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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씨, 안녕하신가요? <오마이뉴스>는 13일부터 3박 4일 동안 뗏목을 타고 당신의 편치않은 뱃속으로 들어갑니다. 내성천 회룡포를 출발해 상주 경천대와 대구 달성습지, 그리고 함안보 공사 현장을 지나 하굿둑에 이르기까지 영남의 젖줄 낙동강 700리 길을 다니면서 시민의 눈높이에서 가벼운 토크를 진행합니다. 또한, 4대강 사업 공정률 30%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살릴만한 가치가 있는 당신의 뱃속에 청진기를 들이댈 예정입니다. 현장 상황은 실시간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며, 동영상 기사로도 송고됩니다. 시민기자와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한강변에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1960년대)
 한강변에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1960년대)
ⓒ 서울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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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내성천 모래강물에 발을 담그고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 (2010년) - 이보다 더 뛰어난 친수공간(워터프론트)은 없다.
 낙동강 내성천 모래강물에 발을 담그고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 (2010년) - 이보다 더 뛰어난 친수공간(워터프론트)은 없다.
ⓒ 지율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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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바로 이거야! 어릴 때 한강 모래사장에서 멱 감던 기억이 나네!"

무릎까지 오는 경북 내성천 강물 속에 들어가 발목까지 덮는 물밑 모래바닥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경기도 모 의원은 소리쳤다.

지난 7월 중순경 하루 코스로 경기도의원 30여 명과 내성천 답사를 다녀왔다. 의원들은 모래 강에 발을 담그고 발목 깊숙이 들어가는 모래 강바닥을 걸으면서 모래강의 정수효과와 생태계의 원리를 깨닫게 됐다. 한강 주변에 살았던 의원들은 옛날 한강 백사장이 생각난다고 했다. 한강 모래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고 얕은 강가에서 멱을 감으며 놀았던 한강의 원래 모습이 사라졌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고 말하는 의원도 있었다. 바로 위 사진들이 모든 걸 말해준다.  

내가 내성천 답사를 시작한 지는 이제 반년이 좀 넘었다. 지난해 12월 첫 답사 때 지율 스님을 만나 살짝 얼은 내성천 모래강 속에 시린 발을 담가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내가 직접 답사팀을 이끌고 이곳을 찾은 게 벌써 열 차례를 훌쩍 넘었다. 함께 했던 대학생들과 기자들, 변호사들, 의원들 그리고 학생들의 그 희열에 찬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내성천 모래강을 체험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내성천 모래강을 체험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 경기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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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종합계획 이후 기형적 친수공간이 된 한강변

강바닥에 발목까지 잠긴 상태로 투명한 강물을 내려다보면 물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모래가 조금씩 움직이는 게 보인다. 천천히 흐르고 있지만 확실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입자가 작은 흙탕물은 바다 멀리까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데, 느릿하게 움직이던 입자 굵은 모래와 자갈은 큰 비가 내리면 급속하게 하류로 흘러간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도 막상 현장을 찾으면 "정말 이런지는 몰랐다"고 말하게 된다. "강이 원래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인 줄도 모르고 도시에서 무심하게 살아왔다"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이제 4대강은 신부님과 수녀님에서 대학생들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돌아보는 순례지가 되었다.

1970년대에 팔당댐이 들어서자 모래가 내려오지 못했고, 그나마 남아 있던 모래를 파내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한강종합개발계획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인공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가해 온 것이 한강이다. 그러면 한강의 바닥은 어떨까? 관동대 박창근 교수팀과 올해 초 여의도와 신곡수중보 일대 강바닥에 퇴적된 흙을 채취해 조사해보니 심한 악취를 풍기는 오니토가 대부분이었다. 바닥이 이런 강에서는 물고기가 서식과 산란을 하지 못 한다. 한강 하류의 생태계는 죽은 것이다. 

한강종합계획 이후 한강변은 물을 바라만 보는 기형적인 '친수공간'이 되고 말았다. 도무지 이런 워터프론트가 어디에 있나? 원래 우리 강에 있었던 자연 정화기능을 없애고 사람들이 물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없앤 것은 치명적인 과오라고 할 수밖에 없다.

모래사장과 모래톱은 가장 뛰어난 친수공간이다. 더러운 모래사장을 본 일이 있는가? 모래사장은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특유의 공극 때문에 여과와 침전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불순물이 걸러지며 가라앉기도 하고 분해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가는 어떤가. 처음 담글 때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서늘하고도 아릿한 모래알의 감촉은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해준다.

