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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원 민주당 의원.
 최종원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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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출신 최종원 민주당 의원의 첫 과제는 '문화예술인 지위법' 입법 추진이다.

지난 2006년, 당시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이 '예술 현장을 위한 역점 추진 과제'로 제시한 뒤 '백지' 상태로 남아있던 "문화예술인의 권리와 지위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무" 화두를 다시 꺼내든 셈이다.

그는 지난 26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10만인클럽' 31번째 특강에서 "문화예술인은 정말 이 사회에 필요하지 않는 놈이냐"며 문화예술인 지위법 입법 추진 의사를 밝혔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연극선배들과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가 못 먹고 사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부모님이 편찮으실 때 내 자식이 아플 때 돈이 없어서 병원도 못 가는 현실, 이건 뭐냐는 거다. 우리 문화예술인이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암적인 요소인가? 우린 이 사회에서 필요없는 존재인가? 적어도 부모된 도리, 자식된 도리는 할 수 있게 국가가 기회라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

"문화예술인은 그날 벌어 먹고 사는 '일용직'"

'문화예술인들의 사회적 지위 보장' 법제화가 처음 시도됐던 2006년 당시에도 국내 문화예술인들은 상당히 열악한 현실을 감내하고 있었다.

당시 문광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예술인 전체의 70% 정도가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이하였고 전체의 29%만이 정규고용직 신분이었다. 또 고용보험 가입률도 전체의 19%에 그쳤다. 이로 인해 그들의 문화·사회·경제·교육적 공헌을 감안할 때 문화예술인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무엇보다 외국의 선례도 있었다. 캐나다는 예술인의 지위에 관한 공적지원을 명문화하고 있고 스웨덴도 기초연금법을 통해 이를 달성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예술인연금을 마련, 문화예술인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최 의원은 이와 관련, "문화예술인은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일용직'"이라며 "최저임금도 못 받는, 나이 40~50된 연극쟁이들 1년 연봉이 500만 원, 좀 괜찮은 이가 1000만 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1년에 400~500억 원 정도면 문화예술인들이 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정도는 가입할 수 있다"며 "한가닥의 인간적 진실을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부모된 도리, 자식된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달라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연극인' 출신이기 때문에 그냥 던진 말은 아니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법안 초안은 다 완성돼 있다"며 "다만 국고가 지원될 부분이기 때문에 문광부를 설득해 동의를 구하고 다른 상임위원들을 설득해야 할 작업들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은 임기(1년 반) 내에 법제화 하는 것이 목표"라며 "국가재정에 부담된다고 한다면, '교원공제회'와 같은 문화예술인 단체를 만들어서 국고 지원을 받고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인촌 전 장관, 치욕적인 장관으로 만들겠다"

최종원 민주당 의원.
 최종원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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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입성 한 달만에 그만의 '콘텐츠'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최 의원은 지금까지 정치인으로 변모했던 연예인들이 '한계'를 보였단 지적엔 "나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부정적으로 봤다"며 "내가 그들을 보며 '저 따위로 하려면 하지 말지'라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 분들이 부르는대로 나와서 의원을 했기 때문에 국민들을 우롱하는, 바람직 못한 '연예인' 출신 정치인의 모습을 심어준 것"이라며 "이왕 할 거면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와 좌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표 중엔 정선의 '예술인촌 사업 변경'으로 악연을 맺은 유인촌 전 문광부 장관도 있다. 앞서 그는 7·28 재보선 승리 직후 유 전 장관을 향해 "만나면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고 말해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 의원은 이날 특강에서 '8.8 개각'으로 하차한 "유 전 장관을 오늘(26일)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한 대 때리진 못했다"고 했다.

"오늘 비가 엄청 올 때 의원회관 앞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툭 치더라. 돌아보니 유인촌이었다. 점심약속은 돼 있고 기다리던 차는 도착해서 문을 열어놓고 있는데…. 그래서 쳐다보다 말았다. 유 전 장관은 '자기를 왜 그리 미워하느냐, 예술인촌 사업도 누구 통해서 잘 할려고 했는데 왜 미워하느냐'고 하더라. 이것을 죽여, 살려 생각이 들었다. 내리는 비에 내 감정을 그렇게 흘렸다."

하지만 그는 "때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국감 증인으로 불러내든지"라며 유 전 장관의 문화예술정책을 따져 물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 의원은 "유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최장수 문광부 장관으로 기록되겠지만 내가 아주 치욕적인 장관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그가 이날 밝힌 문화예술인 지위법 입법화 계획도 문화예술인 출신으로 입각했던 유 전 장관이 2년 반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자신이 하겠단 '한 대 때리기' 방법인 셈이다.

"권모술수, 여의도서 통용되는 수단이면 안 배울 것"

최 의원은 "정치인으로서의 변신은 하지 않겠다, 인간 최종원으로 남을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끝나는 순간, '그놈 참 잘 했다', '멋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권모술수가 이곳에서 통용되는 정치수단이라면 배우지 않을 것"이라며 "연기도, 정치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지 거기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기를 배울 때 선배들이 말했던 게 '진실을 표현하라, 진솔한 마음을 배워라'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권모술수가 아닌 진솔한 마음으로 내가 임하고 살아간다면 된다고 생각한다. 정치도 수천만 개의 직업 중 하나일 뿐이다. 남대문 시장에서 리어카를 끄는 분이나 배우나 자기 고향 발전을 위해 선택한 정치인이나 똑같지 않겠나."

최 의원은 이어, "지금까지 문화예술인으로 살아왔고 정치인으로 변한 지금, 제 인생을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 주고 사는 사회, 인간의 높낮이가 없는 사회,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제 인생의 마감은 정치인이 아니라 배우로서 하겠다"면서도 "배우의 인생도 제게 중요하지만 후배들에게 선배된 입장으로 제반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고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

"19대 총선에도 다시 출마하겠냐"는 질문엔 구체적인 답변을 유보했다. 다만 그는 "이명박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행태가 너무 마음에 안 드니깐 정권 교체 해보는 것이 작은 바람"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최종원 민주당 의원이 26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배우의 길, 정치인의 길'을 주제로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최종원 민주당 의원이 26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배우의 길, 정치인의 길'을 주제로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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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최종원, #유인촌,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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