에 걸쳐 대를 이어 100억의 횡령으로 대를 이어 망신을 사고 있는 서울외고에서도 부정입학은 빠지지 않는 메뉴였다. 먼저 지난 6월 서울외고 교장(아들인 이사장은 17억 횡령으로 구속)은 정원 외 부정입학 대가로 학부모 7명에게서 55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더 황당한 것은 이미 수십억 횡령으로 쫓겨난 전 이사장(교장의 남편이자 현 이사장의 아버지)이 2003년과 2004년 학부모 20명으로부터 부정입학 대가로 1억6900만원을 받았다는 범죄 혐의 내용이 새롭게 밝혀졌는데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사 1인당 수천~1억5천? 교직도 돈으로 사고 파는 몹쓸 사학

이런 가운데 교사들도 돈을 받고 채용하는 사례 역시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9월 대구교육청에 40페이지짜리 진정서 한 통이 접수되었다. 대구 소재 K교육재단의 매매에 관한 것인데, 추진 과정과 재단 이사장 형제들 간의 매매 합의서, 매매 계약서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계약서에는 '재단이 요구하는 교사 2명을 채용하고 이를 어길 시 3억원을 보상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고 알려졌다. 교사 1인당 1억5천인 셈이다.

이에 전 현 이사장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 실제로 추진되었음이 드러나자, 교육청은 실제로 교사 채용에 돈이 오갔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자체 감사와 별도로 경찰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문제가 된 사립학교의 금품수수 교사 채용 현황. 서울, 부산, 대구, 경기를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액도 몇 천에서 1억5천까지 간다.
 2010년 문제가 된 사립학교의 금품수수 교사 채용 현황. 서울, 부산, 대구, 경기를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액도 몇 천에서 1억5천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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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대가로 사립학교가 돈을 주고 받은 경우는 비일비재하게 사회 문제가 되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될 당시, 가장 중요한 핵심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교원 공채채용과 인사위원회 도입 등이었다. 그러나 사학법인들은 이를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신청했고, 한나라당 역시 실질적으로 이를 폐지하는 법률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K사학법인 외에도 올해 들어 금품 수수 교사 채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례만 수차례다. 먼저 지난 5월 부산 B학원의 교장(전 이사장)이 17명에게 10억 수수하여 구속되었다. 이 교장은 학원 설립자의 아들인데 또 다른 아들인 형도 2006년께 교사채용 대가로 6천여만원, 교장 승진 청탁 대가로 2000만원을 수수하여 구속되어 형제가 감옥으로 가는 부끄러운 진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5월 창원지검은 교사채용 대가로 예비교사 3명으로부터 5천만~7500만원씩 모두 1억9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해 J학원 이사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 4월에는 부산 K학원에서 교사 채용 대가로 5천만원을 수수하여 이사장에게 9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전직 교사가 구속되었고, 이사장은 불구속 입건되었다.

4월 울산에서도 A사학법인 사무국장이 교사 채용 대가로 1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경기도 Y학원 교장도 점수를 조작하여 교사를 채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같은 4월 서울 L학원 L고 이사장의 아들인 이 학교 교사가 예비교사 7명에게서 교사 채용 청탁으로 2억3천여만원 금품 향응을 받아 구속되었다.

올해 벌어진 교사 채용 비리의 최고 압권은 경기도 B학원의 C고에서 벌어졌다. 이 학교 설립자 교장(현 이사이며 이사장의 남편)은 교사를 채용하면서 미리 돈을 받기로 한 응시자들에게 시험문제의 출제와 채점을 맡기는 엽기 행각을 벌이고 현금 5000만원씩 총 1억을 받아 챙겨 지난 3월 구속되었다.

이외에도 경기도 한국 C고에서는 최근 5년여 동안 교사채용 과정에서 8명으로부터 1인당 500~5000만원씩 총 2억 3000만원을 받은 교장과 교무부장 2명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되고, 나머지 연루된 교사와 교직원 20명은 불구속 입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럼 학교는? ㅈ고 140억에 팝니다!

서울 ㅈ고 매각 계획 문건. 10페이지로 된 이 문건을 통하여 사립학교가 수백억에 은밀히 매매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학교는 '회사', 학교 인수는 '투자'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서울 ㅈ고 매각 계획 문건. 10페이지로 된 이 문건을 통하여 사립학교가 수백억에 은밀히 매매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학교는 '회사', 학교 인수는 '투자'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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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1인당 1천만원에, 교사는 1인당 수천~1억5천에 사고파는 것이 대한민국 사학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 학교는 어떨까? 학교를 사고 판다는 소문 역시 이전부터 꾸준히 떠돌아다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소문으로 떠돌던 것이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그 가격은 수십에서 수백억에 이른다.

