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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했다던가. 언어는 생각의 집이라고. 착한 말을 하는 사람은 그 생각이 그만큼 올바른 법이고, 욕만 쏟아내는 사람은 그 생각이 몹쓸 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인 가운데에는 간혹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다.

〈삶이 메시지다〉
▲ 책겉그림 〈삶이 메시지다〉
ⓒ 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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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운 건 말은 참 고상한데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이 욕을 먹는 경우는 그 삶이 진솔하지 못한 탓에 있다. 삶이 아름답지 못한 신앙인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 행동은 사람들 뇌리에 오래도록 한 컷의 영상으로 기억된다. 참된 신앙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언어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행동의 변화도 더없이 중요한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크리스천의 참된 변화를 위해 산상수훈의 가르침을 주셨다. 마음이 가난한 자가 천국을 얻는다는 것, 온유한 자가 땅을 기업으로 차지한다는 것, 마음이 청결한 자가 하나님을 본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 도를 실천하는 자들이 곧 빛이요 소금이라 하셨다.

몰론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른 뺨을 치면 왼 뺨도 돌려대고, 오리를 가고자 하거든 십리를 가주고, 속옷을 달라하면 겉옷까지 주고, 원수를 미워하기보다 끝까지 사랑하고, 선행을 자랑하거나 과시하지 말고, 형제의 잘못을 보기 전에 제 들보를 먼저 보고, 넓고 편안한 길을 택하기보다 좁고 험난한 길을 택하여 살 것도 말씀하셨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끝머리에 있다. 산상수훈의 가르침을 곧이곧대로 행하는 자가 되라는 것이다. 그 가르침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버리면 결코 행동의 변화를 수반할 수가 없다. 이 땅의 크리스천들이 신실하다는 건 그만큼 예수님의 가르침인 산상수훈의 메시지를 삶으로 살아내는 이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러할까.

김기석의 〈삶이 메시지다>(김기석, 포이에마)는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산상수훈을 토대로 이 땅 위에 살아가는 크리스천들 각자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자신들의 삶으로 실천하길 바라는 뜻으로 엮은 책이다. 그것만이 이 시대의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가 될 수 있고, 그것만이 무거운 물동이를 이고 가는 사람들과 동행자가 될 수 있고, 그것만이 가슴이 울울한 이들에게 참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뜻에서다.

보통 새해가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주고 받는다. 그런데 김기석씨가  목회하고 있는 용산구 청파동의 '청파감리교회'에서는 '복되게 사세요'라고 인사한단다. 즉, 위로부터 받는 복보다 아래로부터 복된 삶을 사는 주춧돌이 되자는 뜻을 담고 있단다. 청파감리교회가 용산구라는 지역 위에 세워져 있듯이, 그곳 사람들의 애환과 아픔을 품고자 하는 모습도 이 책에 역력하다.

그가 강조하는 건 그것이다. 기독교인들이 이 땅에서 내몰리고 있는 무력한 사람들에게 설 땅이 되어 주는 것. 말 못하는 이들의 입이 되어 주는 것. 보지 못하는 이들의 눈이 되어 주는 것. 그 같은 것을 삶으로 엮어가자는 것이다.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것도 건물이나 잘 짜인 제도에 있는게 아니라 예수의 혼을 세우는 것이기에, 그래서 오늘날의 교회들이 예수님의 손발이 되자고 이야기한다.

그는 또 영성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도 더해 준다. 신앙인에게 영성(靈性)은 대단히 중요한 몫이다. 그래서 저마다 수도원과 기도원을 찾아가곤 한다. 그런데 그는 영성을 우스게 소리로 빗대어 말한다. 바로 영성(零性)이란 게 그것이다.

이른바 영성이란 자기를 텅 비워 영(zero)에 가깝게 하는 것으로 그런 사람일수록 영성이 깊은 사람이란다. 그것만이 남에 대한 원망이나 세상의 인기영합 그리고 세상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주님의 뜻을 온전하게 받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출발선에 설 일이다. 인간이 무너져 내린 폐허 위에 서서 손으로 발로 그 잔해를 걷어내고 그 위에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한다. 믿음으로 바닥을 다지고, 수직의 중심을 잡아 삶의 재료들을 쌓아 올리고, 기도의 골방과 사귐의 사랑방도 만들고, 사랑과 섬김으로 창문을 내고,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지붕을 삼아야 한다. 너무 늦은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을 지팡이로 삼아 볼 일이다. 우리가 일단 내달으면 그 분이 안아서 날라주실 것이니."(305쪽)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건가? 입술의 고백만으로 그치고 있는 이 땅의 크리스천들이 다시금 예수님의 가르침을 각자의 삶으로 살아내자는 뜻이다. 삶으로 드러나지 않는 신앙 고백은 단순한 공기의 진동으로 그칠 뿐이다. 그래서 그는 이 땅의 모든 크리스천들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을 허물고 삶으로 살아내는 주춧돌, 곧 반석과 같은 집을 짓는 신앙인들로 거듭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삶이 메시지다

김기석 지음, 포이에마(2010)


태그:#김기석, #산상수훈, #청파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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