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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참으로 독특하네!"

이구동성으로 터뜨리는 말이다. 여느 아구탕 집하고는 맛이 참으로 다르다. 맵기도 하고 고소하기도 하다. 미묘한 맛에 모두가 감탄한다. 아구탕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모두가 아구의 맛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이집의 아구탕은 다르다. 젓가락을 든 손을 놓아버릴 수가 없다. 입에서는 맵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손을 멈추게 할 수가 없다. 그만큼 탕의 멋이 독특하다.

산속의
▲ 아구탕 산속의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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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히게 잘 하는 아구탕집이 있다고 말할 때 건성으로 들었다. 더군다나 식당이 산속에 있다고 하여 더욱 그랬다. 아구탕 집이 산속에 없으란 법은 없다. 그렇지만 바닷가나 도심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 인해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 집을 추천하는 사람은 그럴 것이라는 표정으로 자신 있게 강조하고 있었다. 호언장담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번지 식당. 가는 길로 꼬불꼬불 하였다. 2 차선 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니, 샛길로 빠져나갔다. 2 차선 도로도 좁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려웠는데, 아예 시멘트로 포장한 새마을 도로를 달리게 되니,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자동차를 돌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안내하는 대로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도로의 맨 마지막에 서 있는 건물이 보였다. 주변에 가옥들도 없고 오직 식당 건물만이 서 있었다.

면
▲ 후식 면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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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곳에서 별미의 아구탕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전라북도 완주군 화산면에 위치하고 있는 간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런 식당이었다. 이렇게 깊은 산골에서 어떻게 맛있는 아구탕이 요리될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반신반의하는 태도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식당은 문전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근방에서 찾아온 손님들의 차가 아니었다. 대전이나 전주에서 온 자동차들이었다. 먼 곳에서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맛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미각을 즐기는 사람들임이 분명하였다. 거리를 상관하지 않고 맛을 찾아 이곳까지 왔을 때에는 분명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독특한 맛이 있을 것이다.

아구탕. 우선 콩나물이 달랐다. 집에서 기른 콩나물이라고 하였다. 콩나물이 어찌나 가는지, 바라보기만 하여도 입맛이 돌았다. 거기에다 육수의 맛이 아주 독특하였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별미였다. 들어보니, 식당의 주인만이 가지고 있는 비법이라고 한다. 다른 것을 종업원에게 가르쳐주어도 육수만큼은 주인이 직접 만든다고 하였다. 맛의 비법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먹으면 먹을수록 맛이 있었다.

만족스러운
▲ 미각 만족스러운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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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나오는 국수 또한 독특하였다. 아구탕 국물에 뭉툭한 면발을 그대로 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을 때에는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맛을 보니,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아구탕 국수의 육수의 맛에 면발이 배어들어서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을 내었다. 배는 찼는데에도, 맛 때문에 먹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면의 맛에 취할 수밖에 없었다.

깊은 산속에서 맛보는 아구탕 맛에 취하였다.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독특한 맛을 많이 즐겼다고 자부하였지만, 세상이 참으로 넓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맛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독특한 맛에 취하면서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맛뿐만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하였다. 한 번 뿐인 내 인생을 위하여 겸손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春城>

덧붙이는 글 | 단독



태그:#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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