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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파티 전당대회에서 '민주주의 다시 시작하기'를 주제로 한 이틀째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맨 왼쪽이 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 맨 오른쪽은 공화당 전략가 마크 맥키논이다.
 커피파티 전당대회에서 '민주주의 다시 시작하기'를 주제로 한 이틀째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맨 왼쪽이 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 맨 오른쪽은 공화당 전략가 마크 맥키논이다.
ⓒ 전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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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주말을 맞아 미 켄터키주 루이빌 커피파티 전당대회가 열리는 홀트 하우스에는 전날보다 많은 참석자들이 모여들었다. 미 전역의 40개주와 해외 5개국으로부터 온 350여명의 참석자들은 그들이 추구할 정책과 가치,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민들을 민주주의 절차안으로 이끌 것인지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한 번의 선거나 이벤트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문화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똑똑하고 도덕적인 사람들이다. 나는 커피파티 운동이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

기자가 커피파티 운동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지를 묻자 설립자인 애너벨 박이 한 말이다. 이어 그녀는 커피파티 운동은 상대 당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지양하고 대화 테이블로 나와 서로간의 신뢰를 구축해야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불신하고 대화채널을 닫는다면,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신뢰와 이해의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우리는 이 점을 확인해보고자 전당대회를 열었다."

30여도시를 방문하며 얼마나 많은 조직원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확인해 온 애너벨 박과 에릭 바일러는 다양한 견해와 문화의 표출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커피파티 전당대회의 벽에 걸려있는 미 헌법 걸개천. 참석자들은 이 천 아래에 자신들이 원하는 수정사항을 써넣었다.
 커피파티 전당대회의 벽에 걸려있는 미 헌법 걸개천. 참석자들은 이 천 아래에 자신들이 원하는 수정사항을 써넣었다.
ⓒ 전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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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 '가상 헌법수정대회' 큰 열기

전당대회 둘째날엔 주제도 다양했다.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와 공화당 전략가인 마크 맥키논의 '민주주의 다시 시작하기'에서부터 월가개혁, 가상 헌법수정대회, 국회고치기, 이민자와 동성애자의 인권문제 등에 이른다.

전당대회 중 가장 큰 공간에서 오랜시간(3시간 30여분) 진행된 세션은 '가상 헌법수정대회'였다. 민주주의 절차가 어떤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 이 세션에서 참석자들은 견해가 다를지라도 경청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벽에는 'We the People'로 시작되는 미 헌법이 걸개천에 쓰여 걸려있고, 그 천은 바닥까지 이어져 참석자들은 각자 수정조항으로 넣고싶은 것을 직접 써넣었다. 이들 참석자들이 공동의 대의로 한 목소리를 낸 것이 있다면, 'We the People'에서 '우리(We)'가 '국민들(the People)'을 말하는 것이지 '기업들(Corporations)'이 아니라는 것.

지난 1월 21일, 미 대법원은 '시티즌 유나이티드 vs. FEC' 케이스에서 기업의 선거관련 광고 지출을 금지한 판례를 뒤집고, 기업도 발언의 자유가 있다며 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 기업의 로비액수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었고, 이에 비영리기구들이 연합하여 대항기구인 '국민을 위한 언론자유 캠페인'을 조직한 바 있다.

또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는 티파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받는 커피파티 참석자들은 "언론이 같은 사안에 대해 시간이나 지면할당면에서 공정하게 이슈를 다루도록 언론사들을 견인해야 함"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10여개의 언론사가 프레스 등록을 하여 취재를 했지만, 주말에 열린 전당대회를 취재한 언론사는 몇 안되었고, 취재열기도 높지 않았다.  

한편, 티파티 익스프레스의 에이미 크레머 대표는 아프다며 늦게 불참을 알려와 초당적인 토론회 자리를 퇴색시켰다.

이번 전당대회는 40여 스태프들이 2개월여 동안 준비했단다. 발표자들과 스태프를 위로하는 만찬의 티켓은 순식간에 동이 났는데, 이 자리에서 MTV의 제이슨 르젭카 부사장과 <데일리 비스트>의 칼럼니스트 존 아블론이 커피파티의 의미를 조명했다.

특히 <9500리버티> 다큐를 공중파로 상영가능케 한 르젭카 부사장은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독려하는 방법과 참여의 중요성을 언급하여 박수를 받았다.

커피파티 전당대회 이틀째인 지난 25일 한인 2세 미 육군 중위 출신 댄 최(왼쪽에서 두 번째)가 토론에 참가했다.
 커피파티 전당대회 이틀째인 지난 25일 한인 2세 미 육군 중위 출신 댄 최(왼쪽에서 두 번째)가 토론에 참가했다.
ⓒ 전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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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박수 받은 한인 2세 "우린 똑같은 권리" 

한편,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던 오후 세션 중에서 참석자 모두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은 발표자가 있었는데, 그는 전직 미군 중위였던 한인2세 댄 최(Lt. Dan Choi)씨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권리를 가진 인간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동등한 인권이다."

