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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발전된 사회일지라도 다수의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일면의 모순이 생겨나고 발생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회 일면의 모순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사람과 사회마다 근본적 차이가 있다.

최근 국내 모 대학 재학생의 환경미화원 비하 사건은 한국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병폐이기도 하지만 사건 당사자를 비난하기 전에 그 사회의 구조적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근본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다양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지만 다름 아닌 사건발생의 근저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구조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에게도 풀타임 노동자와 똑같은 혜택 부여

영국 정부는 자국 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비자 신분의 유학생에게도 공식적으로 주당 20시간 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영국의 법정 근로시간 제한은 주 48시간, 학교를 떠난 18세 이상 젊은이들의 근로 제한시간은 하루 8시간 이상 주 40시간을 넘을 수 없다.

이에 비하여 중부도시 노팅험대학 클리너(청소)의 경우 풀타임 근로시간은 37시간이다. 이를 근거로 해서 노동자들의 근무 형태도 풀타임(full-time)과 파트타임(part-time)으로 구별된다. 주당 25시간 이상37시간 이하 일하는 노동자를 풀타임 근무자로, 그리고 25시간 이하를 파트타임 근무자로 분류한다.

나는 노팅험대학에서 학업 중이며 또한 현재 대학에서 학생비자 신분으로 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6시부터 9시, 매일 3시간씩 일하며 공부하는 유학생 가운데 한 명이다. 내가 일하는 장소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은 약 30명. 대부분이 영국 사람들이고 나를 포함한 5-6명 정도가 가나, 나이지리아, 독일 국적자이다.

연령 비율도 20대에서 40대 젊은 사람 비율이 70-80퍼센트로 가장 많고 50대 이상은 담당 수퍼바이저를 포함하여 대략 4-5명 정도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내가 학위(박사)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종종 나를 '닥터 클리너(Dr. Cleaner)'라고 부른다.

내가 일하는 공대 건물(Engineering Building)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주 15시간 파트타임 근무자가 80-90%를 차지하며 약 10%가 25-37시간 풀타임 근무자로 일하고 있다. 내게 정해진 근무시간은 주 15시간이지만 2-3차례 정도의 토요일 엑스트라 일까지 합하면 내가 일하는 주당 평균 시간은 18시간 정도. 나 또한 노팅험 대학의 파트타임 근무자(노동자)인 셈이다.

맡고 있는 주 업무는 교수와 박사과정 연구실을 비롯하여 배정된 장소의 강의실, 화장실 등을 청소하는 일로, 바로 얼마 전 한국 모 대학에서 재학생으로부터 모욕을 당한 환경미화원 그분이 학교에서 하는 일과 동일한 일일 것이다.

의자나 책상 부서짐, 화장실 고장 등과 같이 내가 일하는 곳에서 일어난 일 등을 수퍼바이저에게 알리는 것 또한 주어진 일 가운데 하나다.

영국의 세금(Tax) 제도인 페이에스유언(Pay As You Earn, PAYE)에 따라 직업을 갖고 수입이 발생하는 학생 또한 소득세(Income tax)와 무료 의료제도인 국가보건서비스를 위해 쓰여지는 NI(National Insurance) 비용 부담 대상이 된다.

그러나 2009-2010년 기준 1년 소득이 6475파운드(한화 대략 1295만원, 1파운드 2000원 기준)까지는 세금면제 대상이다(외국 학생의 경우 학업을 마치거나 다른 이유로 해서 영국을 떠나게 될 때 근로하는 동안 낸 세금의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카운슬 택스(Council tax) 부과 대상이 되지만 학생신분으로 면제된다.

나의 월급명세서
 나의 월급명세서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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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시간, 주 15시간 일해 받은 급여는 월 444.26파운드(한화 89만원 정도), 주 20시간이면 대략 580파운드(한화 116만원 정도)까지 받는다. 대학에서 청소하는 일로 주 평균 18시간 파트타임 근무자인 내 월급은 평균 500파운드(한화 약 1백여 만원) 정도다.

청소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연간 유급휴가 기간은 풀타임과 파트타임 노동자 간에 차이가 없다. 국가 휴일이 아닌 공식업무 기간 워킹데이(working day)로 풀타임과 파트타임 근무자(노동자) 동일하게 5주, 즉 25일이 공식 휴가로 주어지며 토요일, 일요일까지 합하면 35일이 공적으로 주어지는 휴가 기간이다. 25일 휴가는 유급휴가이므로 휴가 중이더라도 급여 처리되고 또한 1년 차 근로자라 할지라도 근무 연수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25일 주어지는 것도 특징이다.

