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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로만 시청자가 주인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내를 주행중인
KBS 방송차.
 말(글)로만 시청자가 주인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내를 주행중인 KBS 방송차.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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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시청료를 인상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슬슬 배알이 꼬이기 시작했다. 공정하지 않은 방송을 보는 것도 숨이 막힐 지경인데 돈까지 더 내라는 것은 국민(시청자)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MBC에도 낙하산 사장이 앉은 뒤로는 방송의 공정함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결단'을 내렸다.

TV를 없애 버리는 것에 아내도 찬성했고, 아이들도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 TV를 없애려는 이유에는 안 볼 때에도 습관적으로 TV를 켜놓은 까닭도 있고, TV에 뺏기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TV 없애는 시기를 저울질 한 지만 몇 년은 되었다. 공정하지 못한 방송국에 시청료를 더 내줄 생각이 눈꼽 만큼도 없다는 오기가 생겼고, 연이은 낙하산 인사와 불공정한 방송편성(최근 PD수첩의 4대강 관련 불방이 결정적)에 바로 결정을 내렸다.

우리집에는 TV가 두 대나 있었는데, 프로야구시청을 무척 좋아하는 내가 몇 시간씩 채널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한 대를 더 구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TV에 대한 애정이 식자 즐겨봤던 프로야구나 1박2일도 재미가 없어졌다. 주위에 TV를 주려고 알아봤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아내는 처가의 오래된 TV를 우리가 보던 것으로 바꿔주고 나머지는 중고상으로 보냈다.

TV를 없앤 후, 한전으로 전화를 걸어 전기요금에 통합 부과되는 시청료를 빼달라고 했다. 상담원은 친절하게 바로 조치를 했다고 하면서 집으로 방문해 사실여부를 확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TV를 안본 지 10여 일이 지났다.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한가해진 저녁시간...책도 읽고 잡지도 보고 '해방감'을 만끽하다

라디오의 재발견(?) 무한한 매력을 뽐내는 멋쟁이.
 라디오의 재발견(?) 무한한 매력을 뽐내는 멋쟁이.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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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TV를 두 대나 없앴더니 집안이 넓어졌고, 저녁시간이 매우 한가로워졌다. 정기구독하는 각종 잡지들을 시간을 핑계로 정독하지 못하거나 건너 뛰는 일이 없어졌고, 책을 구입하거나 마을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시작했다. 제빵왕 김탁구에 빠진 애들은 인터넷으로 몰아서 시청하거나,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는 것으로 TV의 허전함을 달랬다.

내가 즐겨보던 9시뉴스는 라디오에서 TV와 똑같이 청취할 수가 있었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더 좋은점은 FM음악으로 아침을 시작하는것이 머리를 맑게 해준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TV가 얼마나 소음을 유발하는 깡통인지도 새삼 느꼈다.

진작에 TV를 없애지 못한 탓을 해보기도 했지만, 이제라도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이 TV가 없어지면 인터넷이나 게임에 빠지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였고, 잠깐이라도 책을 가까이 하는 시간이 늘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카드게임(블루마블)을 하거나 공기놀이도 한다. 더 좋은 변화는 취침시간이 빨라져 푹 잠을 자면서도 스스로 눈을 떠 아침에도 책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TV 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너는 우리집의 암적인 존재였던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잘못된 만남' 응모 글



태그:#KBS, #TV, #시청료, #라디오, #공정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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