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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전당대회(9월 18일) 국면에 들어갔다. 7.28 재보궐선거 패배의 아픔을 씻어내고, 2012년 정권탈환을 위한 대장정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진행되는 꼴이 심상찮다. 과연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승리의 길'을 선택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비대위 첫 회의에서 전대준비위 구성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강창일 위원의 얘길 듣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비대위 첫 회의에서 전대준비위 구성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강창일 위원의 얘길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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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넘어 걱정이 앞서는 민주당의 행보

7.28 패배 이후 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아쉬움을 넘어 걱정이 앞선다. 뼈아픈 패배에도 대충 뭉개고 가는 모습은 여전했다. 법적 임기를 다 채운 지도부인데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미적거렸다. 게임의 룰을 정하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특정 정파 일색으로 채우고, 서로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것을 보노라니 차라리 민주당을 포기하고픈 생각마저 든다.

대표 없이 책임 없다. 자신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할 수 없는데 어떻게 그로부터 산출되는 결과에 승복할 수 있으랴. 특히 선거라는 표 계산을 통해 리더십을 선출해야 하는 전당대회라면 당연히 당내 여러 의견, 목소리, 세력을 대표하는 전대기구가 구성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물며 전당대회의 중요한 룰을 정하는 전대준비위 아니던가. 이는 마음의 협량을 넘어 중요한 불공정 행위다.

어떤 스포츠에서든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성패가 갈린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다. 룰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공정한 룰의 마련과 집행은 전대기구가 당원들의 다양성을 제대로 대표할 수 있는 인사로 구성될 때 가능하다. 그래야 토론이 가능하고, 담합이 방지되고, 그 속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하게 우려되는 대목은 앞으로의 결정이다. 특히 당의 진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지도체제와 관련해 전대준비위가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민주당 대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비공개 여론조사에 의하면 단일성 지도제체와 집단 지도체제 간에 지지여론이 팽팽하다. 물론 여론조사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지만, 그 여론조사로도 어느 것이 우월하다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선택의 문제다.

선택은 선택이되 어떤 선택이냐가 중요하다. 제도의 모델효과로만 감안하면 어느 것이 더 옳다고 할 수 없다. 각기 장점이 있다. 따라서 선택의 기준은 어떤 제도가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요컨대, 2012년 승리에 부합하는 제도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2년 승리와 관련해 집단 지도체제의 장점은 최고위원회를 차기 주자들 간의 경쟁 무대로 삼는 것이다. 상당기간 지도부 내에서 대권경쟁이 이뤄지도록 하고, 적정한 시점이 됐을 때 당의 대권 후보를 최종 선출하자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문제의식이다. 대권주자들에게 줄 수 있는 자리나 그들의 활동공간이 협소한 야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더욱 공감이 가는 안이다.

 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장상 후보가 정세균 대표,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세균-정동영-손학규' 3파전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 전당대회. 사진은 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7월 15일 서울 은평을 유세장.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박지원 원내대표가 장상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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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체제의 선택 기준은 수권능력 강화에 기여할지 여부

그런데 집단 지도체제엔 문제가 있다. 우선 첫째는 당의 리더십이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야당의 생명은 일사불란하게 강한 대오를 형성하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의 여권이 주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터이고 보면, 이를 상대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 대표에게 당을 책임 있게 이끌어갈 권한을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 노동당이 1997년, 영국 보수당이 금년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던 것은 블레어와 캐머런 당수의 강력한 리더십에 힘입은 바 크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집단 지도체제 하에선 대권 주자는 성장할 수 있으나 당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한나라당이 잘 보여주듯이, 지도부 안에서 최고위원들 간에 사사건건 티격태격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이 집단 지도체제의 일상적 모습이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최고위원 또는 대권 주자의 능력에 대한 검증도 가능해지고, 그들 중 누군가가 대중적 지지를 끌어올릴 기회도 갖게 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은 내부 갈등과 분열의 이미지를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소탐대실이다.

마지막으로, 당의 미래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지금 민주당에서 집단 지도체제를 도입한다면 대권주자들로 거의 채워질 게 불가피하다. 당의 미래를 짊어진 세대들은 지도부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것이다. 이것은 일상적인 정당정치 전략으로도 그렇지만,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세대교체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퇴행적이다.

집단 지도체제는 경험적으로도 실패한 제도다. 2000년 출범한 새천년민주당의 집단 지도체는 2002년 승리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집단 지도체제는 홍삼트리오 논란 등을 비롯한 온갖 악재와 비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끝없는 추락 끝에 부랴부랴 특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당의 골간을 다 바꿔야 했다. 열린우리당이 채택했던 집단 지도체제 역시 당의 기반 확대나 유력한 대권 주자의 양성은커녕 숱한 사상자를 냈고, 마침내 대선에서의 참혹한 패배를 초래했다.

현재 여당의 의석은 180석이다.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밀어붙이기에 여념이 없다.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되듯 여권의 힘은 아직 여전하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약하고, 견고하지 못하다. 대권 주자의 면면에서도 야권보다는 여권이 풍부하고, 경쟁력에서도 여권이 더 나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가 감당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텔리서치의 여론조사를 보면, 야권통합(30.5%)이나 인재 발굴 및 영입(17.3%), 선명성 강화(16.8%)와 집권능력 강화(15.4%) 등이다. 설문을 달리한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당의 안정(26.4%)과 당 쇄신(25.7%), 야권연대(11.5%)와 MB정권 견제(10.8%)로 나타났다. 두 여론조사는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런 과제들은 강력한 리더십 하에서만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따라서 누가 됐든 강력한 리더십이 당의 기반을 넓히고 수권정당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2012년 성패의 전제조건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선택해야 할 지도체제는 자명하다. 지도체제 문제를 세의 유․불리나 표의 득실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은 승리의 길이 아니라 패배의 길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이전에 견재해야 할 원칙이 있다. 최근의 여론흐름이나 선거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민의는 독선에 대한 거부다. 따라서 민주당도 하나의 제도만이 무조건 옳다는 도그마에 빠지지 않는 열린 자세을 가져야 한다. 단일성이든 집단이든 하나의 지도체제가 무조건 낫거나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다. 두 제도의 기저에 깔린 긍정적 의미는 가능하면 살려가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강력한 리더십, 대권 경쟁의 무대 제공, 세대교체의 의미를 동시에 살려가는 묘안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갑론을박의 삿대질이 아니다. 선의를 갖고 차분하게 상생의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전당대회가 반당대회로 진행되면 안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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