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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신의도의 한 염전은 2009년 토판염전으로 바뀌었다. 무려 23년만의 복원이었다
 신안 신의도의 한 염전은 2009년 토판염전으로 바뀌었다. 무려 23년만의 복원이었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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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판염. 말 그대로 흙을 다진 판 위에서 생산되는 소금이다. 소금이 식품으로 분류된 요즘, 이젠 소금도 맛으로 접근해야 한다. 소금이 간만 맞추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소금 자체적으로도 맛이 있어 소스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 부합하는 게 바로 토판염이다.

그런 이유로 최근 맛객의 미식쇼에 이 토판염이 자주 등장하는데, 민어나 갑오징어, 천중어 같은 회를 간장이 아니라 소금에 찍어서 먹기도 한다. 회가 지닌 고유의 단맛을 느끼는 데에는 토판염만한 게 없을 정도다. 토판염을 깨물면 산미와 함미, 감미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마그네슘에 의한 짭쓰름함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진다. 이는 내 미각에 의한 판단이지만 과학적인 분석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토판천일염과 장판천일염에 대한 성분분석 결과, 토판천일염의 염화마그네슘과 황산마그네슘, 염화칼륨 등 간수성분이 장판천일염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5월 24일 밝혔다. 회와 토판염의 궁합이 한 미식가의 기괴한 미각만행이 아님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좋은 토판염이지만 불행하게도 현재 생산되고 있는 천일염은 대부분 장판염이다. 바닥에 장판이 깔린 염전에서 생산하고 있다.

장판천일염은 토판천일염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결정체가 생성되고 있다
 장판천일염은 토판천일염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결정체가 생성되고 있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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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염은 소금 결정체가 깨끗하고 맑아 수정체와도 같다. 시간이나 노동력에 비해 생산량이 토판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마법과도 같은 장판염으로 인해 토판염의 명맥이 끊기게 된 건 당연지사. 한때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바람이 놋그릇을 사라지게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만 장판염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흙과 차단되었기에 무기질이나 미네랄 함유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판염이 장점도 있지만 결정적인 단점도 있는 셈이다.

맛객이 장판천일염이 아니라 토판천일염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표면적인 이유와 편리성만 추구해서 퇴출되었던 놋그릇이 다시 진가를 인정받고 있듯이 이젠 토판염도 다시 부활할 시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왜 토판염인가? 토판염은 각종 천연 미네랄 함유량이 장판염보다 월등히 앞선다. 미네랄 성분이 많다는 얘기는 소금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마그네슘 함량이 적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당연히 쌉쓰름한 맛도 덜하다. 그렇기에 신맛과 단맛, 짠맛의 조화는 왜 토판염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한국 음식이 짜진 이유는 토판염 때문?

사람들은 가끔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고 가치를 매길 때가 있다. 소금도 그렇다. 꽃소금이나 맛소금이 천일염보다 저염이라고 믿는 사람 많다. 이는 고운 게 더 순하다는 관념에 지배당한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토판염은 꽃소금은 물론이고 장판천일염보다 저염이다. 이는 미네랄 함유량의 차이 때문이라고 앞서 설명했다. 토판염이 천일염보다 저염인데 한국 음식이 짜지게 된 원인으로 토판염을 든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얘기만도 아니다. 20~30여 년 전 토판염이 자취를 감추면서 장판염이 대세가 되었다. 장판염은 토판염에 비해 짜지만 맛은 덜하다. 따라서 동량의 소금을 넣었을 시 토판염에 비해 음식의 맛이 떨어진다. 당연히 소금을 더 넣을 수밖에 없었을 터.

여기에 입맛이 길들여지다 보니 오늘날 염도가 높은 음식들이 판치게 된 것이다. 음식이 짜진 이유로 토판염을 든 근거가 여기에 있다. 염도 높은 음식이 건강에 해롭다는 게 상식으로 된 요즘, 토판염이 사라지면서 국민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本物소금 토판염을 찾아서...

토판염을 찾아서 신안군 신의도로 들어가고 있다.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 걸리는 거리다.
 토판염을 찾아서 신안군 신의도로 들어가고 있다.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 걸리는 거리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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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객은 지난 5월 20일경 천일염의 고장 신안군 신의도로 들어갔다. 토판염을 생산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였기 때문이다.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여 경과 후 드디어 신의도에 발을 내렸다.

신안군에는 총 830여 개의 염전이 있고 이중 300여 개가 신의도에 있다. 증명이라도 하듯 염전은 소나무가 대부분인 산과 산 사이사이마다 길게 펼쳐져 있었다. 하늘 위에서 보면 전갈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많은 염전 중에 토판염 비율은 극히 미미한 상태로 겨우 3~4농가가 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후면 토판염 생산량이 대폭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내 전망이다.

