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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이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고위공직자 병역사항에서 '면제자' 기재란을 아예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전 총리에 이어 김황식 감사원장을 총리로 내정,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해 당·정·청 수뇌부가 모두 '병역 면제자'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국방장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각료가 모두 병역 면제자라는 점 때문에 이명박 정권은 '군 면제' 정권이라는 오명이 뒤따랐다.

 병무청 홈페이지 개편 이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병역사항 조회 결과 (출처 - 안치용 블로그 화면 캡쳐)
 병무청 홈페이지 개편 이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병역사항 조회 결과 (출처 - 안치용 블로그 화면 캡쳐)

 병무청 홈페이지 개편 이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병역사항 조회 결과
 병무청 홈페이지 개편 이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병역사항 조회 결과

"왜 없앴을까, 대통령 눈치 보는 것이냐?"

병무청은 국민의정부 시절인 지난 1999년 제정된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위공직(후보)자와 그 직계비속에 대한 병역사항을 공개하고 있다. 이는 공직을 이용한 부정한 병역면탈을 방지하고 병역의무를 앞장서서 자진 이행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병무청은 특히 지난 2005년 7월부터 병역사항 공개대상을 1급 이상의 공직자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고, 공개된 병역사항은 관보뿐만 아니라 병무청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mma.go.kr/kor/s_kukmin/release/index.html)를 통해서도 공개하기 시작했다. 병무청 홈페이지 '공직자 등 병역사항 공개' 항목에서 공직자의 이름과 소속을 조회하면 이름, 생년월일, 병역사항 등과 함께 해당자가 병역 면제자인지, 아니면 군필자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병무청이 지난달 중순 경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고위공직자 병역조회 정보 가운데 '군필' 또는 '면제자' 등을 표기한 구분란을 아예 없애버렸다. 병무청은 대신 군별, 계급, 징병검사일자, 입영·전역일자, 전역사유 등의 병역사항만 그대로 남겨 뒀다.

이에 따라 그동안 '면제자'라고 기재돼 있던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김황식 총리 내정자, 원세훈 국정원장, 안상수 대표 등 고위 공직자들 모두 병역조회란에서 '면제자'라는 딱지를 떼게 된 것이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재미블로거 안치용씨는 "병역조회라 함은 병역을 마쳤는지 아니면 면제됐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목적일진대 병무청이 이처럼 군필 또는 면제자 등을 표기하는 구분란을 아예 없애버림으로써 병역 면제자인지 군필자인지 알기가 쉽지 않게 돼 버렸다"며 "사실상 병무청이 이 대통령 등 병역 면제자들에게 '면제자'라는 딱지를 떼 주고, 국민들에게는 불편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실제 병무청 홈페이지 '공직자 등 병역사항 공개'란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조회하면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구분' 항목에 '면제자'라고 정확히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병무청 홈페이지 개편 이후 이 대통령을 조회하면 '1961년 갑종', '1963년 입영후 귀가(질병)', '1964년 징병검사 기피', '1964년 무종 재신체검사대상', '1965년 병종 제2국민역 질병(결핵폐활동성경도(양측) 기관지확장증고도(양측))' 등 병역사항만 확인이 가능하다. 이 대통령이 '면제자'인지, '군필'인지 한 눈에 확인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이 의원의 아들 지형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전에 이상득 의원을 조회하면, 이 의원은 입대 하루 만에 제대를 한 '군필자'로, 이 의원의 아들 지형씨는 '면제자'로 기재돼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표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안치용씨는 "병무청의 공직자 병역사항 열람 조회화면의 변경은 국민을 몹시 불편하게 하는 개악"이라며 "특히 공직자들의 병역문제가 국민의 큰 관심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군필 면제자를 적시하는 란을 없앰으로써 '왜 없앴을까, 대통령 눈치 보는 것이냐'하는 '불순한' 동기가 없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황식 국무총리 내정자의 병역사항 조회 결과, 지난 8월 초까지만 해도 병역사항을 조회하면 '면제자'가 명확하게 기록돼 있었다.
 김황식 국무총리 내정자의 병역사항 조회 결과, 지난 8월 초까지만 해도 병역사항을 조회하면 '면제자'가 명확하게 기록돼 있었다.

"관보와 같은 형식으로 바꾼 것"... "공개 가장한 비공개 효과 노렸나?"

이에 대해 병무청의 한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난달 중순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많은 자료를 담을 수 없으니까, 불필요한 내용은 삭제하게 됐다"며 "병역사항 공개 방식이 관보와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 관보와 똑같은 형식으로 바뀌면서 '구분'란이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의도가 있어서 '구분'란을 삭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민감한 시기여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면서도 "그러나 병역사항에 표기된 '제2국민역'이 사실상 면제자를 뜻하는 것이므로, 그 내용을 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무청이 고위공직자들의 병역이행여부를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요약해서 공개하기 위해 수년 동안 고수해왔던 양식을 굳이 이 시점에서 오히려 파악하기 어렵게 바꾼 것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이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고위공직자 병역사항에서 '면제자' 기재란을 아예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병무청 홈페이지)
 병무청이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고위공직자 병역사항에서 '면제자' 기재란을 아예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병무청 홈페이지)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병무청이 병역사항 공개 방식을 바꾼 것은 의도했거나 의도치 않았거나 모두 문제"라며 "국민들이 고위공직자의 병역 면제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접근성을 떨어뜨린 것은 잘못"이라도 지적했다.

전진한 사무국장은 이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공개를 가장한 비공개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국민들이 가장 보기 편하고 쉽게 만드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오히려 한국 정부와 지자체 등 관공서는 이를 역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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