미군의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법(DADT: Don't Ask Don't Tell)'에 반하여 '묻자 말하자(Do Ask Do Tell)'라는 동성애자(LGBT) 인권문제를 발표한 댄 최 중위로부터 그간의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 왜 군인이 되었고,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나?
"한국전을 겪으신 아버지는 내게 나보다 더 큰 나라를 위해 인생을 살아보면 어떤지에 대해 조언하셨다. 그래서 웨스트 포인트에 진학했고, 이후 아랍어 통역을 원하는 이라크 전에 참전하게 되었다." 

- 언제 어떻게 해서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나?
"9.11이 일어난 후 내가 군인으로서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우선 아랍어를 공부해서 아랍권에 대해 알고 싶었다. 군에서 40명을 통솔하는 지휘관으로 있으면서 부하들을 이해하는 더 나은 지도자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상 속이지 않기 위해 커밍아웃을 결심하게 되었다. 10년간 나는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법을 잘 지켜왔다. 군의 사기와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우리들(LGBT)의 정체성을 부인하길 원하는 법, 소수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싶어하는 법에 맞서 나의 양심을 지키고 싶었다. 더이상 나 자신과 사랑하는 파트너를 속이고 싶지 않았다."

- 레이첼 매도우 쇼 등 미 언론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커밍아웃 이후 근황은? 왜 활동가가 되었나?
"군에서 해고되었고, 활동가로서 사람들에게 이런 사람도 커밍아웃을 하니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동등한 인권을 가진 사람이다. 내 자신의 세계뿐만 아니라 주변의 현실에 개입하여 잘못된 편견과 싸우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

- 어떤 편견들이 있나?
"동성애자의 존재가 군인의 단결을 저해하며, 군의 전투력이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편견이 있다. 군인이 제일 믿지 말아야 하는 상대는 아군이 아니라 적군이다. 동성애자들이 그렇다라는 증거는 없으면서 소수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견해다. 예전에는 흑인이나 여성에 씌웠던 굴레를 이제 동성애자에게 씌우려 하고 있다."

- 군비를 줄이고 미국이 모든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데에 대한 견해는?
"과거 독립전쟁이나 세계전쟁 때는 전 국민들의 동의와 참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경제를 위해서도 효율적인 자원 분배와 보존을 위해서도 전쟁을 계속해서는 안된다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라크전쟁을 반대해서 대통령이 되었다. 미디어를 통해 보는 전투 모습이 다가 아니다. 우리는 완전하게 이해를 못하고 있으며 미국의 안보는 종종 전쟁당사국이 아닌 다른 나라와 연관이 있는 경우도 많다. 전쟁반대 이슈도 초당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커피파티 첫 전당대회 로고.
 지난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커피파티 첫 전당대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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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자 애너벨 박 "변화에는 인내와 믿음이 필요"

커피파티 전당대회에서 만난 애너벨 박.
 커피파티 전당대회에서 만난 애너벨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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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9월 26일은 커피파티 창립 만 9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이 날은 그 동안의 논의를 종합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마지막날 종합 세션에서 인권운동가인 사비나 버고는 불공정한 언론의 보도행태와 금융개혁때 보수 진영이 쏟아부은 로비금액을 밝히며 커피파티 운동이 처한 상황을 요약했다.

"커피파티와 티파티는 비슷한 시기 활동가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지난 6월 2주간 커피파티는 1만5천여명이 디트로이트에 모여 사회포럼을 진행했고, 티파티는 600명이 테네시에 모여 데모를 했다. 그러나 티파티모임에 대해 언론은 177회 보도했지만, 커피파티모임에 대해서는 단 3회만 보도했다. 지금 이 자리에도 대형 언론사는 보이지 않는다."

이어서 그녀는 "금융개혁 이슈를 찬성한 쪽이 광고나 활동비로 쓴 돈은 총 150만불이다. 그러나 반대한 쪽이 쓴 돈은 하루 140만불씩 1년간 340배가 넘는 돈을 지출 했다. 그들에게는 자금력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권력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커피파티는 풀뿌리 운동조직이자 비영리기구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이 마지막세션에서 애너벨 박에게는 참석자들이 사인한 깜짝 감사패가 전달되었다.

이에 감격한 애너벨 박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구성했고, 신의를 바탕으로 책임있는 시민이 되고자 노력을 해왔다. 이번 대회에서 보듯이, 누구도 감춰진 의제를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터놓고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통해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며 인내와 믿음이 필요함을 공유했다"면서 그녀가 생각했던 커피파티와 전당대회의 모습을 공유하였다.

이어 커피파티는 앞으로 2주내에 각 지부의 모임을 돕기위해 ICED 네트워크 웹사이트를 개설하기로 했음을 밝혔다. 정보공유, 커뮤니티 건설, 참여, 민주적인 과정의 첫자를 딴 이 네트워크는 어떻게 하면 엘리베이터 스피치를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포함하여, 모임을 잘 꾸려갈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배포할 예정이다.

커피파티는 단기적으로 공정선거법(Fair Elections Now Act) 지지와 국회고치기(FixCongressFirst.org) 행동을 권하고 있다. 커피파티 전당대회 마무리세션은 유스트림 동영상(http://www.ustream.tv/recorded/9838454)으로 다시 볼 수 있다.


태그:#커피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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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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