모래강은 물을 가까이 할 수도, 발을 적셔볼 수도, 시원함을 느낄 수도 있고 바닥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 허리에도 닿지 않은 깊이를 서서히 따라 가서 헤엄도 칠 수 있다. 송사리가 눈에 보이고 손바닥만 한 이름 모를 민물고기도 볼 수 있다. 물에 관한 한 오감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절묘한 놀이터이다. 모래가 없는 강가나 호수의 부두에서 물을 바라보기만 하는 그런 워터프론트를 어찌 이 모래강에 비교하리오.

내성천 유역에 모래가 많은 이유, 화강암류 암석 때문

내성천 모래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사장석과 흑운모에는 많은 요철과 구멍들이 있다.(왼쪽, 정기영교수 제공)/화강암 분포지역(오른쪽, 검은색)
 내성천 모래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사장석과 흑운모에는 많은 요철과 구멍들이 있다.(왼쪽, 정기영교수 제공)/화강암 분포지역(오른쪽, 검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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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교과서를 보면 한반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노년기의 화강암 산악지형이 독특한 게 특징이라고 한다. 장년기의 화산지형인 일본과도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마그마가 분출되면 그 자리에서 식는 용출암과 땅속으로 흘러들어가 높은 압력과 광물합성작용을 하면서 서서히 식은 화강암 등으로 변하는데, 한반도엔 오래된 화강암이 많다고 한다.

깊은 땅속에 있던 화강암이 땅밖으로 나오는 조산운동은 일종의 지각운동인데, 움직이는 속도가 1년에 1mm도 안 된다고. 하지만 수억 년에 걸쳐 진행하다보니 긴 거리를 이동해서 지상으로 돌출해 나오는데, 화강암 바위산인 북한산과 도봉산도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라 한다. 이런 바위가 풍화작용으로 인해 모래로 되고 이들이 흘러서 모래강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안동대 정기영(광물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내성천 유역인 영주, 예천, 봉화 지역엔 중생대 화강암류 암석이 많이 분포하는데 이것이 풍화된 토양에서 유래한 많은 모래가 내성천으로 유입돼 운반된다고 한다. 내성천의 모래에는 석영 등 여러 성분이 있는데 특히 장석이나 운모는 풍화되는 과정에서, 그 표면에 많은 미세한 공극들이 형성된다고. 이런 미세한 공극은 물과의 접촉 면적을 넓혀서 모래층을 통과하는 물의 정화 작용을 돕는 것이다. 그래서 화강암반 지하수나 화강암 모래층을 통과한 물은 맛이 좋다.

상류에서 유기물이 강으로 흘러 들어와도 '모래 반 물 반'인 모래강 바닥에선 모래가 서서히 흘러가면서 유기물을 안으로 받아들여 잘게 부순 다음에 섞인다. 말하자면, 자연적인 여과장치인 셈이다.

모래강에선 여과와 침전이 동시에 진행된다. 모래의 수질 정화 작용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수돗물 정수장에서 부유물이나 미생물을 걸러내기 위해 필수 여과재로 모래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강물은 하도 표면을 흘러가기도 하지만 모래와 자갈층으로 스며들어 흐르기도 한다. 스며든 물의 부유 유기물은 모래와 자갈층에서 걸러지고 정화된다. 모래와 자갈층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이 수질 정화를 돕는 것이다. 

회룡포 내성천의 모래가 흐르는 모습
 회룡포 내성천의 모래가 흐르는 모습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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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강은 자연여과장치
 모래강은 자연여과장치
ⓒ 지율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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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반 모래 반의 떠있는 모래층
 물 반 모래 반의 떠있는 모래층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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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주민이 목숨처럼 지켜야 할 모래강

현대적 의미의 상수도는 16세기 말 런던에서 건설된 대규모 수도다. 런던 수도는 템스강의 물을 펌프로 퍼 올려서 시내로 급수했다는데, 19세기 들어서 정화시설을 만들었다. 이때 사용된 정화장치의 원리가 바로 모래여과다.

모래여과로 콜레라균도 제거하였다고 한다. 1893년 엘베강의 물을 상수도로 사용하는 독일에서 콜레라가 유행하였으나 하류에 위치한 알토나에서는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모래여과한 물을 급수하였기 때문이다.

모래와 같은 굵은 여과재료에서 왜 세균류가 제거되는가? 모래여과층 상층부에 미생물이 번식하여 병원균이 제거된 것이다. 모래정수기로 실험해보면 면과 같은 천연섬유의 헝겊도 보름이 지나면 완전 분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한다. 생물학적 정화작용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다. 이런 환경이라면 수초의 떡잎이나 웬만한 불순물은 충분히 분해하고도 남는다.