최근 K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 학교를 사고 파는 현실을 고발하여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이것은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대구교육청이 밝힌 K교육재단의 매매계약서와 서울 ㅈ학원의 매매 시도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을 보면 일부 사학들이 학교와 학생을 어떻게 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10쪽 분량으로 된 이 매매계획서는 학교 매매 가격, 방식과 절차, 학교 매입의 장점 등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매매계획서의 첫번째 장. 첫 페이지 상단에 Confidential이라고 하여 비밀문건임을 밝히고 있으며, 학교 매매 가격은 140억으로 적시해 두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업 인수 계획서처럼 보인다.
 매매계획서의 첫번째 장. 첫 페이지 상단에 Confidential이라고 하여 비밀문건임을 밝히고 있으며, 학교 매매 가격은 140억으로 적시해 두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업 인수 계획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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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매매를 위한 마스터 플랜 정도에 해당하는 첫 번째 쪽은 시작이 "PRIVATE & CONFIDENTIAL"이라는 문구를 표지 상단에 적어두어 '비밀 문건'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학교의 매매 가격을 140억으로 밝히고, 양해각서(MOU) 체결, 회계실사(Due Diligence), 본계약 체결(Contract), 교육청 승인 서류 제출, 교육청 승인 득 및 거래종결 과정을 거치는데 '매매대금을 매도 측으로 이체 및 매도 측은 영수증 발부'함으로써 매매가 완결된다고 밝히고 있다.

'학교법인00학원 인수의 건' 문건 일부. 학교 인수를 '투자'라고 하고, 이사장에게 주는 돈을 '프리미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학교법인00학원 인수의 건' 문건 일부. 학교 인수를 '투자'라고 하고, 이사장에게 주는 돈을 '프리미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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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인수하는 것을 '투자'라고 부르고, 학교를 인수하면 법인세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학교부지 개발을 통해 '추가적인 재무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멋진 투자라고 홍보하고 있다. 전 이사장에게 권리금(Premium)을 주고 운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 용어를 통해 그들이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학교 인수는 "투자", 이사장에게 주는 돈은 "프리미엄"

학교 매매계획서 일부. 학교는 '회사', 투자 금액은 '140억'으로 쓰고 있다. 이들에게 학교는 그냥 사고파는 회사일뿐이었다.
 학교 매매계획서 일부. 학교는 '회사', 투자 금액은 '140억'으로 쓰고 있다. 이들에게 학교는 그냥 사고파는 회사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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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액을 140억으로 정하고, 이 돈을 언제 지급할지, 이사와 감사는 어떻게 교체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40명이나 되는 교총 교사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데 전교조 가입교사는 11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전교조가 학교 매매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마이너스 요인쯤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학교 매매계획서의 핵심 내용. 학교 인수를 통하여 정계, 법조계, 문화계 등 졸업생을 인맥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과 증여세/상속세가 들지 않고, 여의치 않을 때 프리미엄을 붙여 재매각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학교 매매계획서의 핵심 내용. 학교 인수를 통하여 정계, 법조계, 문화계 등 졸업생을 인맥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과 증여세/상속세가 들지 않고, 여의치 않을 때 프리미엄을 붙여 재매각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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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건의 핵심은 '핵심 투자 요소'라는 별도의 항목을 통하여 학교를 인수하는 것의 장점에 대해서 기술한 부분이다. 여기에서 인수자의 사회 지위를 제고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학교법인의 동문회 네트워크를 통해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이 가능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이 학교 출신의 유명인사의 명단을 정관계, 법조계, 문화계, 학계, 체육계, 언론계 등으로 나누어 나열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하루 아침에 자신의 백그라운드가 된다는 논리로 인수자를 설득하고 있다.

'운영권 상속/증여 또는 재매각 가능' 항목을 통하여 "주식회사 등 영리법인보다 운영권 상속/증여가 훨씬 용이하며, 이에 따른 제세금(상속제 또는 증여세)도 부과되지 않음", 그리고 "학교법인 운영권은 추후 재매각도 가능하며, 개발사업이 가시화될 경우 프리미엄을 향유하면서 재매각이 가능함"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즉, 학교가 상속세나 증여세를 10원도 내지 않고 재산을 합법적으로 대물림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만약 돈벌이(?)가 안 되면 언제든지 제3자에게 웃돈(Premium)을 받고 재매각하면 된다고 노골적인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법인 출연금은 건물 신축 시공계약 등을 통하여 회수할 수 있음'이라고 하여 공사계약을 통하여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하고, 만약 학교 이전 후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면 2100억의 막대한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

학교 매각 사례. 다른 학교들도 수백억에 매매되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학교 매각 사례. 다른 학교들도 수백억에 매매되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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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매수자를 안심시키기 위하여 이렇게 학교를 매매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서울의 ◯◯여고는 190억에 매매되었고, ◯◯고는 280억, 경기도 ◯◯외고는 150억, 그리고 ◯◯대학교는 1600억에 매매되었다고 구체적인 금액과 액수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그들에게 학교 매매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학교를 장사판으로 아는 사학들, 어디까지 막 나가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사립학교인 고려대는 수시모집으로 신입생을 뽑는 과정에서 사실상 고교 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활용한 상수값 α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영업상의 비밀"이라고 거부하여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법원은 지난 9월 '고려대가 특목고 우대했다'고 판결했다) .

학생 부정 입학, 교사 금품 채용, 학교 매매 현실은 사학들이 학교와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논리에 의하면 학교는 회사, 교육은 영업이며, 학생과 학부모는 돈벌이 대상, 교사와 교수는 영업사원 그리고 학교를 사고 파는 것은 투자인 셈이다.

사학들이 어디까지 막 갈 수 있는지 경연대회를 방불케 하는 이 현실에서도 한나라당은 자율성 운운하며 다시 사학법 개정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이번 국감에서 사학비리를 집중적으로 따진다는 방침이다. 지금은 자율성이 아니라 사학비리 척결을 주장해야 할 때라는 것이 국민 눈높이다. 한나라당과 사학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태그:#학교매매, #사학비리,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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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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