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야생초반' 일행들이 대부분 주부들이다 보니 야생의 식물로 하는 음식 이야기와 그 효능들에 관한 것들이 많다. 칡꽃차를 만들려면 덖음이 중요하고, 칡잎의 새순으로는 장아찌를 담을 수 있고, 3, 4월에는 생강나무 잎으로 장아찌를 만들 수도 있고, 뭐니 뭐니 해도 곰치 장아찌가 최고란다. 하지만 야생의 잎으로 장아찌를 만들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산마늘(명이나물)과 매우 비슷한 박새나 여로 같은 잎은 독초로 이 잎은 전문가들도 헷갈릴 때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등등.

일행들과 동구릉 입구를 향해 걷고 있는데 땅바닥을 기고 있는 쇠비름 비슷한 식물이 보인다. 항상 있었던 풀일 텐데, 그동안 보이지 않다가 관심을 쏟게 되다보니 눈에 자꾸 뜨인다. 그것도 많이 보인다. '애기땅빈대' 빈대처럼 딱 달라붙어 땅을 기고 있다. 좀땅빈대, 애기점박이풀이라고도 하는데 잎에 자주색 반점이 있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땅빈대'나 '큰땅빈대'라는 비슷한 풀에는 자주색 무늬가 없었다.

애기땅빈대. 잎에 자주색 무늬가 있다.
 애기땅빈대. 잎에 자주색 무늬가 있다.
ⓒ 박금옥

관련사진보기


'가래나무'를 만났다. "이 나무의 열매는 호두와 비슷한 것으로 어르신들이 손에 넣고 마사지 하는 용도로 쓰이죠. 왜 '가래'라고 하는가 하면 씨앗을 갈라 보면 안에 농기구 '가래'와 비슷한 모양으로 되어 있거든요" 타원형의 긴 잎이 마주나면서 큼직큼직했고, 농기구 가래라는 비유 때문에 머리에 쏙 들어온다. 길을 걸으면서도 공부하며 동구릉에 도착했다.

"자, 하늘을 한 번씩 쳐다보세요. 여유를 갖고 돌아보아야 더 가깝게 다가올 거예요. 지난밤에는 중랑천을 돌았는데 멀리서도 박주가리와 달맞이꽃향이 느껴지더군요. 꿀꿀한 기분이 나아졌어요."
"박주가리와 달맞이꽃의 향을 느낄 수 있다고요?"
"내 식구는 멀리서 윤곽만 보고도 알아보잖아요. 그런 원리예요. 늘 관찰하다보면 식구를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가래나무. 잎이 타원형으로 매우 커서 눈에 확 들어온다.
 가래나무. 잎이 타원형으로 매우 커서 눈에 확 들어온다.
ⓒ 박금옥

관련사진보기


'때죽나무'를 보면서는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 어머니들은 이 열매를 빨래하는데 사용하셨다고 해요. 그러면 때가 쏙 빠져서 '때죽'이라고 했다는 말도 있네요. 또 열매를 찧어 물에 풀면 고기가 떼로 기절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요. 그만큼 독성이 있다는 소리죠."

그러면서 맛을 보라고 한다. 독성이 있으니 아주 조금 입에 대보란다. 맛을 보면 식물의 이름을 잊지 않게 된다면서. 독성이라는 소리에 사람들이 모두 주춤거린다. 궁금증이 일어 살짝 깨물어 보았다. 액이 혀에 닿는가 싶었는데 아리면서 사래가 든다. 한동안 목젖이 알알하다.

"그러니까 물고기가 기절했겠죠?"

지켜보던 일행이 와 웃는다.

"학습효과 100%인데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걱정마세요."

강사가 걱정을 달랜다. 열매가 '쪽동백'과 비슷한데 쪽동백의 열매는 포도송이처럼 달린다. 잎도 둥근 타원형의 쪽동백 잎보다 작고 좁은 타원형이다. 쪽동백의 열매 맛은 아리지 않고 그냥 새콤하다.

때죽나무. 열매가 조롱조롱 빈틈없이 달려있다.
 때죽나무. 열매가 조롱조롱 빈틈없이 달려있다.
ⓒ 박금옥

관련사진보기


자연식물원 같은 동구릉의 숲길을 삼림욕하듯 천천히 걸었다. 조선 왕릉 9개의 능 중에서 헌종의 경릉이 있는 곳까지만 돌아보았다. 물이 흐르는 도랑에는 달개비 잎과 비슷하게 생긴 사마귀풀이 융단처럼 깔려있다. 사마귀가 난 곳에 잎을 짓이겨 붙이면 떨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사마귀풀. 꽃이 딱 하나 피어있다. 워낙 작아 잘 보이지도 않았다.
 사마귀풀. 꽃이 딱 하나 피어있다. 워낙 작아 잘 보이지도 않았다.
ⓒ 박금옥

관련사진보기


이정표 역할로 오리마다 심었다고 해서 붙여진 '오리나무', 물론 동구릉에는 그 규칙이 적용되어 있지 않았다. 잠자리 날개처럼 생긴 씨앗을 주렁주렁 매단 신나무는 자신의 수피를 이끼에게 내주고 붙박이 세월을 마냥 견뎌온 모양을 하고 있다.

넉넉한 그늘을 만들고 있는 '느티나무'를 만났다.

"이 나무는 일명 정자나무라고도 하죠. 마을 어귀 정자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심었기 때문이에요. 가지가 사방으로 비스듬히 뻗기 때문에 여름에는 매우 시원한 그늘을 만들죠. 그래서 나무 밑은 다른 곳보다 1~2도 낮다고 해요."

