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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에 소재한 대한민국 술 박물관. 술에 관한 방대가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 대한민국 술 박물관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에 소재한 대한민국 술 박물관. 술에 관한 방대가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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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583번지. 구 구이면사무소에 새롭게 문을 연 '대한민국 술 박물관'. 겉모습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옛 청사 마당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석비 하나가 보인다. '술타령'이라고 적힌 시비다.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

술타령이 적힌 시비.
▲ 시비 술타령이 적힌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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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님 호가 '주당'이라네

우리 술꾼들이 즐겨 찾는 시의 한 구절이다. 아무리 추워도 옷을 사 입지 않고, 술을 사 먹는다는 구절이 일품이다. 관리를 하는 분에게 박물관 안을 촬영하겠다고 헸더니,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에서 왔다고 명함을 건네자, 박영국 박물관 관장이 직접 밖으로 나와 안내를 하신다.

명함을 받아보고 한참이나 웃음을 참았다. 명함에 쓰인 관장의 호가 '주당'이다. 1층 안으로 들어가니 술에 대한 모든 것이 나열되어 있다. 예전 술을 빚는 기구부터 시대별 술병. 누룩을 분쇄하는 기구며 각종 술독. 그리고 시대에 따른 변천을 알 수 있는 소주병. 아주 오래 전 양조장의 간판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술에 대한 것들이 진열되어 있다.

술을 담글 때 사용하는 각종 도구들
▲ 각종 도구들 술을 담글 때 사용하는 각종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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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에 진열되어 있는 옛 술병들. 14,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 옛 술병들 전시실에 진열되어 있는 옛 술병들. 14,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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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양조장 간판. 전화번호가 한자리와 두자리다.
▲ 간판 옛 양조장 간판. 전화번호가 한자리와 두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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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만4000점 정도가 진열되어 있는 술 박물관. 박 관장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모두 5만 여 점인데, 그 중 일부만 진열을 했다는 것이다. 이곳에 대한민국 술 박물관이 개관을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구이면 모악산 대원사에는 조선 중기에 진묵 스님이 기거를 하고 계셨다. 예전에 전주에서 순창으로 나가는 길목인 구이면은 주막 거리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진묵 스님이 이 주막거리에서 술을 드시면서 '곡차'라고 하셨다고 하니, 결국 이곳이 우리 술의 본향이 아니었을까?

방대한 자료, 테마공원 만들고 싶어

이층으로 올라가면 자료실이 있다. <향음주례홀기>를 비롯해 술에 대한 수많은 자료들이 진열되어 있고, 시대별로 구분된 성냥갑이며 병따개. 그리고 술에 붙이는 상표와 휴대용 술통 등 다양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주는 예향의 도시다. 술과 가무는 떨어질 수가 없다. 그래서 박 관장은 이곳 어딘가에 술에 대한 테마공원을 만들고 싶어한다. 30년간이나 모은 수많은 자료 전시와 함께, 직접 술을 빚어보고, 자신이 빚은 술을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곳에서 '세계주당대회'를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전주에는 막걸리촌이 조성되어 있고, 막걸리 축제를 연다. 그것과 연계해 세계적인 주당들의 축제를 열고 싶다는 것이다. 30년간이나 모은 방대한 자료, 그것을 돌아보면서 내심 박 관장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빌어본다. 결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닌, 세계에 우리 술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소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주병들. 시대별로 다른 모습들을 보인다.
▲ 소주병 우리 소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주병들. 시대별로 다른 모습들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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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미니 술병들. 우리 소주들에도 이렇게 작은 미니 술병이 있었다.
▲ 미니 술병 작은 미니 술병들. 우리 소주들에도 이렇게 작은 미니 술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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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자료실에는 술에 대한 각종 문헌이 전시되어 있다.
▲ 자료실 이층 자료실에는 술에 대한 각종 문헌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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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영국 관장

- 자료를 처음 수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모두 천차만별이데요.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술이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여기게 되었고, 그래서 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그런 관심으로 이렇게 박물관을 열게 되었습니다."

- 원래 고향이 이곳인가요?
"아닙니다. 원래 고향은 수원입니다. 처음에는 박물관도 안성에 개관을 했다가, 6개월 전에  이곳으로 이관을 한 것입니다. 이곳은 진묵스님께서 계셨던 곳이고, 술과는 아무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역이니까요. 또한 이곳은 농경문화와 해상문화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술과는 뗄 수가 없는 곳이기도 하죠."

- '술'이라면 한마디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술은 한마디로 '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저 '술은 물이요, 물은 술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술을 술이라고 마시면 탈이 나지만, 물이라고 마시면 절대로 탈이 나질 않습니다. 물이라고 생각한다면 많이 마실 수가 없으니, 정신 줄을 놓을 리가 없다는 것이죠."
    
전시되어 있는 성냥갑에도 술 선전 문구가 들어있다.
▲ 성냥갑 전시되어 있는 성냥갑에도 술 선전 문구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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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휴대용 술통들도 전시되어 있다.
▲ 휴대용 술통 각종 휴대용 술통들도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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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객들은 많이 오나요?
"아무래도 술 박물관이다 보니 학생들이 찾아오지는 않습니다. 개관을 한 지가 오래지 않아서 그런지 한 달에 800~1000명 정도가 다녀갑니다."

- 세계주당대회를 열고 싶다고 하셨는데?
"예, 사실은 주당대회가 1968년도에 한번 열렸습니다. 전주는 막걸리촌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세계적인 주당들의 축제를 열고 싶은 것이죠. 그러면 전주의 막걸리도 홍보가 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입니다. 특히 전주는 막걸리를 마시면 먹을 때마다 안주가 달라지는 곳이기 때문에, 그런 장점도 크게 작용을 하겠죠. 막거리를 마시면 안주를 푸짐하게 그냥 주는 곳이 있나요? 전주만이 유일하기 때문에, 그것도 큰 자랑이죠."

- 고맙습니다. 꼭 소원을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술 박물관은 5월 13일과 18일 두 차례 답사를 하였습니다.



태그:#술 박물관, #대한민국, #박영국, #완주군 구이면, #세계주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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