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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간격으로 주야간 맞교대, 주당 평균 노동시간 60~70시간, 토요일까지 정상근무, 일요일 잔업근무. 그렇게 한 달을 꼬박 살아내고 손에 쥐는 월급은 150만 원. 그래도 3개월 쯤 지나면, 이름도 거룩한 '정규직' 사원이 될 수 있다! 그렇게 3개월을 꽉 채운 그는 요즘 고민스럽다. 정규직이 되면 시급은 조금 올라도 세금 떼이면 월급은 고만고만한데다 상여금도 없다. 반면 회사 지시에는 더 따라야만 하는, 즉 권리보다 의무가 더 많아지는 셈이다."

 

이 이야기는 300명이 넘는 노동자에, 서너 개 계열사까지 거느린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의 생생한 현실이다. 이 회사, 얼마 전에는 매출 올랐다고 회식까지 시켜줬단다. 그러나 이 청년은 늘 고민이다.

 

한 달에 한 번 쉴까 말까 하며 일해도 버는 건 140~150만 원. 이는 월세, 세금, 휴대폰요금, 부식비 60만 원, 학자금 대출 이자, 단체 후원금 등에 기타 잡비 일부로 빈틈없이 지출된다. 결국 한달 여윳돈은 20~30만 원. 이 돈으로 교통비에 문화생활, 사람들 좀 만나면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한다. 그 후 통장 잔고는 다시 '0'. 처음부터 다시 한 달을 시작하는 셈이다. 회사를 옮겨 볼까? 하지만 어딜 간들 다를까? 주변 사람들의 엇비슷한 체험담은 그의 발목을 꽉 붙들어 맨다.

 

'생존'에 급급한 삶, 진짜 '해봐서' 아나?

 

세간에는 청년실업문제가 화두다. 선거까지 겹치다보니 웬만한 분들은 죄다 '청년'을 걸고 넘어진다. 그 와중에 나라의 방향키를 잡은 분은 자꾸 '눈높이를 낮추라' 한다. 물론, 모두 대기업만 쫓다보면 대부분 질식사할테니 눈높이 조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분께서 늘 강조하는, "노점상도, 비정규직도 해봐서 알고, 배도 만들어 봐서 알 듯" 하다는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투 아웃 투 쓰리 풀카운트에 몰린 청년들에게 '닥치고 눈높이 낮춤 마구' 따위를 던질 수는 없을 게다.

 

지금 청년들은 삶을 산다기보다는 '살아남기' 급급하다. 물론 생활정보지에는 하루에도 수 천 수 만 건의 구인광고가 오르내린다. 하지만, 청년들이 정상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정말 필요한 게 뭘까?

 

'먹고 살 걱정, 병원비 걱정, 부모님 부양 걱정, 집 값 걱정, 결혼자금 걱정'만 없어도, 일이 힘들고 임금이 적어도 지금처럼 살벌한 일상은 아닐 게다. 일 할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선택'이 곧 '나'를 잃게 되는 늪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좁은 선택지 앞에 무한정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긴 '구직단념자' 생활을 끝내고 노동자로 살고 있는 필자가 직접 '해봐서 아는' 이야기이다. '청년노동자'로서 한 가지만 당부하고 싶었다. 부디 이 사회가 우리 청년들의 문제에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길…. 타고난 시절 탓에 사상 최대 경제 위기를 두 차례 얻어맞고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청년들에게 사회적인 미안함을 갖는 것, 정상적인 사회라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월간 <노동세상>(www.laborworld.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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