옛날 어머니들은 칭얼거리는 아이를 느티나무 밑에 재우고 밭일을 하셨는데, 이유는 그늘이 넉넉하고 파리나 모기가 달려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왜 느티나무인줄 아세요? 옥황상제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가장 우거지고 늠름한 것이 어떤 곳에 있어도 '늘 티가 나'서 그렇게 붙였대요. 어떤 나무도 느티나무 그늘을 따르지 못하죠. 여름에는 그늘이고 가을에는 총천연색의 단풍으로 예쁘게 물드는 나무죠. 우리 주변에 워낙 많으니 사람들이 그 진가를 느끼지 못해요. 느티나무 2~3그루 있으면 그 일대가 시원해요. 나무 중의 나무고,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나무죠."

신나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듯, 수피에는 이끼가 집을 지었다.
 신나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듯, 수피에는 이끼가 집을 지었다.
ⓒ 박금옥

관련사진보기


느티나무. 일명 정자나무라 일컬을 정도로 그늘이 좋게 지는 나무라고 한다.
 느티나무. 일명 정자나무라 일컬을 정도로 그늘이 좋게 지는 나무라고 한다.
ⓒ 박금옥

관련사진보기


느티나무 예찬에 끝이 없다. 벚나무 잎과 매우 비슷해서 초보자들이 많이 헷갈려 하는 나무이기도 하단다. 느티나무는 느릅나무과 교목이라 느릅나무 잎하고도 비슷한 것 같다. 초보자는 이래저래 헷갈린다. 그나마 벚나무 잎자루에는 꿀샘이 돋아나 있고, 느릅나무 잎은 잎자루에서 시작되는 잎 한 쪽이 일부러 뜯어 놓은 것처럼 비대칭이란 정도로 구분해 본다.

참빗살나무. 열매가 호박편수를 빚은 듯하다. 빨갛게 익는다고 한다.
 참빗살나무. 열매가 호박편수를 빚은 듯하다. 빨갛게 익는다고 한다.
ⓒ 박금옥

관련사진보기


열매가 꼭 어금니처럼 생긴 나무가 있다. '참빗살나무'로 열매가 빨갛게 익는다고 한다. 나무의 특징보다는 열매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게 생겼다. 네 귀를 잡아 꼭꼭 여며 만드는 호박편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열매가 영글어가는 계절이라서 꽃이 드물다. 그러나 열매가 익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라 잎처럼 푸르기만 하다.

까맣게 진주처럼 익은 '병아리꽃나무' 열매에 파묻혀 있던 '털이슬'의 열매는 하늘하늘 긴 가지에 조롱조롱 이슬처럼 매달려 있는데 털이 잔뜩 나있다. 잎도 가지도 열매도 온통 파란 색이라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털이슬. 병아리꽃나무에 둘러싸여 있는 듯 없는 듯, 이슬 같은 열매에 털이 잔뜩 달려있다.
 털이슬. 병아리꽃나무에 둘러싸여 있는 듯 없는 듯, 이슬 같은 열매에 털이 잔뜩 달려있다.
ⓒ 박금옥

관련사진보기


짚신나물. 작은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다.
 짚신나물. 작은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다.
ⓒ 박금옥

관련사진보기


'짚신나물'은 줄기를 잘 관찰하라고 한다. 줄기에 붙은 작은 잎이 꼭 수련처럼 한 쪽이 갈라져 견골잎 모양으로 줄기를 감싸고 자라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씨앗이 짚신에 붙어서 멀리 퍼뜨려 진다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길을 걷다 보면 발밑에 아주 작은 노란 꽃을 피우는 풀을 만난다. 그것도 제법 눈에 띈다. 늘 궁금했는데 동구릉에서 만났다. '개갓냉이'란다. 이름을 알고 나니 뿌연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다. 이 꽃을 많이 보게 되는 이유는 봄부터 가을까지 피기 때문이란다. 뾰족뾰족 바늘 같은 긴 열매꼬투리를 달고 있다. '길다'는 것은 '개갓냉이' 전체 모습 중에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사람들 눈에는 너무 작게 보여 길다는 느낌도 별로 없이 발에 밟힌다.

개갓냉이. 긴 꼬투리열매를 달고 봄부터 가을까지 노란 꽃을 피운다.
 개갓냉이. 긴 꼬투리열매를 달고 봄부터 가을까지 노란 꽃을 피운다.
ⓒ 박금옥

관련사진보기


경릉 입구에 작살나무 열매가 가지를 부러뜨릴 듯이 촘촘히 달려 있다. 보라색으로 물들면 그 주변을 화려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색이 오르면 사람들의 발길이 저절로 그 곳에 머무를 것 같다. 오염된 물의 정화기 역할을 하는 '고마리' 군락지도 눈에 띈다. 조만간 꽃을 피울 거다. 울긋불긋 앙증맞은 꽃이 피면 장관이겠다. 고마리 꽃과 작살나무 열매를 보러 가을에 다시 오자고 한다.

그 외에도 도둑놈의갈고리, 꽃싸리, 바디, 미국자리공, 좀깨잎나무, 소경불알, 등골나물, 쉽싸리, 물봉선... 등등이 눈에 들어오기 바쁘도록 펼쳐졌다.

일행 중에 벌레에 물린 사람이 있으니 강사가 주변의 쇠비름을 찧어서 그 액을 발라준다. 응급처치로는 최고라고 한다. '애기땅빈대'가 경릉의 정자각 앞, 참도(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 깔려있는 돌)에 그림을 그려놓은 듯 올라앉은 모습을 보며 수업을 마쳤다. 동구릉에 가서 능을 돌아보지 않고 숲만 보고 오기는 처음이다.


태그:#마들꽃사랑회, #야생초교실, #동구릉 숲, #개갓냉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민기자가 되어 기사를 올리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