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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온타리오주 학교 선생들의 시험 부정행위를 보도한 <더 스타>.
 캐나다 온타리오주 학교 선생들의 시험 부정행위를 보도한 <더 스타>.
ⓒ thest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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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3학년, 6학년, 9학년 학생들은 주 전체 학력평가를 위한 시험(EQAO test)을 치러왔다. 읽기, 쓰기, 수학 등 3개 부문이다.

이 평가결과는 지역별(교육청별), 학교별, 학년별로 아주 상세하게 공개한다. 하지만 개인별 순위는 나타나지도 않고, 집계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학기때 치러졌던 시험에서 10개 학교의 일부 교사들이 부정행위를 한 혐의로 학력평가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작년 시험지 사본으로 공부해도 부정행위

이번에 문제된 부정행위 사례는 다음과 같다. 시험 시작 종이 울리기 전에 시험지를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 지난해 시험지 사본으로 학생들에게 미리 출제경향(?)을 연습시킨 것, 시험이 끝났을 때까지 미처 답안을 표시하지 못한 학생에게 표시하도록 한 것 등이다. 규정상 시험지 복사는 금지이다.

욱스브리지의 공립학교 6학년 교사는, 지난해 시험문제 사본으로 한 반 학생 42명에게 미리 공부시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해당지역 듀람교육청 홍보과장 안드리아 피드웨베키는 "고의나 악의는 없었고 인간적인 실수다. 하지만, 재발방지를 위해 위원회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더 스타>는 전했다.

한국의 일제고사 부정행위와 비교하면?

이는 한국의 일제고사 부정행위에 비하면 별 게 아닌 걸로 보일 수도 있다.

지난 7월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이후 전교조 충북지부가 일선 학교로부터 받은 제보에 의하면, 시험감독 선생이 양자택일 문제 중 틀린 답을 작성한 학생에게 "다시 생각해 보라"라고 말해 사실상 정답을 알려준 경우도 있었고, 정답을 암시하는 말을 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일부 일선 학교 교장, 교감이 선생들에게 "너무 시험감독을 철저히 하지 마라" 또는 "우리만 (부정행위) 안 하면 손해"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고등학교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고등학교
ⓒ 강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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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교육청에, 교육청은 교장에게, 교장은 선생에게 압력"

온타리오주 가톨릭영어교원회 제임스 라이언 회장은 "무엇보다 먼저, 이번 일과 관련된 선생님들의 교원경력에 흠이 될까 우려된다"며, "시험 시행지침이 너무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그는 CBC와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시험도중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질문하곤 하는데, 지침에 의하면 선생님들이 조언할 수 없도록 많은 제약이 있다"며 학생들 입장에서 낯선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적 향상에 대한 압력이 주교육부로부터 교육청에 가해지고, 교육청은 학교 교장에게, 교장은 선생님들에게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들 스스로 부정행위 자진 보고

절반 정도의 경우, 해당 학교 교장들이 적절치 못한 행위를 발견하고 자발적으로 보고했으며, 윈저의 한 초등학교 경우는 익명의 제보가 있었다.

윈저의 경우, 3학년의 한 학급 전 학생이 '쓰기'시험에서 모두 '놀라운'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 조사에 착수한 경우다.

CBC에 의하면, 해당 지역 교육청 책임자인 캐시 갬은, "(한 학급 모든 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선생님이 미리 예상시험 문제를 암시해 주었을 수도 있고, 중요한 요점을 학생들에게 알려 주었을 수도 있다"며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했다.

지난 몇 년 동안에도 비슷한 사례로 교장, 선생들이 직무정지 등의 처분을 받았었다.

부동산 업자들, 학교성적을 장삿속으로 활용하기도

온타리오주 초등교원연맹 회장 샘 해몬드는, "현재 조사중이므로 (선생님들의 부정행위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시험시행지침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그는 C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부동산업자들이 학교별 시험결과자료를 가지고, 점수가 좋은 지역과 나쁜 지역의 부동산 가격과 연결해서 마케팅을 하고 있을 정도로 이 시험 결과가 잘못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교원노조 "2년간 시험 중지하자"

또한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으며, 설혹 올해는 그 목표를 달성했다해도, 해마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부담때문에, 학급안의 현실은 '수학'을 가르치기 보다는, '수학시험을 잘 치르는 요령'을 가르치는 등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 검토를 위해 2년간 시험을 중지하고, 교육부, 교원노조, 교육청 등이 머리를 맛대고 발전방향을 만들자고 교육부에 요구중이라고 했다.

한편, 달튼 맥퀸티 온타리오주 수상은, "현재 주 전체에 걸쳐 시행하는 표준화된 시험제도는 계속 진행할 것이며, 이번 조사결과를 지켜 볼 것이다"라고 <캐네디언 프레스>는 전했다.

이번 부정행위와 관련된 학교는 10개이며, 이와 관련된 학생은 약 500명이다. 온타리오주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4900여개의 학교(초중등학교 4000개부터 고등학교 900개)에, 약 2백만명의 학생(고등학생 71만명), 11만5000여명의 교사가 등록되어 있으며 연간 교육예산은 약 200억불(약 22조원)로, 이를 단순히 학생숫자로 나누면, 학생 한 명당 약 9900불(약 1100만원)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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