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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 없이 확보한 증거물이나 압수조서는 증거능력이 없어 범죄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마약 전과 2범인 L(47)씨는 2008년 12월 서울 봉천동에 있는 한 횟집에서 A씨에게 "나를 수고시켜 놓고 잘 먹고 잘 살면 되느냐"고 소리치며 등산용 칼을 꺼내 겨누었다.

 

그런 다음 L씨는 식탁에 놓여 있던 소주병으로 A씨의 머리를 내려친 뒤 발로 턱을 걷어차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한편 L씨는 2007년 7월 서울 봉천동에 있는 주점에서 주인에게 주먹을 휘둘러 위협해 250만 원어치의 술을 공짜로 얻어먹는가 하면, 게임장 문을 빨리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종업원을 폭행해 코뼈를 부러뜨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결국 L씨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상해, 공갈 등의 혐의로 기소됐는데,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판사는 지난해 9월 L씨의 혐의 중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을 선고했다.

 

'횟집 사건'에서 경찰의 증거수집에 결정적 잘못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L씨의 집 근처에서 체포해 수갑을 채운 뒤 집으로 끌고 갔다. 압수수색 영장 없이 집안을 뒤진 경찰은 A씨를 위협했던 등산용 칼을 압수했고, L씨로부터 등산용 칼에 대한 임의제출 동의서를 받았다.

 

재판부는 "등산용 칼과 임의제출 동의서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위법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은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검찰이 항소했으나, 서울남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승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법한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봐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원심 판결은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끼친 위법이 없어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독수독과 이론'(독이 있는 나무는 열매에도 독이 있다)을 근거로 횟집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다만 공갈과 상해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ㆍ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한 헌법과 이를 이어받아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ㆍ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또한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한 등산용 칼은 경찰이 규정을 위반해 영장 없이 위법하게 압수된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따라서 이를 기초로 한 2차 증거인 임의제출동의서, 압수조서, 압수품 사진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며 "따라서 원심의 무죄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압수수색영장, #증거능력, #증거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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