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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는 방식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선거다. 선거에서 표로 나타난 것만큼 정확한 민심은 없다. 그런데 이런 대의기제에는 함정이 있다. 바로 승패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선거 승리가 마치 자신들이 내건 약속에 대한 승인이나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위임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승패의 격차가 클 경우 착각의 강도는 더 커진다. 대학자 로버트 달이 말했듯이 이건 잘못된 허구일 뿐이다.

이런 착각은 비일비재하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런 착각에 빠져 건방 떨다 위기에 빠졌다. 지지율 폭락에다 연이은 선거패배까지 호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한편 두 번의 재·보궐 선거(2009년 4·29, 10·28)와 6·2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도 착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이 무슨 같잖은 언감생심인지, 마치 자신들이 잘해서 승리한 양 시시덕대다 7·28 선거에서 무너졌다.

민주당을 버릴 수 없다면 변화시켜 활용해라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비대위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비대위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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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가 던지는 의미를 승패로만 읽어선 곤란하다. 승리했다고 해서 그 속에 담긴 '위험한 절망'을 포착하지 못하면 승리는 곧 독이다. 패배했다고 하나 그 안의 '담대한 희망'에 주목하면 그것은 약이다. 문제는 선거를 통해 대중이 던지는 메시지를 읽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선거가 민주당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뭘까?

첫째, 민주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09년의 재·보궐 선거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비록 반MB 정서 때문에 민주당에게 표를 줬지만, 그것은 여권을 혼내기 위한 차원이지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다. 광범위한 반MB 정서에도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패배한 것을 보면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회의는 여전하다. 이 회의는 민주당의 투쟁성, 대안성 또는 차별성 부재에 대한 것이다.

둘째, 민주당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것은 제2당 효과에다 후보단일화 효과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여권은 싫은데 누군가를 찾다보니 미덥지는 않지만 익숙한 제2당인 민주당에게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 것이다. 게다가 그 민주당 후보가 기특하게도 야권 단일 후보라고 하니 구미가 당겼다. 이것이 실상이다.

셋째, 민주당을 빼놓고선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자타가 공인하는 후보경쟁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득표력을 보여 주었다. 반면에, 비민주당 야권단일후보가 나선 경기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의 득표력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요약하면, 미우나 고우나 민주당을 버릴 수 없다면 변화시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용적으로 민주당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당원들의 출신 지역을 고려하면 거의 호남향우회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30대 이하 젊은층의 존재는 미미하고, 신규 유입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명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민주당 대의원 구성에서 직업적 특성상 안정·성장을 선호하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관계에서 벗어나 있고, TV라는 감성매체에 익숙한 40대 후반 이상 여성의 비중도 높다. 이 모든 것이 현장에서 경험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사실이다.

그 기반으로 볼 때 지금의 민주당은 지역정당이고 노쇠 정당이고 보수정당이다. 이것이 말해주는 것은 간명하다. '지금의 민주당은 유권자의 많은 수를 구조적으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 반쪽 정당이다.' 이 위기가 조금만 더 진행되면 민주당의 위기는 붕괴나 고사 수준으로까지 발전할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10·3 전당대회가 중요하다.

혁신과 통합 실현할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18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묘소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민주당 천정배 의원, 정동영 의원, 손학규 상임고문, 정세균 의원이 묵념을 하고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지난 18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묘소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민주당 천정배 의원, 정동영 의원, 손학규 상임고문, 정세균 의원이 묵념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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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의 관점에서도 민주당의 왜소하다. 현 민주당의 정통세력이라 할 수 있는 DJ세력이 온전하게 당에 인입되어 있지 않다. 또 다른 정통세력인 친노세력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일부는 아예 당을 새로 만들었고, 또 일부는 제3의 지대에 머물러 있다.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포괄했던 세력의 일부도 당 밖에 있다. 문국현을 위해 뛰었던 세력도 따로 움직이고 있다. 시민단체와의 연대도 취약하다. 따라서 민주당의 혁신과 통합노력은 당위의 차원이 아니라 생존의 차원이라 하겠다.

민주당이 만약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이 당은 존폐의 기로에 설 것이다. 지금이야 어떻게 해서든 대권, 즉 정권을 교체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 강하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소권, 즉 작은 기득권이라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득세하게 될 것이다. 대권파가 위축되거나 떠나고 소권파가 당을 장악한 그 당은 비유컨대 '자민련의 호남 버전' 또는 'DJ 없는 국민회의'에 다름 아니다. 노동당에게 밀려 끝내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영국 자유당의 신세가 되는 것이다.

10월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운명을 결정할 '향후 2년'의 향배를 결정하는 계기다. 분열과 담합을 선택하면 2012년 패배할 것이고, 통합과 혁신을 선택하면 승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통합·혁신과 분열·담합을 가르는 잣대는 무엇일까? 통합과 혁신의 흐름(trends)을 강화하고, 그 흐름을 담지하는 인물을 과연 선택하는지 여부다.

민주당은 호남에 근거하되 전국정당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의가 옅은 충청과 수도권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대중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 시민사회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사회적 약자와 경제적 열패자를 대변하고 보호해야 한다. 또 있다. 당의 노쇠화를 막고 젊은층에 소구할 수 있는 패션과 문화, 정책과 인물을 가져야 한다. 게다가 범야권의 통합이나 연대를 위해 다른 정당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다행히도 민주당 내에는 이런 인물이 아주 없지는 않다. 예컨대, 안희정이나 이인영 같은 이다.  

원내 민주당이나 민주당의 보수블록과 달리 바닥의 민주당은 정권 탈환을 열망하고 있다. 당이 무엇보다 2012년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다. 당대표 적합도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전 대표가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권을 되찾기 위해선 세대교체와 젊은 정치, 충청과 수도권, 진보, 통합 등의 흐름도 필수요건이다.

이런 흐름은 지방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현실적 힘으로 정착됐다. 그들의 과제는 행정을 통한 변화다. 이 흐름의 다음 타깃은 정치다. 다행히 이 흐름을 상징하고 지향하는 인물이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다. 그의 선전, 나아가 당락은 민주당의 미래를 보여주는 '선행지표(a leading indicator)'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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