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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최악일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학생유권자연대 U2'와 함께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독려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학계, 종교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기성 세대의 '편지'를 통해 기성 세대와 젊은 유권자들이 교감하는 선거 혁명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마음이 왜 이렇게 심란한지 모르겠습니다. 천안함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남과 북이 '겁쟁이 게임'으로 치닫는 현실은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강공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북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우리 민족 구성원들일 얼마나 고통 받았습니까? 불과 100년 전 일입니다. 해방된 뒤, 5년 만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 전쟁은 전 세계 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우익 독재와 군사 통치를 합법화하는 도구로 이용되었습니다.

이 전쟁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납북 인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고통은 그 자녀들에게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우리 사회의 큰 어른들이 된 그 수많은 민중들은 냉전 대결 속에서 외면과 감시를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역사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계속 과거의 실패를 되살리고 있습니다.

정부에 묻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동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호국추모실 복도 양 옆으로는 6·25 전쟁영웅 21명의 흉상이 놓여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동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호국추모실 복도 양 옆으로는 6·25 전쟁영웅 21명의 흉상이 놓여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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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부가 어디 있습니까?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면, 정부는 마땅히 해명할 책임(accountability)이 있습니다. 국방의 주무 책임 부서에서 그냥 침묵하는 것은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천안함 등 국방 안보 문제에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으로서 국방부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분명히 해명해야 합니다.

이런 정부가 어디 있습니까? 천안함 문제를 외교,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무력시위로 해결하려 합니다. 국민들과 해외 언론들도 전쟁의 가능성에 불안해하며 촉각을 세우고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일방적인 무력시위 계획만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정부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부 말대로 천안함이 북의 어뢰에 의해서 격침되었다고 하더라도, 국방을 책임진 대통령이 사과 한마디 않고, 국무총리와 국방장관 등 정무직 공무원의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도 없습니다. 관련 군 책임자들의 인책을 하지 않는 것 또한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국방과 안보가 정권 안보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런 모순이 어디 있습니까? 그렇게 북한의 침략이 다급하다면, 정부는 파병 나가 있는 자이툰, 동의, 상록수 부대뿐만 아니라 소말리아 해안에 파병된 군대들을 모두 복귀시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파병 군인들을 복귀시키지 않고 북한의 침략 운운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그런 계획이라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편한 정부가 어디 있습니까? 군 내부의 시스템이나 기강에 책임을 진 대통령이 '북한'을 탓하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탓합니다. 그러면 대통령은 왜 있습니까? 과거 정권이 안보를 해이하게 했다고 말하면 그만인 참 편한 대통령이고 정부입니다. 군사 훈련을 하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사병들의 부재자 투표의 결과가 어떨지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후반기 통치전략 '신냉전'

최근 상황에서 제가 느끼는 불안함은 이번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는 것이냐가 아닙니다. 민주적 절차와 합의는 실종되고 이 정부가 일방주의를 넘어 신냉전을 후반기 통치 전략으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누가 먼저 한반도 위기 상황을 만들었는가의 논쟁은 지난 냉전 기간 동안 독재권력이 편리하게 사용했던 사술입니다.

제대로 된 국가와 정부라면 이 안보위기를 평화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어떻게 평화체제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민주국가라면, 바로 그런 역량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안보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야당과 국민에게 공식 브리핑을 하고 협력을 구하는 과정은 생략한 채 딱 한 차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초당적인 문제'라고 말만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천안함 문제의 본질은 현 정부의 안보무능이자, 책임의식 부재이고, 국민 없는 그들의 안보 문제라는 점입니다.

이제 우리사회는 북진 통일론을 주장하던 이승만 시대로 다시 회귀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런데 그 때와 지금 상황이 같을까요? 50년대 우리는 대외 원조 경제에 의존해 있어 전쟁과 안보 문제가 경제에 반영되는 폭이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경제의 대외 상호의존성이 굉장히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보 문제는 여러 가지 국정현안과 관련해 신중해야 합니다. 종합해 보면 이 정부는 안보와 국방을 선거에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불안합니다. 우리가 목숨 바쳐 일궈온 민주주의가 단 한 번에 강탈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나의 투표를 넘어 시민으로 행동할 때

24일 인천 부평역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젊은 층의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4일 인천 부평역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젊은 층의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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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닙니다. 나의 양심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래도 나는,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벌여 왔고 이를 지지했던 많은 국민들이 다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변절한 일부 사람들은 내버려 둡시다.

모든 선거는 집권 세력의 공과에 대한 심판입니다. 나는 이 정부가 오만하고 국민 위에 군림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시대의 시민으로서 당당하게 투표하겠습니다.
선거는 권리입니다. 권리는 행사할 때 힘을 발휘합니다. 투표를 하면 정치가 국민에 복종합니다. 저조한 투표율로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이제 청년 학생들이 나서야 합니다. 학생들의 투표 참여를 권합시다.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교육시켜 주십시오. 투표권 없는 우리 자식들도 정치와 정책에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훈련을 당연히 해야 합니다.

우선 어버이되는 분들이 실천해야 합니다. 아이들과 공약을 하나 둘 짚어 가면서 고민하고 대화하고 투표장으로 갑시다. 반독재 투쟁에 나섰던 40대와 50대 시민들도 나서야 합니다.

내가 관계 맺고 있는 생활 공동체 사람들에게 투표할 것을 권하겠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나의 주권을 행사하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자존심인 투표를 할 것을 권하겠습니다. 우리 자식들이 선거가 권리이고 출마자들은 검증받고 심판받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토론하겠습니다.

나는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권리이자 공동체 구성원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 선거를 앞두고 지금 당장부터 딱 두 가지는 하겠습니다. 첫째 하루 10통씩 지인과 친인척들에게 전화하겠습니다. 둘째 아들과 딸과도 토론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이제 행동을 합시다.

덧붙이는 글 | 이창수 기자는 새사회연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태그:#지방선거, #투표, #이명박, #천안함, #신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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