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실크로드 역사 탐방
희망제작소 호프메이커스 클럽 회원들과 함께 중국 실크로드 역사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특히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는 약 160만㎢의 면적으로 중국 전체의 1/6을 차지하는 광대한 지역입니다. 중국 최대의 분지, 최고의 고원, 대사막, 대초원, 대고비, 대삼림은 웅대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간직할 뿐만 아니라 서방의 황금과 중국의 비단을 바꾸고 불교와 이슬람문화를 전한 동서문물 교류의 접합점입니다. 신장의 실크로드는 사막과 낙타로만 여겨지던 과거 버려진 길이 아닌 천태만상의 자연환경과 다채로운 민속, 유전과 가스로 이어지는 막대한 지하자원을 가진 성장잠재력이 무궁한 곳입니다. 우루무치에서 카스까지의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7박 9일간의 여행기를 종료합니다. <기자주>

중국에서 발행한 영문지도. 북한을 '조선'으로, 남한을 '한국'으로 두 개의 국가로 표기했다. 태백산맥도 북한의 시각을 반영한 '태백산줄기'(TAEBACK-SANJULGI)로 표시해 눈길을 끈다
 중국에서 발행한 영문지도. 북한을 '조선'으로, 남한을 '한국'으로 두 개의 국가로 표기했다. 태백산맥도 북한의 시각을 반영한 '태백산줄기'(TAEBACK-SANJULGI)로 표시해 눈길을 끈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희망제작소 실크로드 역사 탐방단 일행 67명이 우루무치에서 중국 서역의 변경 카스까지 7박9일 동안 여행한 거리는 2014㎞에 달한다. 50도에 육박하는 열사의 사막 유적을 돌아보는 동안 때론 걷기도 하고 석굴 내부를 돌아다니며 설명을 들었다.

20년 동안을 실크로드 현장에서 연구한 국립중앙박물관 민병훈 박사의 설명은 가이드의 설명과는 비교가 안 된다.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가이드도 뒤에서 설명을 들으며 적고 배우고 있었으니까.

이번 여행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문가가 동행해 역사적 실체와 각 유적의 실상에 대해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운을 잡은 셈이다. 각 유적에 대한 단편적 지식은 가이드의 설명으로도 족했다. 하지만 실크로드 전체를 보는 조망도는 일행의 눈을 뜨게 했다.

여행하는 동안 아쉬운 것 한 가지가 있다. 전문가로서는 더욱이 아쉬운 것 같았다. 민 박사가 우루무치 박물관과 여행이 끝나는 카스의  마지막 날에 당부했던 말이다.

박원순 변호사의 유적지 필기노트
 박원순 변호사의 유적지 필기노트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조은하씨의 필기노트
 조은하씨의 필기노트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기록은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혀 줍니다. 유적지를 방문할 때는 꼭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한국·일본·중국의 아시아 삼국 중 한국이 기록문화가 가장 뒤집니다. 기록문화가 발달해야 노벨상도 나옵니다."

여행 중 기록을 열심히 하고 있던 박원순 변호사의 노트를 봤다. 그리고 그의 가방 속에 들어있는 기록용 자료들을 살펴봤다. 파워포인트용 포인터, 볼펜 리필용 통, USB, 카메라, 수정펜, 와이브로, 대용량 USB, 포스트 잍, 스마트폰 충전기, 노트북, 명함세트, 비상용 전등이다. 박 변호사는 길을 가다가도 언제나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해 블로그에 올리고 자료로 사용한다. 그에게서 이번 여행을 끝마친 소감을 들었다.

빙하 앞에서 선 박원순 변호사
 빙하 앞에서 선 박원순 변호사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박원순 변호사의 가방에서 나온 필기 도구들.
 박원순 변호사의 가방에서 나온 필기 도구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끝없는 천산산맥,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의 광활한 사막 타클라마칸, 군데군데 흩어진 오아시스, 그 위에 세워진 도시국가들의 외로운 문명, 그곳에 길을 내고 문화를 잇고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들, 그 먼 거리를 걸어 진리와 법을 찾으러 갔던 구법승. 수천 년의 세월을 건너 그 고난의 길을 가는 것만으로 그 시대의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과 삶을 느끼고 호흡한다. 감사할 뿐이다."

이번 여행에 누구보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사람은 화성조란목장 윤여임 대표의 딸인 조은하씨다. 그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재단법인 고고환경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유적발굴과 연구에 바쁜 일정이지만 중앙아시아학의 최고라는 민 박사가 동행한다는 소식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녀의 소감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에 선 국립중앙박물관 민병훈 박사와 고고학 연구원 조은하씨
 타클라마칸 사막에 선 국립중앙박물관 민병훈 박사와 고고학 연구원 조은하씨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실크로드. 동서교역의 장이라니 한 번쯤 가보고 싶단 막연한 생각이 있던 곳이다. 마침 어머니의 권유로 기회가 생겼지만 짧지 않은 일정에 많은 망설임이 앞섰다. 하지만 민병훈 박사님께서 동행하신다는 사실 때문에 프리미엄을 얻어 무리한 휴가를 강행하게 되었다. 뜨거운 태양, 무더운 바람이 낯설었지만  태양보다 뜨거운 민 박사님의 열정은 나를 탐구의 열정으로 들뜨게 하였다.

