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97년 외환위기 때 IMF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서명하는 사진입니다. 당시 제2의 경숙국치다 경제주권을 빼앗겼다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IMF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서명하는 사진입니다. 당시 제2의 경숙국치다 경제주권을 빼앗겼다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 사회교과서(교과부)

관련사진보기


얼마 전 교과부가 임의로 금성출판사의 역사 교과서를 바꾼 것에 대해 법원이 심의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수정지시를 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검정교과서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교과교육과정, 교과서 집필 기준, 기타 심의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교과부는 멀쩡하게 심의를 통과했던 교과서를 뒤늦게 학문적 논의가 아닌 정치 논리로 교과서 내용을 바꾸려고 온갖 물의를 일으키더니 결국 법정까지 가게 만들었다.

그러면 국정교과서를 만드는 교과부는 교과서를 잘 만들어왔을까?

5학년 2학기 사회 자료입니다. 맨왼쪽은 교사용 지도서이고 가운데가 사회책, 사회과 탐구 순서입니다. 교과서는 IMF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나와있고 사회과 탐구가 조금 더 자세합니다.
 5학년 2학기 사회 자료입니다. 맨왼쪽은 교사용 지도서이고 가운데가 사회책, 사회과 탐구 순서입니다. 교과서는 IMF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나와있고 사회과 탐구가 조금 더 자세합니다.
ⓒ 신은희

관련사진보기


2002년부터 사용된 7차 사회 교과서를 살펴보자.

5학년 2학기 첫 단원은 경제를 주로 다룬다. 우리나라 경제 생활의 특징이 자유와 경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과 함께 경제 발전 과정,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경제 등이 나온다. 이 과정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외환위기가 불러온 IMF 체제이다. 교과서에는 당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며 극복 과정까지 제시했다.

그런데 과연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했을까? 바로 국민들의 과소비를 첫 번째로 들고 있다. 이게 정말일까?

교과부에서 만든 교사용 지도서에 경제적 시련이 온 까닭이 국민들의 과소비라고 나와있습니다. 호화 외제 사치품 구매와 해외 여행의 급증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그랬나요?
▲ 5-2 사회지도서 108쪽 교과부에서 만든 교사용 지도서에 경제적 시련이 온 까닭이 국민들의 과소비라고 나와있습니다. 호화 외제 사치품 구매와 해외 여행의 급증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그랬나요?
ⓒ 신은희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의 어두운 얼굴로 기억되는 IMF

외환위기가 시작되기 전에 경제위기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것 같지는 않다. 1997년 1월에 한보가 부도를 내고 삼미를 비롯해 여러 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조금씩 걱정은 했지만, 외화고가 거의 텅 비었다고 할 때까지 실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1997년 12월 IMF가 왔을 때 우리 사회는 많이 당황했다. 실직에 이은 가정 파탄과 자살이 많아 신문 보기가 두려울 때가 많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4학년 담임을 했다. 당시 실직한 가정이 많아 아침에 갈 때마다 아이들이 모두 왔는지, 얼굴을 보며 별 일은 없는지 항상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모두 온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감사해 하던 기억이 난다.

5-2 사회과탐구22쪽 내용입니다. 다른 내용은 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파란색으로 된 부분만 과소비가 원인이라고 유일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5-2 사회과탐구22쪽 내용입니다. 다른 내용은 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파란색으로 된 부분만 과소비가 원인이라고 유일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사회교과서(교과부)

관련사진보기


교과서가 주장하는 대로 혹시나 정말 국민들의 과소비가 주요 원인이었을까 싶어 한 번 찾아 보았다. 인터넷을 뒤져보아도 재벌기업들의 방만한 경영과 국가의 외환관리 정책과 대처 방식, 금융회사들의 무분별 기업대출, 관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보수적이라고 하는 삼성경제연구소 분석 내용에도 이런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IMF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일반 국민들이다. 이 어려움을 이겨낸 것도 장롱 깊숙이 있던 애기 돌반지까지 꺼내다 냈던 국민들이다. 지금도 당시 구조조정 여파로 경제 양극화가 심하고 노숙자가 되어 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졸지에 교과서에서는 IMF를 만든 장본인으로 이야기되다니.

교과부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당장 수정해야

어떻게 이런 잘못된 내용이 교과서에 실릴 수 있었을까? 교과서를 만들 때에는 연구진이 연구를 하고 심의를 거쳐 교과서를 개발하여 실험학교에서 검토를 한 뒤에 학교 현장에 나오게 된다. 특히 사회교과서에 있는 내용은 정부나 기업에서 신경을 많이 써서 심의과정에서 고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노동계에서는 파업을 부정적으로 가르친다는 비판도 자주 한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왜 고쳐지지 않고 실리게 되었을까? 단순한 오류일까?

게다가 아직까지 잘못된 내용이 바뀌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2001년에 실험본이 나오고 2002년부터 쓰였으니 올해가 10년째이다. 교과서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계속 수정보완이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이 내용은 10년 동안이나 고쳐지지 않았을까? 이렇게 배운 아이들은 부모들을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과부는 외환 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던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내년부터는 2007개정교과서로 배우게 되니 이 교과서는 올해가 마지막이므로 우선은 교과서 수정자료를 일선 학교로 보내 아이들이 잘못된 내용을 배우지 않게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그것이 하루하루 이 땅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보인다.


태그:#IMF원인, #초등사회교과서, #교과서오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