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골장의 풍경은 정겹다. 일부러 장을 찾아간 게 아니었는데 운 좋게도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할머니 두 분이 열무를 손질하고 있다. 할머니(87.방금태)는 새벽 5시에 장터에 나왔다고 한다. 할머니가 파는 열무는 1단에 1만원이다.

 

장터를 돌아봤다. 해남 북평의 남창장(2일,7일)은 싱싱한 수산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해남의 유명한 토산품 황토고구마도 보인다. 현대화사업으로 인한 철재구조물의 설치로 장옥의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시장상인들의 인심과 시골장의 정취는 여전했다.

 

해남의 남창리에 위치한 남창장은 완도와 인접하고 있어서 싱싱한 해산물이 많이 난다. 해산물을 구입하려면 아침 일찍 나서야한다. 한 상인의 말에 의하면 8시 무렵이면 떨이가 시작된다고 하니 느긋한 맘으로 이곳을 찾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싱싱한 해산물은 언제 사고파는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한다.

 

지금은 한산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이곳(남창5일장)이 완도다리가 놓이기 이전 한때는 강아지도 일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을 정도로 번성했다고 한다. 이제는 먼 옛날이야기지만 말이다.

 

"황토고구마 떨이요, 한 박스(10kg) 남았는데 2만 원에 줘 부러요."

"배추 3포기에 2만 원, 이건 한포기에 5천 원, 배추 나름이에요."

 

지난 12일 오전 11시, 해남 북평 남창장의 풍경이다.

 

황토고구마가 떨이라며 한 박스 2만5천 원짜리를 2만 원에 사가라고 한다. 배추는 3포기에 2만 원, 무 1개 가격은 4천 원이었다. 열무 한 단은 8천 원이다. 조기 12미에 2만 원, 갑오징어는 9미에 2만 원, 제철 맞은 전어는 15미에 1만 원, 말린 대갱이는 50마리 한 묶음에 1만5천 원이다.

 

해남 두모리 갯벌에서 잡았다는 상어 한 마리는 1만 원이다.

 

"상어가 살었다면 돈이 겁나게 할 건디 만원만 줘요. 살었으면 4만원이 넘어."

 

좌판 여기저기에 생선이 정말 많다. 잘 건조된 가오리 1미에 8천 원, 반 건조 민어 1미가 1만 원, 일반 민어는 2미에 1만 원이다. 생선가게 아주머니는 "대목이 가까워져 오늘 장사는 잘 된 편이지만 갈수록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시골장은 점심 무렵이면 파장이어서 늦게 찾아가면 허망하기 일쑤다. 오전 11시경인데도 발길 뜸한 장터에서 상인들은 물건을 파는지 세월을 파는지 모를 지경이다. 그저 그렇게 세월만 팔고 있다. 속절없는 해는 아직 중천에 떠있는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해남 남창장, #재래시장, #시골장, #추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