신안군이 선정한 소금장인 박성춘 신안머드쏠트영농조합법인 대표가 토판염전에서 생성되고 있는 소금을 살펴보고 있다
 신안군이 선정한 소금장인 박성춘 신안머드쏠트영농조합법인 대표가 토판염전에서 생성되고 있는 소금을 살펴보고 있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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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객이 만난 신안 머드쏠트영농조합법인 박성춘 대표는 신안군에서 선정한 5인의 소금장인 중 한 명이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늘 그렇듯이 박 대표의 첫인상에서는  신뢰가 묻어났다.

토판염과 장판염은 같은 시기에 생산을 시작했지만 그 차이는 확연하게 달랐다. 한눈에 봐도 장판염이 토판염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소금이 생성되고 있었다. 왜 많은 염전들이 토판염을 뒤로 하고 장판염으로 바꾸게 되었는지 백문이 불여일견인 순간이었다. 이곳도 장판염만 생산하다가 작년에 들어서야 토판염을 첫 수확하였었다. 자그마치 23년 만의 토판염 복원이었다.

이렇듯 토판염 명맥이 끓기게 된 건 장판염에 비해 쉽지 않은 작업환경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토판염은 소금 생성만 더딘 게 아니다. 막 긁어도 되는 장판염과 달리 기술적으로 긁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많은 노동력이 든다. 그렇지만 사람을 써서 부릴 수도 없다. 긁어모은 소금을 담는 일은 나머지 사람들이 한다지만, 모으는 일만큼은 전적으로 박성춘 소금장인 혼자의 몫이다. 이렇듯 토판염은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높이는 장판염과 달리 자연적인 환경에 인간의 정성만을 더 할뿐이다.

토판염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좌측은 토판염이고 우측은 장판천일염이다. 색상에서도 그 차이가 보인다
 좌측은 토판염이고 우측은 장판천일염이다. 색상에서도 그 차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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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린 시절 기억하는 소금은 지금처럼 하얗지 않았다. 거무튀튀한 회색빛이 감돌았다. 지금 생각하면 토판염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랬던 소금이 언젠가부터 하얀 소금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그때도 지금처럼 토판염에 미네랄이나 무기질 성분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굳이 하얀 소금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일단 눈에 보기 좋은 하얀색 소금이 상품으로 보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지금도 하얀 소금만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꽃소금, 맛소금이 깨끗함을 무기로 계속 팔려나가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난 혀가 아릴 정도로 쌉쓰름한 꽃소금이나 느끼해서 속이 메스꺼워지는 맛소금은 공짜로 줘도 싫다.

특 토판염(左)과 보통 토판염(右)
 특 토판염(左)과 보통 토판염(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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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 팔리는 토판염은 일단 빛이 어둡다. 토판에서 생산되었으니 당연한 일일 터.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게 색이 어둡다면 그것 역시 의심해봐야 한다. 칡냉면도 보리 태운 것을 갈아 넣어 색을 어둡게 연출하지 않는가.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누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나 역시 토판염을 찾아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토판염은 거무튀튀할 것이란 관념에 지배 당했었다.

하지만 산지에서 본 토판염은 잿빛이 아니라 우유빛이었다. 마치 오징어가 선도를 잃으면 투명한 느낌에서 하얗게 변한 상태처럼 토판염도 그랬다. 즉석에서 장판천일염과 비교해 보았다. 장판천일염은 토판염에 비해 훨씬 투명한 느낌이었다. 무기질을 비롯한 미네랄 함유량의 차이 때문으로 보였다. 내가 본 토판염이 우유빛이라고 해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어두운 때깔의 토판염이 가짜라는 얘기는 아니다. 소금의 질 차이가 색상의 차이도 만들기 때문이다.

1등과 2등급의 경계는 위와 아래의 차이다. 즉, 염전에서 긁을 때 1차적으로 긁는 소금이 1등급이다. 당연히 흑의 색을 덜 받아 뽀얀 우유빛을 띤다. 2등급은 두 번째로 긁는 소금으로 색상이 살짝 어두운 편이고 염도도 더 높다. 시중에 유통되는 토판염이 대부분 이 부류에 속한다. 그래도 일반 천일염보다는 낫다. 앞으로 토판염이 우리 식탁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기대가 크다.

토판염에는 무기질과 미네랄이 많고 마그네슘은 일반 천일염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쓴맛과 짠맛이 덜한 이유가 있다.
 토판염에는 무기질과 미네랄이 많고 마그네슘은 일반 천일염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쓴맛과 짠맛이 덜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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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소금, #토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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