휴가 사용은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 풀타임/파트타임 노동자가 원하는 아무 때나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휴가 예정 전 미리 휴가신청을 통해 알려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1일 휴가 예정이면 하루전, 2주 휴가사용 예정이면 2주전 건물 수퍼바이저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 청소업무의 위탁으로 고용불안

한국에서 청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소속은 대부분 외부 용역업체에 위탁되어 운영되는 형태로 대부분 비정규직 신분이다. 따라서 열악한 근로 형태뿐만 아니라 고용되는 순간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불안 때문에 최근 모 대학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근로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불이익과 차별에도 불구하고 고용유지를 위해 소리 없이 살아야 한다. 일종의 사회보장 사각지대로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 속에 놓인 어두운 현상이다.

이와 달리, 영국 노팅험 대학의 청소 업무는 대학 서비스(Domestic service)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며 여러 대학 부서 중에서 에스테이트 오피스(Estates Office)가 책임지고 있고 나는 여기에 소속되어 있어 속칭 노팅험 대학의 직원인 셈이다(직원카드 발급함). 근무하는 동안은 학교에서 함부로 일방적으로 고용해고 할 수 없기에 일하는 기간 동안 고용불안을 느끼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병가를 비롯한 도서관 이용, 학교 주차나 체육관 이용 등 교수나 각 학과(School)의 행정직원에게 부여하는 다양한 혜택들 또한 이들과 차이 없이 동일한 자격으로 누릴 수 있는 자격을 부여 받는다. 그래서 한국의 대부분 대학에서 환경미화원이 학교 내에서 변방 신분인 것과 달리 영국 노팅험대학에서 청소하는 파트타임 노동자인 나는 당당한(?) 직원으로서 신분과 고용 불안정을 느끼지 않고 학교 운영의 주체로 인식되고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규직과 동일한 직장과 역할에도 불구하고 4대보험은커녕 보장의 사각지대인 비정규직이 되는 한국과는 달리 영국의 파트타임 노동자는 일한만큼 늘어나는 소득차이 외에 풀타임 근무자와 고용상태나 다른 여타의 사회보장 혜택에 있어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청소 업무일지라도 학교 내에서 서로 다른 역할로 인식하기 때문에 일방적, 수직적 명령과 복종에 의해서가 아니라 협력과 파트너십(parternership)으로 도움(청소)을 요청하고 의뢰한다.

한국의 환경미화원 비하사건은 사회적인 문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대부분 개인에게서 찾으려는 경향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물론 이번 환경미화원 비하발언 당사자인 학생도 개인적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 당사자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환경과 제도적인 면을 살펴본다면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사회에서 일어나는 개인의 행동이나 선택이 개인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인가?'하는 논쟁처럼 사회에서 모순된 행동을 비롯하여 인간행동을 이해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론이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이를수록 개인 행동이나 선택이 개인적 요인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요소로 바라보는 사회가 전자보다는 좀 더 건강한 사회, 좋은 사회라고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A라는 사람이 a(가장 좋은), b(중간 정도), c(가장 안 좋은) 선택 중에서 c를 선택할지라도 A의 사회구조적 환경이 A로 하여금 c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모 대학 환경미화원인 그 분 또한 부인할 수 없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근로상태에 놓여있는 취약계층 비정규직 노동자란 사실이다. 어쩌면 이번 사건발생의 가장 근본책임은 다름아닌 구조적 사회모순속에 환경미화원을 비롯한 우리사회의 취약계층, 비정규직을 국가의 사회보장제도 아래 보호하지 못한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일어난 곳은 다름아닌 지식과 지성을 배우는 대학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지성에 의존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재발방지를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대학에서도 학생과 환경미화원, 용역업체, 그리고 대학의 구조속에 엄연한 사회구조적인 모순이 존재하고 있고 그런 구조적 모순을 방관하는 정부가 있기 때문이며 이런 모순된 구조아래 제2, 3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을 것인가.

풀타임과 파트타임 잡(job)으로 구별되는, 그러나 제도적 발전 덕에 일하는 만큼 발생하는 소득적 차이외 별다른 차이를 만들어 내지 않는 영국에 비해, 한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같은 직장 동일한 업무/역할에도 불구하고 하늘과 땅 이상의 차이라는 사실. 분명 이것은 구조적 결함인 것이다.

결국, 환경이 다를지라도 영국의 파트타임 노동자(청소)인 나와 한국의 환경미화원 그 분과는 근본적으로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있고 한국사회에서 일상 가운데 이해하기 힘든 사건 발생 저변에는 다른 사회와 대비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병폐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태그:#환경미화원, #풀타임,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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