마찬가지로 낙동강 본류의 모래층과 모래톱은 탁해진 강물을 맑게 하는 '필터'기능을 한다. 구미와 대구를 지나며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가 3.3ppm까지 나빠진 낙동강물이 최하류인 물금에서 2.8ppm까지 맑아지는 것은 바로 이런 모래층 덕분인데, 그런 모래층이 '4대강 사업' 때문에 다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모래층을 덜어내 없애도 그만한 공간만큼 물을 저장할 수는 없다. 모래층에는 공극이 40% 정도 있기 때문에 하천수면 또는 지하수면 아래 모래는 이미 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더구나 모래층의 물은 이미 걸러진 상태기 때문에 아주 맑은 물이다.

대도시에서는 하천수 또는 저수지 물을 대량으로 퍼서 정수하지만, 대부분의 중소도시에서는 하천 바닥의 모래 자갈층 속을 흐르는 복류수를 채수하여 수돗물로 이용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깨끗하니까 정수 과정에서 약품도 적게 쓰고 비용도 적게 든다. 그러니까 하천 모래층은 맑은 물의 거대한 저장고다. 영남주민이 목숨처럼 지켜야 할 모래강이다.

매년 막대한 돈을 들여 모래를 쏟아 붓는 해운대 백사장

생태학자인 정민걸 공주대 교수는 모래강의 생태적 기능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모래 강에선 강바닥 아래 1~2m까지 산소가 들어와서 침전된 유기물을 먹고 사는 미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것이 저서생물의 먹이가 되고, 저서생물은 갓 태어난 치어들의 먹이가 되고, 그런 물고기 때문에 모래톱에 새들이 모여드는 것이 모래강의 생태계라고.

암석이 물, 생물, 공기와 반응하여 풍화 작용이 일어나면 부서져서 여러 가지 크기의 입자들로 구성된 토양이 만들어진다. 비가 내려 산지의 토양이 강으로 쓸려 내려가면, 굵은 입자들은 물살이 빠른 곳에 자갈로 가라앉고, 작은 입자들은 물에 뜬 채 멀리 운반되어 평야의 범람원에 진흙으로 퇴적되거나 바다 개펄의 개흙이 된다. 그러다가 흙입자는 바다로부터 조류를 타고 다시 육지로 와서 개펄로 가라앉아 해안생태계의 보고가 된다.

모래 입자들은 강바닥을 따라 천천히 하류로 이동하지만, 사행하는 하천의 유속이 느린 곳에서는 강변을 따라 모래밭에 퇴적된다. 해안 모래사장은 조류와 파도를 따라 공급되었다가 큰 파도가 생기면 휩쓸려 나가는 쌓임과 씻김이 반복되는 곳이다. 그러던 것이 낙동강 하구둑으로 막히면서 20년 넘게 모래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해운대 백사장에는 매년 관청에서 막대한 돈으로 모래를 쏟아 붓고 있다. 게다가 남해안의 많은 어족이 산란의 장소를 찾지 못한 채 어획량마저 격감하고 있다. 그들의 삶터를 파괴한 대가로 우리는 양식이 아니라면 생선 구경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이다.

내성천 모래강은 세계자연유산이 될 만하다

대학생들이 회룡포에서 모래강을 즐기고 있다 (2010년 5월 8일)
 대학생들이 회룡포에서 모래강을 즐기고 있다 (2010년 5월 8일)
ⓒ 남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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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모래강이 굽이 돌아가는 회룡포
 내성천 모래강이 굽이 돌아가는 회룡포
ⓒ 남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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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바위가 물렁하면 모래가 나오기 어렵다. 단단한 바위라야 풍화된 후 용해되지 않고 모래로 바뀐다. 화산재 토질인 일본의 강에는 모래가 거의 없다. 가령 하와이나 제주도에는 검은색 현무암 모래사장들도 있다. 단단한 바위인 화강암이나 화강편마암 종류의 암석이 풍화되는 지역에서 다량의 모래가 형성되기 쉽다. 모래의 색이나 밝기는 구성하는 광물의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화강암이 분포하는 지역의 모래는 석영, 칼륨장석, 사장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밝은 색의 금모래 은모래가 형성된다. 우리 강은 이 땅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든 하나의 작품이다. 자연이 낳은 예술작품. 최근 일본인들이 낙동강 내성천에서 하얀 모래사장을 보고는 한동안 감탄하여 그 자리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는 얘기가 들린다.

회룡포는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곡류하며 형성된 지형이다. 곡류하는 바깥쪽은 빠른 유속으로 침식이 심하여 절벽이 형성되어 있고, 안쪽은 유속이 느려 많은 모래가 퇴적되어 있다. 광대하게 펼쳐진 금빛, 은빛 모래사장은 푸른 강물과 초록의 강변, 산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우리 강처럼 아름다운 빛깔의 화강암질 모래사장이 잘 발달된 곳도 드물다. 석회질이나 점토질 퇴적암이 많은 유럽의 템스, 라인, 센, 다뉴브강에는 넓은 모래사장이 거의 없다. 중국의 황하는 황토 지대를 흘러서 늘 누런색을 띠고 진흙이 많이 퇴적된다. 우리 강의 아름다운 금빛, 은빛 모래밭은 그 자체로서 보존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서구인들이 우리 강의 넓은 모래사장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성천 모래강은 세계자연유산이 될 만하다.

