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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사찰 피해자' "국가가 멀쩡한 삶 파괴"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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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7일 오후 5시]

 

"멀쩡한 한 국민이 권력에 의해서, 국가기구에 의해서 삶이 완전히 파괴돼버렸다. 지금도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회복하고 보상을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말이 없다. 국가에 의해 파괴된 삶을 국가가 계속 방치한다면 누가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할 수 있겠나."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56) 전 NS한마음 대표가 7일 검찰에 출두했다. 오후 2시경 김씨는 변호인과 함께 착잡한 표정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건물로 걸어왔다.

 

"'죽여버리겠다' 협박 때문에 가족들 문밖에 못 나가"

 

김씨는 기자들과 한 짧은 인터뷰에서 "저를 유죄 판단했던 기관에 다시 와서 수사를 받는다는 게 어색하지만 이게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법적·제도적 절차라면 성의를 다해 조사를 받겠다"며 조사에 임하는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경찰에서 '무죄' 처리됐던 김씨에 대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김씨는 "이번에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심지어는 '죽여버리겠다' 등 협박전화 때문에 가족들이 문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공포에 떨고 있다"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김씨의 신상이 일부 언론을 통해 상세히 공개되면서 친여 성향의 인사들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죽여버리겠다', '길 다니면서 조심해라' 등의 전화나 기사 밑에 달리는 악성댓글들 때문에 가족들이 거의 공포상태"라면서 "이 사건이 가지고 있는 본질은 제가 어떤 사람이냐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씨와 동행한 최강욱 변호사는 "일부 언론이 (김씨를) 흠집 내는 보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안 그래도 각종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로 인해 각종 협박을 받고 있는데 꼭 그렇게 해야겠냐"고 성토했다. 최 변호사는 이러한 언론들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공무원 중에 주식회사 대표이사라는 직책있나"

 

 

특히 김씨는 자신을 불법사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김씨가 민간인인줄 몰랐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내가) 민간인이라는 건 국무총리실 내부 보고 문건에 다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최강욱 변호사 역시 "총리실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무슨 회사의 대표이사 김종익이 나온다"면서 "대한민국 공무원 중에 주식회사 대표이사라는 직책을 가진 공무원이 있나 확인해 보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또 "이 사건에서 아주 중요한 증언을 해야 할 사람이 몇 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9월 자신에 대한 불법 사찰이 진행될 당시, 총리실 관계자와 면담을 했던 당시 국민은행 노무팀장·부행장, 총리실에서 자신과 이광재 의원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받았던 NS 한마음 경리직원, 동작경찰서에서 자신을 처음 조사해 무죄의견을 냈던 수사관 등을 두고 한 말이다. 김씨는 "그분들도 일종의 피해자지만, 피해의식을 넘어서 역사적인 증언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최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검찰이 이번 기회에 무엇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독립된 사정기관으로 존재하는지 꼭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의 허물이 분명히 있다"며 "자기의 허물에 대해서도 부끄럽지 않은 검찰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쥐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김씨를 사찰하고, 김씨의 거래처에 거래중단 압력을 넣은 경위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다음은 김씨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 한 말씀 해달라

"저를 유죄 판단했던 기관에 다시 와서 수사를 받는다는 게 어색하지만, 이게 한국사회가지고 있는 법적·제도적절차라면 성의를 다해 조사받겠다."

 

- 총리실에서 연락온 거 없었나.

"없다."

 

-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은 '민간인인줄 몰랐다'고 하는데 초반 조사과정에서 그런 걸 밝힌 적 있나.

"총리실에서 (나에게) 연락하거나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 국민은행 노무팀장이나 부행장이 그런 의사 전한 적 있나. 민간인인 줄 알면서 사찰했다는.

"그건 국무총리실 내부 보고문건에 다 나와 있다. 민간인이고 이렇다는 정황이 다 나와 있다."

 

- 지난해 10월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 내렸는데.

"법리적인 것은 변호사님께서 말씀 하시는 게 좋을 것 같고,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이게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최선의 절차라면 당당히 조사에 임하겠다."

 

- 조사받으러 나왔는데 기분 어떤가.

"그냥 담담하다."

 

- 제일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제가 말씀을 꼭 드리고 싶은 건, 언론에 계신 분들에게 말씀 꼭 드리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나 힘든 과정을 겪었는데 이번에 보도가 되고 하면서 심지어는 '죽여버리겠다' 이런 협박전화 때문에 가족들이 문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공포에 떨고 있다. 어제도 어떤 신문사에서 이상한 보도를 했다. 이 사건이 가지고 있는 본질은 제가 어떤 사람이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여러분들이 저를 보호해주셔야 하는데 이상한 기사를 쓰면서 가족들이 거의 공포 상태다.  '길 다니면서 조심해라'는 전화부터 기사 밑에 달리는 악성댓글들까지 아무리 그러려니 생각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도 없고 너무 공포스럽다."

 

- 총리실에 하고 싶은 말은 없나? 

"물론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이 됐는가 규명도 중요하지만 멀쩡한 한 국민이 권력에 의해서 국가기구에 의해서 삶이 완전히 파괴돼 버렸다. 지금도 힘든 과정 겪고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회복하고 보상을 하겠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국가에 의해 파괴된 삶을 국가가 계속 방치한다면 누가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 할 수 있겠나."

 

- 이번 조사 통해 가장 바라는 점 있다면.

"저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검찰이 수사를 성실히 할 걸로 보이나.

"그렇게 믿는다. 믿어야하지 않겠나."

 

- 오늘 가지고 온 자료가 있나.

"제출할 자료 없다. 이미 다 저희가 주장을 하고 언론에 말씀을 드렸던 것은 다 총리실 내부 문건이라든가 수사기록에 있는 내용이다. 그 기록은 당연히 검찰에서 가지고 있다."

 

- 함께 직장생활 오래해 온 분들도 힘드실 것 같은데, 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이 사건에서 아주 중요한 증언을 해야 할 사람이 몇 분 있다고 본다. 당초에 총리실 관계자로부터 최초로 그(거래중단 압력) 내용을 듣고 저에게 전해준 국민은행 노무팀장, 국무총리실에 가서 조치를 받고 (저에게 거래중단) 조치를 하겠다고 한 국민은행 부행장, 총리실에서 이광재 의원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사를 받은 저희 회사(NS 한마음)에서 경리직원 그리고 동작경찰서에서 처음 저를 조사해서 무죄의견을 냈던 수사관. 이 분들이 권력의 외압을 느끼지 않고 자기가 겪었던 것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는 건 언론인 여러분들이다. 그래야 그 분들이 증언해줄 수 있다. 그 분들도 일종의 피해자지만, 피해의식을 넘어서 역사적인 증언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태그:#김종익, #민간인 사찰, #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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