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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씨, 안녕하신가요? <오마이뉴스>는 13일 뗏목을 타고 당신의 편치않은 뱃속으로 들어가 청진기를 들이대려고 700리 뱃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첫날 내성천 회룡포를 지나 삼강주막에서 출발, 상주 경천대까지 내려온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뗏목이 파손돼 부득이하게 뭍으로 올라와 새로운 육상 여행을 시작합니다. 

홍수예방, 수질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창자를 파헤치고, 농지리모델링이란 급조된 명분을 내세워 비옥한 땅을 불모지로 만드는 4대강 사업. 당신의 장기를 파헤치는 공정이 30%정도 진행됐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살아있는, 그래서 살릴만한 가치가 충분한 당신의 '생얼'을 그대로 보여줄 예정입니다. 현장 상황은 실시간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며, 동영상 기사로도 송고됩니다. 시민기자와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여기는 양파와 마늘이 엄청나게 잘된다. 그런데 물이 차면 습지가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망한다. 국책사업이라고 해서 설마 우리한테 피해를 주겠나 싶었다. 다른 거 필요 없다. 합천보 공사 중단해야 한다."

 

합천군 덕곡면에서 태어나 칠십 평생 농사만 짓고 산 서재우(75)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서씨와 함께 한 농민들은 지난 13일 창녕군 이방면 현창리 소재 한국수자원공사 경남2지구건설단 사무소 앞에서 "합천보 공사 책임자는 나오라"고 소리쳤다. 대부분이 서씨와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들이었다.

 

 

합천보(낙동강 20공구, 높이 9m, 길이 593m, 관리수위 10.5m) 공사의 공정률은 현재 55%. 보 구조물 높이가 올라갈 때마다 농민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합천보에서 2.5~3km 상류에 위치한 합천군 덕곡면은 낙동강 지류인 회덕천·덕곡천에 에워싸여 있다. 3면이 강인 셈이다. 들판의 지하수위는 3~4m 이하로, 비가 자주 내리지만 영농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농민들은 합천보가 건설되면 지하수위가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율지리·병배리·학리·장리·포두리 등 5개 마을이다. 보가 건설될 경우 피해농지 면적은 120만㎡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곳에선 200가구 400여명의 주민이 연평균 80억 원의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조용히 문제를 제기해왔던 농민들이 일어난 이유

 

농민들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조용하게 문제를 제기해왔다. 기자회견이나 집회도 열지 않았다. 함부로 떠들면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청와대며 국토해양부에 진정서를 보내는 정도였다. 주민들은 관계 기관의 책임자로부터 "침수 되면 국가에서 보상해 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랬던 주민들이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4대강 반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현장 조사를 벌인 박재현 인제대 교수와 박창근 관동대 교수도 합천보로 인한 지하수위 상승을 지적하고 나섰다. 주민만 일어선 게 아니다. 합천군의회도 지난 8월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경남도는 경남도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합천보로 인한 주변 농경지 지하수위 상승에 대한 피해조사 용역비'(예산 7500만 원)을 확보했다. '합천보 건립 관련 덕곡면 피해대책위'(위원장 서재천)는 조사용역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를 하고 나서자, 정부에서는 낙동강의 모래·흙을 가져와 '농경지 리모델링'을 해주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거부했다. 농경지 리모델링이 아니라 보 공사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서재천 위원장은 "처음에 관계 기관을 찾아다녔는데 한결같이 '걱정 말라'고만 했다, 진짜 피해가 없는지 조사를 해달라고 했는데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국토해양부며 경상남도 등을 찾아다니며 울고불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지 않았다, 대화하려고 나서는 사람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요즘 마늘과 양파 값이 좋아서 농사 좀 짓는 사람들은 돈도 벌었다, 그런데 지하수위가 차올라서 농사를 못 지을 수도 있다고 하니 시름에 잠겨 있다"고 말했다.

 

"수공이 '아무 문제 없다'고 할 때마다 억장 무너진다"

 

농민들이 대책위를 꾸려 활동하다 보니 돈과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 서재천 위원장은 "창원이며 서울이며 다니다 보니 밥도 먹어야 하고 기름값도 들어가는데, 다들 우리가 내야 하는 처지다, 힘들지만 그래도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정휘 대책위 사무국장은 "수자원공사는 어떻게 조사를 했는지, 지난 2월 9일 설명회와 4월 1일 간담회, 7월 1일 현장 설명 때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면서 "그런 말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걱정이 되어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지금이라도 수자원공사는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최소한 관리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함안보의 경우 주변 지역 침수 우려가 제기되어 관리수위를 7.5m에서 5m로 낮추었다. 박재현 교수가 침수 우려를 제기하자 국토해양부며 수자원공사뿐만 아니라 경상남도도 '아니다'라고 하다가 결국에는 손을 들고 말았다. 합천 덕곡 주민들은 합천보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대책위는 ▲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근거 없이 문제없다 하지 말고 합천보 공사 즉각 중단하고 침수피해 정밀 조사를 할 것 ▲ 경상남도는 국책사업이라 몰랐다 하지 말고 정부에 합천보 공사 중단을 공식 요구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여러 기관과 공조... 리모델링 필요"

 

한국수자원공사는 난감해 하면서도 관계 기관과 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수자원공사 경남2지구건설관 관계자는 "주민을 위해 뛰고 있다, 이 문제는 수자원공사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여러 기관과 공조해서 나올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지난 8월 농경지 리모델링 대상지로 포함되는 것을 거부하고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지하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4대강사업과 병행해서 리모델링을 하는 게 타당하고, 일정 부분 필요한 측면이 있다, 전직 합천군수도 60ha에 대해 리모델링을 건의했던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합천보, #한국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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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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