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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자유의 숨

 

.. 그것은 또 몹시 흥취를 자극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유의 숨을 들이마시는 것만 같았다 ..  <툽뗀 가쵸/김인이 옮김-티베트 승려가 된 히피 의사>(호미,2009) 30쪽

 

 "흥취(興趣)를 자극(刺戟)했다"는 "입맛을 끌었다"나 "재미를 느끼게 했다"나 "내 마음을 건드렸다"나 "내 마음을 움직였다"로 다듬어 봅니다. "들이마시는 것만 같았다"는 "들이마시는 듯했다"나 "들이마신다는 느낌이었다"로 손봅니다.

 

 ┌ 자유의 숨을

 │

 │→ 자유라는 숨을

 │→ 자유로운 숨을

 │→ 자유가 가득한 숨을

 │→ 자유가 넘치는 숨을

 └ …

 

우리가 들이마시는 숨은 맑을 수 있고 맑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맑은 바람을 들이마신다면 "맑은 숨"입니다. "맑음의 숨"이 아닙니다. 맑지 않은 바람을 들이마신다면 "맑지 않은 숨"입니다. "맑지 않음의 숨"이 아니에요.

 

우리 몸과 마음을 감싸는 자유나 믿음이나 평화나 평등이라고 한다면, "자유로운 숨"이거나 "믿음직한 숨"이거나 "평화로운 숨"이거나 "평등한 숨"입니다. 또는 "자유가 넘치는 숨"이거나 "믿음이 가득한 숨"이거나 "평화가 넘실대는 숨"이거나 "평등이 어우러진 숨"이에요.

 

자유가 있다면 어떻게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믿음이 있다면 어떻게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평화가 있다면 어떻게 있고, 평등이 있다면 어떻게 있는지를 찬찬히 살피면서 들려줍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꾸밈없이 이야기하며 거짓없이 들려주면 됩니다.

 

 

ㄴ. 자유의 몸

 

.. 생애 처음으로 레오폴트는 일자리를 잃었고, 볼프강도 우아하게 자유의 몸이 되었다기보다 불명예스럽게 해고당했다 ..  <제레미 시프먼/임선근 옮김-모차르트, 그 삶과 음악>(포토넷,2010) 81쪽

 

"생애(生涯) 처음으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나 "나서 처음으로"로 손봅니다. '우아(優雅)하게'는 '어엿하게'나 '멋있게'나 '기쁘게'로 손질하고, '불명예(不名譽)스럽게'는 '명예스럽지 못하게'나 '이름이 깎이며'나 '남우세스럽게'로 손질하며, '해고당(解雇當)했다'는 '쫓겨났다'나 '내쫓겼다'나 '걷어차였다'로 손질해 줍니다.

 

 ┌ 자유의 몸이 되었다

 │

 │→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 자유스러운 몸이 되었다

 │→ 자유가 넘치는 몸이 되었다

 │→ 홀가분한 몸이 되었다

 │→ 시원한 몸이 되었다

 └ …

 

자유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자유의 길"이나 "자유의 나라"나 "자유의 목소리"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자유로운 길"이나 "자유를 찾는 길"이나 "자유가 넘치는 길"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나라"라든지 "자유 가득한 나라"는 다루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목소리"나 "자유를 누리는 목소리"는 생각하지 않아요.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자유길'이나 '자유나라'나 '자유목소리'는 거의 살피지 못합니다. "자유의 혼"은 말할 줄 알더라도 "자유로운 넋"이나 '자유넋'을 말하지 못해요.

 

가만히 보면, "사랑스러운 이야기"나 '사랑이야기'라고 하기보다는 "사랑의 이야기"라 하기를 좋아하는 오늘날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분들은 "평화의 기도"를 올리기만 하지, "평화를 바라는 기도"나 "평화를 찾는 기도"나 "평화를 부르는 기도"나 "평화를 사랑하는 기도"나 "평화로운 기도"를 올리지 않습니다. '평화기도'는 처음부터 헤아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날 사람들은 "자유의 대한"이라 하지 않고 "자유 대한"이라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자유 토론"을 할 뿐, "자유의 토론"을 하지는 않습니다. 알맞고 바르게 써야 할 자리에 알맞게 쓰는 흐름이 아예 없지 않습니다. 틀림없이 적잖은 사람들은 우리 말을 우리 말답게 잘 여미고 있습니다.

 

거듭 곰곰이 살피면, 오늘을 살아가는 이 땅 사람들한테는 "자유의 여신"이지 "자유 여신"이 아닙니다. 남녘 군대가 북녘으로 쏘아보내는 방송은 "자유의 소리"이지 "자유 소리"가 아닙니다.

 

아마 이 자리에서는 토씨 '-의'를 붙이지 않고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구나 싶은데, '-의'를 붙여야 말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의'를 씻어내며 알맞고 바르게 가다듬을 말과 글을 생각해야 합니다. '-의'에서 홀가분한 가운데 곱고 맑게 추스를 말과 글을 곱씹어야 합니다.

 

"자유 여신"이나 "자유 소리"가 어설프거나 모자랄 까닭이란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이름이 썩 내키지 않다면 "자유지킴 여신"이나 "자유지킴 소리"처럼 새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자유사랑 여신"이나 "자유사랑 소리"와 같이 새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자유나라 여신"이나 "자유나라 소리"라는 이름을 새롭게 떠올릴 수 있어요.

 

 ┌ 굴레에서 벗어났다

 ├ 얽매였던 끈이 풀렸다

 ├ 발목을 잡던 고리를 풀었다

 ├ 시원한 바람을 맛보았다

 └ …

 

굴레에서 벗어날 우리들입니다. 삶이고 넋이고 말이고 굴레에 갇히지 않아야 할 우리들입니다.

 

얽매는 끈을 풀어헤칠 우리들입니다. 삶자리에서고 마음바탕에서고 말밭에서고 우리를 얽어매고 있는 끈을 풀어헤쳐서 우리 스스로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발목을 잡는 고리를 풀 우리들입니다. 어떠한 틀에 갇힌다든지 이런저런 판에 박힌다든지 할 우리들이 아닙니다. 내 발목을 잡는 고리를 풀고 내 이웃을 잡는 고리를 풀 우리들입니다.

 

이리하여 시원한 바람을 맛보아야 할 우리들입니다. 시원한 삶에서 시원한 넋을 키우고, 시원한 넋으로 시원한 말을 뽐낼 우리들입니다.

 

맑은 삶을 찾으며 맑은 넋과 맑은 말을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고운 삶을 아끼며 고운 넋과 고운 말을 돌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밝은 삶을 누리며 밝은 넋과 밝은 말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태그:#-의, #토씨 ‘-의’,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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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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