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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시 앞둔 고교생 "토요일엔 하루종일 쉰다"

9월에 시작된 프랑스의 학기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6월 말이면 모든 학교가 1년 학기를 마감하고 두 달이라는 긴 여름방학에 들어가는데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은 그 전에 바칼로레아 대학입시를 치러야 한다.

6월 17일 시작되는 바칼로레아를 앞두고 많은 고교 졸업생들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대입시를 코앞에 둔 프랑스의 고등학생은 어떻게 시험준비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 졸업생을 만나보았다.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피에르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피에르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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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자기 소개를 해달라.
"내 이름은 피에르인데, 파리 10구에 위치한 록로아 셍 레옹 사립학교의 테르미날(3학년 졸업반)에 다니고 있다. 나이는 17세다."

- 바칼로레아 시험이 얼마 안남았는데 요새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알려달라.
"평소처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8시까지 학교에 등교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되는 오전 수업을 듣고 1시부터 2시 사이에 점심을 먹는다. 이후 2시부터 오후 5시나 6시까지 다시 오후 수업을 받는다."

- 그럼 일주일에 받는 학교 수업이 몇 시간이 되는 건가?
"일주일에 5일제 수업이므로 대략 35-36시간이 된다. 하루에 7시간 정도의 수업을 받는 셈이다."

- 방과 후에는 무엇을 하는가?
"방과 후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학교에 남아 친구들과 얘기하며 같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나서 집에 도착하면 6시나 7시가 된다. 가족들과 저녁을 같이 하고 조금 쉬다가 9시에서 11시까지는 방에서 혼자 공부를 한다."

- 바칼로레아를 3주 앞둔 지금 특별히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지 새벽 늦게까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공부하지는 않는다. 바칼로레아를 앞두고 며칠 동안의 빈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때는 하루 종일 공부를 할 예정이다."

- 그럼 주말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토요일엔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하고 일요일은 대신 하루 종일 공부를 한다. 취미 생활로 기타를 치고 컴퓨터와 친구 만나기 등으로 여가 활동을 보내고 있다."

대입시 코앞이지만 스트레스 받을 일 없다

사립학원 시스템이 거의 없는 프랑스에서는 피에르처럼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집에서 혼자서 복습과 예습을 철저히 하면 반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 일부 학생들은 부모들이 학업을 도와주는 경우도 있지만 피에르처럼 혼자서 자립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도 많다.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인 입시 지옥의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학교에서, 사설학원에서, 집에서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는 한국 학생들과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방학 때도 쉴 틈 없이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생각나 피에르에게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보았다.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설마 여름방학에 아예 책과 담을 쌓았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방학 초기 2주 동안만 매일 하루 종일 공부를 하고 나머지 6주 동안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스포츠나 (VTT, 산악자전거) 여가 활동으로 여유 있는 방학을 보냈단다. 본인은 모범생이니까 처음 2주라도 하루 종일 공부를 했지 2개월 동안 아예 책을 쳐다보지도 않는 친구들도 많다고 한다.

당연히 바칼로레아가 3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스트레스 받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 학교 수업만 따라가면 '박'(바칼로레아의 줄임말) 패스 걱정할 일 없고 개인 생활을 할 여분의 시간도 충분하므로 전반적으로 만족스런 고등학생 생활을 보내고 있다는게 피에르의 의견이다.

바칼로레아 시험을 보고 있는 프랑스 학생들.
 바칼로레아 시험을 보고 있는 프랑스 학생들.
ⓒ lepoint.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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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 "그래도 수업량이 많다"

한국 학생들에 비해서는 천국 생활을 누리는 프랑스 학생들이지만 프랑스 일부 전문 교육가들은 프랑스 학생의 수업량이 많다고 우려한다. 현재 프랑스 초등학교는 일주일 4일제로 28시간의 수업 시간을 갖는다. 중고등학생은 일주일에 4.5일제로 25-28시간의 수업량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수업량은 나이에 따라 감안되어져야 하는데 이상적인 것은 5-6세에 해당하는 유치원생의 하루 수업량이 5시간, 10-11세에 해당하는 초등학생의 하루 수업량이 6시간이다.

프랑스의 초, 중고등학교에서 일주일에 4일이나 4.5일제 수업을 실시하는 것은 균형 잡힌 일주일 리듬을 위해서이다. 월화 이틀 동안 학교에 가고 수요일 하루 쉬고 목, 금, 토요일 오전까지 이틀 반 공부하고 하루 반 주말을 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학교 리듬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1년 학교 시스템도 이와 같이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균형 잡힌 리듬을 주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9월 신학기가 시작되고부터 7주 공부하고 2주 방학을 맞는다. 이런 사이클이 4번 지나면 긴 여름 방학이 돌아온다. 

2주 방학을 주는 이유는 학생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소의 기간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학교나 직장 생활의 빠른 리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린이나 어른들 모두 4-5일의 기간이 필요하므로 방학 2주째가 되야 학생들이 정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학교 리듬에 적응하는데도 4-5일이 필요하므로 2주 방학이 충분치 않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2주 방학 기간을 더 늘이고 대신 여름 방학을 줄이자는 의견이 여기에서 나오고 있다.

뚜르 대학 교수이며 연대심리학자인 르네 클라리스는 최근 <르몽드>의 독자들과의 채팅에서 아이들이나 학생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개인 성장에 발달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방학 동안에는 공부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여가나 취미, 문화, 스포츠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전에만 수업, 오후에는 스포츠 집중하는 실험학교 운영

지난 5월 25일 뤽 샤텔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9월 신학기부터 새로운 실험학교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오전에만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특별활동과 스포츠를 중점적으로 실행할 이 실험학교는 우선 아카데미별로 2-3개 학교를 선정하고 한 학교에서 2-3개 클래스를 정해 실행할 예정이다.

과도한 수업량으로부터 학생들을 해방시키겠다는 요지인데 이 실험학교가 성공하면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에 있다. 이미 독일은 오래 전부터 이런 시스템을 운영해오고 있다.

막중한 학교수업과 그에 못지않게 과도한 사교육의 사슬에서 우선적으로 해방되어야 할 대상은 한국 학생들인데 나름대로 편안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프랑스 학생들에게 또 다시 더 많은 자유의 기회가 주어졌으니 인생은 참 불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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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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