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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도전하는 보수우익 진영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강원춘·정진곤·문종철 세 예비후보는 "단일화가 없으면 승리도 없다"는 공통 인식을 바탕으로 단일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문종철 예비후보가 10일 "단일화를 위해 후보를 사퇴할 수 있다"고 밝히며 '단일화 불쏘시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물론 그동안 문 후보의 지지율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강원춘·정진곤 두 후보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두 후보는 구체적인 단일화 방법에 대해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그동안 강 후보는 여론조사를, 정 후보는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종합한 '추대'를 단일화 방법으로 주장해 왔다.

 

교육감 선거를 앞둔 경기도는 서울에 비해 단일화가 용이한 편이다. 우선 서울에 비해 진보와 보수 모두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이 적은 편이다.

 

진보개혁 진영에선 김상곤 현 경기도교육감이 단일 후보로 나섰다. 보수우익 진영은 위에서 언급한 후보들과 최근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만용 전 안산대야초등학교 교사가 전부다. 진보개혁 진영에서만 곽노현·박명기·이삼열 후보가, 보수우익에서는 이원희·김영숙·남승희·이상진 후보 등이 나선 서울과 비교하면 '교통정리'가 수월한 상황이다.

 

"단일화 없으면 김상곤 못 이긴다"... 보수우익 후보단일화 급물살 

 

여기에 '김상곤 효과'가 보수우익의 후보단일화를 추동하는 모양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상곤 후보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지지율은 물론이고, 인지도 역시 가장 높다. 보수우익 후보들은 각개약진으로는 결코 김상곤 후보를 꺾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또 1년 전 겪은 '패배의 경험'도 보수우익의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김상곤 후보는 40.8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단일화에 실패한 보수우익은 표가 분산돼 김진춘 후보 33.63%, 강원춘 후보 12.88%의 지지를 얻었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보수우익은 2009년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후보단일화 실패를 꼽고 있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 보수우익이 전면에 내걸고 있는 건 두 가지 정책은, 바로 '퇴출 김상곤-반전교조'다. 강원춘-정진곤-문종철 세 후보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두 가지 정책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당시 강원춘 후보는 "(단일화의) 대전제는 어떻게 하면 김상곤 교육감을 교육계에서 퇴출시킬 수 있느냐이다"라며 "무상급식은 교육감이 할 수 없는 일인데, 김 교육감은 학생·학부형을 정치화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진보 교육감끼리 연대해 정권 타도를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진곤 후보 역시 "김상곤 교육감은 중앙정부-경기도와 계속 충돌하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다"며 "보수층과 논의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교체'를 꼭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우익의 단일화를 촉구했던 김진춘 전 교육감은 "전교조의 지지를 받는 김상곤을 교육계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반전교조' 구도를 명확히 제시했다.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보수우익으로서도 경기도교육감 선거가 해볼 만한 대결이 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더욱 그렇다.

 

정진곤 후보 쪽이 지난 2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모빌리쿠스(주)에 의뢰해 19세 이상 경기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ARS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신뢰도 95%, 표본오차 ±2.19%P) 김상곤 후보는 35.7%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정진곤 후보(23%)와 강원춘 후보(10.4%)가 뒤를 이었는데, 둘을 합치면 33.4%가 된다.

 

김상곤의 무상급식·혁신교육 vs. 보수우익의 '반김상곤·반전교조'

 

결국 선거구도가 '진보 대 보수'로 명확해지면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김상곤 후보 측은 보수우익의 후보단일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후보 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보수우익이 어떻게든 단일화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누가 나오든 승리할 수 있도록 무상급식과 혁신교육을 전면에 내세워 후보 인지도 상승에 주력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김 후보 쪽이 인지도 상승을 강조한 이유가 있다. <한겨레>가 지난 2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7%P), 진보-보수 모두 단일화했을 경우 진보교육감에게 투표하겠다는 의견이 43.6%로 보수 쪽에 표를 주겠다는 견해(15.1%)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다.

 

하지만 '자신이 투표하는 선거구의 교육감 예비후보 가운데 이름이나 얼굴을 아는 후보가 몇 명이나 되느냐'는 질문엔 응답자의 74.4%가 '1명도 없다'고 답했다. 결국 인지도 높이기가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김상곤 후보 측은 무상급식을 전면에 내세운 보편적 교육복지, 그리고 혁신학교를 통한 학력 신장으로 표심을 공략할 계획이다. 여기에 김상곤 후보가 직접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나와 MB의 대결"이라고 언급했다. 2009년에 이어 '반MB 교육' 전선을 명확히 한 셈이다. 

 

반면 보수우익은 선 단일화, 후 '반김상곤-반전교조' 카드로 역전을 노리고 있다. 강원춘 후보는 자신이 단일후보로 나서 2009년에 당한 패배를 김상곤 후보에게 되돌려 주길 바라고 있다. 정진곤 후보는 이명박 정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지낸 자신이 나가야 'MB 교육'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6.2지방선거는 이제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승패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태그:#김상곤, #경기도교육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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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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