내성천상류의 영주댐공사현장 - 완공되면 회룡포의 모습이 훼손된다. 댐 본공사가 착수되기전에 중지시켜야 한다
 내성천상류의 영주댐공사현장 - 완공되면 회룡포의 모습이 훼손된다. 댐 본공사가 착수되기전에 중지시켜야 한다
ⓒ 지율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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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낙동강 곳곳에서 수심 4m~6m로 굴착해가서 대규모 준설작업을 하고 있다. 4대강사업처럼 인공호수를 만들고, 강변에 콘크리트 축대를 쌓고, 모래를 퍼내고 하는 것은 달력 그림 속에 나오는 유럽의 강이나 빙하호수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것은 아니겠는가?

강은 흐르면서 퇴적물을 바다로 운반하고 지표면을 침식하여 지형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은 끊임없이 순환하며, 생태계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이에 적응하였다. 강이 운반하는 막대한 퇴적물이 수많은 댐으로 차단되면 강하구와 주변 연안 지형, 생태계가 입을 타격은 계량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가물막이 안쪽으로 거의 바닥을 드러낸 모래톱이 전쟁 뒤의 폐허를 보는 듯하다. 2010년은 UN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 우리는 지금 우리의 강에게 도대체 어떤 짓을 하고 있는가? 이러한 모래를 두고 4대강 사업 찬성 측의 어느 인사는 '강에서 없애야 할 지방질 같은 것'이라고 어처구니없는 표현을 했다.

MB정부는 진정 이게 강을 살리는 방법이라 생각하나

낙동강일대 산줄기와 강줄기 및 주요지명
 낙동강일대 산줄기와 강줄기 및 주요지명
ⓒ 조석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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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되지 않은 이론은 실험을 거쳐 입증되어야 한다. 4대강 토목공사의 이론은 입증된 것이 하나도 없다. 옳음이 입증되지 아니한 정책은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가령 고속도로는 그 자체의 효용과 이론과 실제가 입증된 실체다. 그러나 4대강 토목공사는 그렇지 못하다. 강마다 특성이 다르거늘 획일적인 방식으로 강행하고 있다. 강행이라기보다 만행이다. 운하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이 일을 설명할 길이 없다.

정부는 이 방식이 강 살리기의 올바른 방식이라는 것을 입증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면서 생명을 파괴하는 일을 강행하고 있는 현 정부는 처벌의 대상이다.

"해봤어?"라는 구호를 앞세우며 '5년짜리 월급쟁이'에 지나지 않는 '대통령의 임기 내'라는 이상한 목표를 앞장세워, 민족이 오랫동안 누려왔고 앞으로 누릴 유구한 젖줄을 파괴하고 있는 정권에게 묻겠다.

"내성천 모래강에 가봤어?"

[추천] 수도권 거주민들을 위한 '당일 코스'

내성천 맑은 물과 자갈
 내성천 맑은 물과 자갈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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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주말을 이용해서 당일에 둘러볼 수 있는 코스로는 다음을 권장할 만하다. 차편으로 낙동강 상류인 내성천 회룡포에 가서 자연상태의 모래강을 맨발로 걸어 보는 것으로 순례는 시작한다. 그 다음 낙동강 본류의 4대강 공사현장에서 열심히 준설하는 포클레인의 모습을 보고, 다시 차편으로 남한강으로 올라온다.

그 다음 여주 이호대교에서 강천보 현장을 멀리서 쳐다보고, 단양쑥부쟁이가 서식했던 아름다웠던 바위늪구비가 완전히 파괴된 현장에 가서 4대강 사업의 잔인한 모습을 확인한 다음에 과연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정도의 하루 코스면 자연상태의 아름다운 우리 강의 원래 모습과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지고 있는 현장을 비교해서 보게 된다. 다만 낙동강까지 갈 시간이 없는 이들은 남한강의 모래하천인 여주 복하천에 가서 아쉬운 대로 모래강 체험을 할 만하다.

부산대구권에 거주하는 이들은 가까운 고령의 회천에서 모래강의 체험이 가능할뿐더러 재첩을 줍는 재미까지 얻을 수 있다. 원래 재첩은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지역에서 많이 나는 편인데, '콩재첩'과 같은 종류는 민물에서도 서식하고 있다. 관련되는 좋은 기사를 소개한다.

덧붙이는 글 | 이원영 기자는 수원대 교수이자 대한하천학회 상임이사입니다.



태그:#4대강사업, #내성천, #모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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