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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소로우의 <월든>(강승영 옮김/이레)은 오래도록 내 책장 한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언제 한 번 읽어야지 하면서도 책장에서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 '그래 이 책도 있었지' 하고 생각했을 뿐 손길이 닿지 않았었다. 내가 읽은 책이 내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이 또한 다 읽은 책은 아니다. 막상 읽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너무나 좋은 책이다.

 

아침에 침실에서 눈만 뜨면 지저귀는 새소리, 책상 앞에 앉아도 저만치 가까운 숲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항상 들을 수 있는 이곳에서 <월든>을 읽었다. 여름도 끝물, 발악하듯 더위는 연일 계속되고 매미는 마지막 노래인양 목청껏 울어대는데 나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에서도 숲과 새들을 만난다. 책 속에서 월든 호숫가와 소로우의 오두막, 숲 냄새, 고독과 고요한 숲이 펼쳐진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누구인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와 명성을 쫓는 화려한 생활을 따르지 않고 고향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로 돌아가 자연 속에서 글을 쓰며 인생을 보냈다. 생전에 그는 저술로 경제적 부와 성공과 명성은 얻지 못했지만 2년여 동안 월든 호숫가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생활한 경험을 기록한 책 <월든>은 19세기에 저술된 것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좋은 책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아니 오히려 각박한 현대문명 사회에서 더 절실한 이 시대의 산소 같은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작가 E.B.화이트는 '만약 우리의 대학들이 현명하다면 졸업하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졸업장 대신 <월든> 한 권씩 주어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그는 결핵으로 인해 44세의 나이(1862.5.6)로 생을 마감했다.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지 마라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강승영 옮김/이레)엔 소로우가 월든호수에서 모험처럼 보낸 자연친화적인 생활과 소로우의 정신세계와 구도자와 같았던 자유로운 삶의 추구 등이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은 1장에서 18장까지 '숲 생활의 경제학',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하여 살았는가', '독서', '숲의 소리들', '고독', '방문객들', '콩밭', '마을', '호수' 등 한 권의 책 안에서 각각의 이야기처럼 구성되어 있다. 특히 '숲 생활의 경제학'과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하여 살았는가', '독서', '고독', '숲의 소리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책 어느 장을 펼쳐도 그가 예찬한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고 깊은 사색에서 발현된 잠언 같은 글들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그는 현대문명사회에 대해 통렬히 비판하고 있으며 2년 동안 늘 바라본 월든 호수의 면면이 그의 깊은 사색과 사랑 속에서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가 2년간 살았던 월든 호수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된 동기는 첫 장 첫 글에 나타나 있다.

 

"이 글을 쓸 무렵 나는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마을 근처에 있는 월든 호숫가 숲 속에 집 한 채를 손수 지어 홀로 살고 있었다. 그곳은 가장 가까운 이웃과도 1마일쯤 떨어진 곳이었으며 나는 순전히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거기서 나는 2년 2개월 동안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문명 생활의 일원으로 돌아와 있다. 내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 우리 마을 사람들이 유달리 캐묻지 않았던들 나는 내 사사로운 일을 독자 여러분에게 드러내 보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p9)

 

그는 숲 속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 한 채를 손수 지어서 홀로 기거하면서 고독과 사색, 그리고 콩밭 가꾸기도 하고 이따금 그를 찾는 방문객들을 맞기도 하면서 계절마다 바뀌는 숲과 호수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살았다. 무엇보다도 소로우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기에게 알맞은 향기와 빛깔로 자기 삶을 살라는 것이리라.

 

사람들은 보통 대중과 다른 길, 흔히 유행처럼 흘러가는 같은 방향에서 다른 길을 가는 것을 꺼린다. 비겁하게 대중 속에 한 색깔로 숨는다. 자기 생각, 독특한 개성, 의견이 있지만 애써 무시하거나 방치하고 유행에 휩쓸려 간다. 결국 대세를 따른다.

 

헨리 소로우의 <월든>은 어느 시대보다도 바로 오늘 이 시대에 필요한 책이다. 성공지향주의, 맘몬숭배주의에 물든 이 시대에 왜 모두들 '이것만이 전부'인줄 알고 달려들 가는지, 자신의 삶에 대한 의문과 더 나은 삶은 없는지 자신의 삶의 색깔과 길을 찾는 이라면 소로우의 <월든>을 읽어볼 일이다.

 

내가 걷는 이 길에서 자신을 한 번쯤 일으켜 세우고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그는 말한다. "왜 우리는 다른 여러 종류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나의 삶을 과대평가하는 것일까?"(p33) 그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주는 광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소로우의 말을 빌려 본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여지껏 발견 못하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456p)

 

자연친화적 소로우의 녹색 삶을 통해 이 각박한 문명사회에서 푸른 숨을 쉰다. 모처럼 맑고 깨끗한 푸른 숨을 쉰다.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가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의도에서였던 것처럼,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고 인생을 깊게 살기를 원해서였던 것처럼, 그는 숲을 떠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내게는 살아야 할 또 다른 몇 개의 인생이 남아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숲 생활에 더 이상의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숲 속 경험을 통해 중요한 깨달음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다. 책 어느 장을 넘겨도 통찰력을 주는 메시지로 가득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는 '각자는 자기 자신의 일에 열중하며, 타고난 천성에 따라 고유한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한다. 헛된 현실이라는 암초에 우리 배를 난파시키지 말라고 한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p466)


월든 (예스 특별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2011)


태그:#월든, #소로우, #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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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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