미술사 분야는 아는 것이 거의 없어 민 박사님의 눈길이 내 메모 노트에 와서 닿으면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이 되었지만 중앙아시아학의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는 민 박사님과 함께 한다는 것은 역시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었다.

이 사막에 청춘과 열정을 고스란히 바치신 박사님의 강의에서는 가득 차서 흘러넘치는 학술적 풍요로움이 느껴졌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이란 울타리에 갇혀 학문에 대한 열정도, 노력도 잊고 사는 나의 일상을 반성하고 더불어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의 전공 백제 문화의 뿌리를 찾기 위해 훨씬 더 먼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여행경비의 수십 배가 넘는 값진 경험을 한 셈이다."

베제클리크 천불동에 2호차보다 일찍 도착한 일행은 차를 기다리다가 자연스럽게 중국의 발전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즉석 토론이 있었다. 일행은 그동안 실크로드를 여행하며 느낀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허선 선임 컨설턴트의 말이다.

빙하 앞에서 선 법무법인 화우의 허선 선임컨설턴트
 빙하 앞에서 선 법무법인 화우의 허선 선임컨설턴트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중국은 장구한 역사와 철학에 기반해 경제 발전을 이루고 세계의 중심에 서려고 합니다. 등소평 이후의 지도자들은 모택동의 공산주의에 기반을 두고 문화혁명 이후 질식된 경제를 시장경제체제로 수정 발전시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개혁·개방·혁신을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은 발전단계에서 보이는 모순이 잉태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발전이 진행되면서 개인소득의 증가에 따른 자유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독재정치체제와의  갈등이 그것입니다.

두 번째는 경제발전의 결과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계층간의 소득격차 문제이며, 마지막으로 지역간 발전격차에 따른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입니다. 이 구조적 문제는 중국 정치지도부의 유연성과 지혜, 역사적으로 쌓아온 통치 기술 등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고 실패하면 정치체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는 차치하고, 우리가 실크로드에서 봤던 지역간 발전격차는 소수민족, 이슬람과의 정치 통합이라는 면과 겹치면서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내몽고족, 위구르족, 티베트족 등 실체가 있는 소수민족이 겪는 소외감과 저항본능, 종교적 이질감, 경제발전 성과에서 표출된 소외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우리가 여행하며 봤던 터번을 쓴 코가 우뚝 솟은 위구르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중국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고 남이 중국인으로  보겠습니까.

계층간 소득격차는 내부 정책의 변환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지만 지역간·민족간 발전격차의 해소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관리가 실패할 경우 즉 변방을 가지고 있는 비용이 이익보다 더 지속적으로 커지는 경우 변방민족의 준 독립 또는 독립이 불가피하고, 이 경우 중국이 8개 또는 16개 나라로 분열될 것 이라는 학자들의 예측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몇몇 오아시스 도시에서는 선진국 도시 못지 않은 깨끗한 거리에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빌딩과 당나귀를 타고 가는 위구르족을 보았다. 당시 가졌던 미묘한 느낌은 허선 대표의 강의에 공감을 불어 넣었다.

중국에서 산 영문지도를 보면 우리 대한민국을 조선과 한국 별개의 두 나라로 표시했다. 더구나 태백산을 태백산 줄기라고 분명히 표기해 북한쪽 시각을 반영했다. 동북공정과 작년에 있었던 우루무치 인종폭동이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느껴졌다.

실크로드 사진전
 실크로드 사진전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캠퍼스 그리스 불가리어과의 유재원 교수가 내년에 있을 터키여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캠퍼스 그리스 불가리어과의 유재원 교수가 내년에 있을 터키여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문수

관련사진보기


초등학생부터 79세까지의 나이 차이와 다양한 직업이 함께 어우러져 동고동락하며 함께한 여행은 서로의 양보와 이해를 통해 더 많은 우의를 다졌다. 18일 선릉에 대한 문화해설에 이은 저녁 뒤풀이에서는 실크로드 여행사진전이 열렸고 최우수상에는 여수시민협 전 상임대표인 권혁세씨가 최우수상을 차지해 제주행 항공권을 받았다.

선릉 옆에 위치한 울돌목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실크로드 여행 반성회와 결산을 마친 일행은 내년 4월에도 전문가를 초청해 역사문화탐방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내년에 있을 터키 역사탐방에는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어문대학 유재원 교수가 가이드로 나설 예정이다. 유 교수는 한국·그리스 친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실크로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