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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머니 아버지를 찾았다. 어린이날에 부모님을 찾았다. 말이 없는 아버지 어머니는 그 자리에 계셨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주름살이 많았던 어머니의 얼굴은 눈앞에 생생하다.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 싶다. 어머니의 사랑이 그립다.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원 없이 울고 싶다.

 

  그리움이 뼈에 사무친다. 오월이 되면 더욱 더 절실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 년 내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살아가다가 오월이 되면 가슴이 텅 비어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이리도 마음을 처연하게 하는 것일까? 손에 잡힐 듯 생생하지만, 멀어지는 어머니가 더욱 더 보고 싶다. 어머니의 손이 그리워진다. 보고 싶다. 어머니!

 

  주변을 둘러본다. 감나무 이파리가 눈에 들어온다. 혹독한 꽃샘추위에도 어김없이 어린 새싹이 피어났다. 연두색 어린 싹들이 가지 끝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연두 빛이 초록 빛 보다 훨씬 더 힘이 강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연두 빛 이파리라서야 전체 나무를 성장시켜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초록빛으로는 전체를 이끌고 나갈 수 없다.

 

  연두 빛 감나무 이파리를 바라보면서 문득 의문이 생긴다. 어머니는 무슨 색깔이었을까? 평생을 하루 같이 자식만을 위해서 살다 가신 어머니의 색깔은 무엇이었을까?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힘이 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기꺼이 온 몸으로 해내신 어머니였다. 당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시지 않은 어머니는 정녕 무슨 색깔이었을까?

 

  기억이 생생하다. 어머니의 환갑잔치 때 절을 받지 않으시겠다고 우기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며느리 없는 아들의 절은 절대로 받을 수 없다고 우기시던 어머니였다. 잔치에 참여한 사람들의 간곡한 부탁에도 당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셨던 어머니였다. 자식을 위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없었지만 당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은 분이었다.

 

  "왜 이리 환하더냐!"

  환갑잔치가 끝나고 난 뒤 여행을 다녀오시라고 하였지만 고개를 옆으로 흔드셨다. 자식이 피 같은 돈을 어떻게 길거리에다 뿌릴 수 있느냐며 거절하셨다. 할 수 없이 안경점으로 모시고 같다. 돋보기를 눈에 쓰시고는 하신 어머니의 말씀이셨다. 자식을 위해서는 아까울 것이 없는 분이셨지만 당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시지 않은 어머니가 그립다.

 

  나무 전체를 성장하고 자라게 하는 연두 빛 어린 새싹을 바라보면서 어머니의 색깔도 저와 같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다 어머니 덕분이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있을 수 없다.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이유이다.

 

  '살아 계실 때 잘 해드려야 한다.'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만 나중에 할 것이라면 자꾸만 미루고 있었다. 돌아가시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뒤로 미루고 있었다. 그렇게 미루다 어느 날 어머니는 내 곁을 떠나셨다. 속절없이 가신 어머니를 붙잡을 수 없었다. 후회하는 마음이 컸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언제까지나 연두 빛으로 빛날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땅을 치며 통곡하였지만 어머니는 돌아오시지 않는다. 부모님 묘소 앞에서 주저앉아버렸다.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살아계실 때 효도하지 못한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한다. 그러나 눈물을 아무리 흘러도 바꿔지는 것은 없었다. 연두 빛 어머니가 그립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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