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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반대를 홍보 부족 탓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정부

2010년 3월 12일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4대강 반대 성명을 내고, 불교계와 기독교계 일부에서도 4대강 반대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그 어떤 반대의 움직임에도 눈과 귀를 막고 공사를 강행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종교계의 집단적인 반대 움직임이 일고 나서야 3월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3월 23일 국무회의에 직접 나서서 참모들에게 4대강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후 청와대와 한나라당, 정부에서는 일제히 '4대강 알리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의 모습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홍보 부족'이라는 진단이 얼마나 국민의 인식과 동떨어진 것인지 알 수 있다. '홍보 강화'라는 처방은 오히려 범국민적·범종교적인 반대를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있다.

3월 25일에는 불교 조계종단 차원에서 종단의 공식적 환경총괄기구인 조계종환경위원회를 통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4월 17일에는 불교계의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 추진위원회' 주최로 약 1만여 명이 참석해 '4대강 생명 살림 수륙대재'를 가졌다. 4월 21일에는 한국기독교장로회 광주노회와 전남노회 소속 목사·장로 200여 명이 1년 중 가장 큰 행사인 정기노회 기간에 이례적으로 공사 현장에서 '영산강 지키기 기도회'를 개최했다.

1월말 낙동강에서부터 한강, 금강에 이어 마지막으로 영산강 답사길에 오른 4월 26일부터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생명평화 미사'를 매일 명동성당 앞에서 개최하고 밤샘 기도회를 갖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계속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4대강 사업 반대의 움직임을 단순히 홍보 부족 탓으로 돌리고 있다. 우리 국민의 수준을 낮게 봐도 한참 낮게 본 것이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자연을 보전하려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과 종교계의 목소리를 귀중하고 겸허하게 들어야 한다. 그럴 때에만이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습지보호지역'인 담양습지를 훼손하지 마라

안산에서 출발해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담양습지에 도착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사무국장, 광주 경실련 김기홍 사무처장 등과 만나 본격적인 답사를 시작했다. 담양습지 주변은 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었다. 대숲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꽤 상쾌했다. 우리 일행을 반겨주듯 고라니 한 마리가 뛰어나와 깡충깡충 노는 모습에 모두가 기분 좋게 웃기도 했다.

습지는 물속에 녹아 있는 오염물질을 제거·분해하는 자정기능을 통해 주변에서 흘러드는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정화한다. 이런 뛰어난 자연정화기능으로 '생태계의 콩팥'으로도 불린다. 또한, 습지는 육상 생태계와 물 생태계의 경계에 있어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으며, 쏟아지는 빗물을 저장해 홍수를 조절하고 지하수를 보충하는 역할도 한다.

하천습지 최초의 습지보호지역인 담양습지.
 하천습지 최초의 습지보호지역인 담양습지.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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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습지는 우리나라의 일반 하천습지와는 달리 강 상류에 형성된 유일한 습지로, 대나무 군락지가 하천 내에까지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다. 멸종 위기종인 매와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보호 야생 동물인 삵·다묵장어·맹꽁이 등도 서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4년 7월 8일 환경부는 담양습지를 하천 습지로는 처음으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영산강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담양습지의 대숲을 잘라내고, 하폭을 늘리기 위해 일부 구간을 준설한다고 한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자연 그대로의 습지는 훼손하면서 인공으로 생태습지를 만들겠다고 한다. 모순으로 가득 찬 만행이다. 무자비한 돌관자의 갈퀴손에 훼손될 담양습지를 걷는 내내 가슴 한켠이 답답하고, 발걸음이 무거웠다.

빗속에도 강행되는 속도전, 그 무자비함

담양습지를 떠나 승촌보와 죽산보 공사 현장을 들렀다. 굵은 빗방울이 날리고,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궂은 날씨와 상관없이 공사 현장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가물막이를 한 하천 바닥에는 거대한 매스콘크리트가 설치되는 등 보 본공사가 한창이었고, 곳곳에서 포클레인이 강바닥을 긁어내고 덤프트럭으로 실어 나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진공흡입식 준설선은 오염정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퇴적층과 물을 육상으로 힘차게 뿜어내고 있었다.

대한하천학회에서는 지난 3월 22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한 결과, 영산강에 2개보(승촌보, 죽산보)가 설치되면 지하수위 상승으로 인해 인근 농경지 침수 피해가 불가피하며, 그 면적은 여의도 면적(2.9㎢·89만 평)의 3배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와 시공사 측에서는 환경영향평가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되풀이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해명이 속시원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4대강 사업 전반의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이루어졌고, 수리모형실험도 완료되지 않은 채 공사가 강행됐기 때문이다. 낙동강 함안보의 경우, 외부 전문가의 문제제기에 대해 당초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결국 관리수위를 낮추는 설계 변경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보, 제방 보강 등 주요 공정의 60%를 완료하고, 2011년 우기 이전에 시공을 완료할 계획이다. 하도 준설은 2010년 말에 완료될 계획이다. 최대한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비가 오는 와중에도 거친 포클레인의 갈퀴손으로 흙탕물을 만들며 준설을 해대는 그들의 속도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진공흡입식 준설선과 포크레인의 갈퀴손이 준설을 하느라 분주하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진공흡입식 준설선과 포크레인의 갈퀴손이 준설을 하느라 분주하다.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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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층수 배제시설 하면 신안군 압해도 물고기 다 죽는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2221억 원을 투입해 영산강 하굿둑에 저층수 배제시설을 설치한다고 한다. 저층수 배제시설 공사는 하굿둑 총 길이 2,760m에 지름 2,200㎜ 배수관 2개를 매설하고, 물을 강제로 퍼낼 수 있는 초강력 펌프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최악의 상태인 영산호 바닥에 있는 오니나 염도 높은 물을 목포 앞바다로 방류해 영산호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신안군 압해도 어민들은 "현재도 하굿둑 배수갑문 열면 강물이 신안군 앞바다까지 35분이면 도착해 양식업에 지장을 주고 있는데 이렇게 염도가 높고 오염된 물을 방류하면 물고기가 다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목포 앞바다는 지난 몇 년 동안 정부 예산을 들여 힘들게 3급수로 올려놓았다. 그런데 다시 이곳에 오염된 저층수를 여과 없이 목포항 내로 직접 배출할 경우 해양수질 오염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해양 생태계 파괴도 잇따를 것이다. 정부는 불안해하는 신안군 압해도 어민들의 외침에 귀기울여야 한다.

영산호 수질 개선 없는 영산강 살리기는 말짱 도루묵

영산강은 한강, 금강, 낙동강에 비해 유로가 짧은 편이지만 1981년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기 전까지는 수상 교통로로서의 역할을 할 만큼 커다란 하천에 속했다. 어느 강보다도 조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까닭에 영산포 상류 25㎞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 지역의 촌로들은 과거 황포돛배가 드나들던 그 시절을 아련한 향수처럼 그리워한다. 과거 홍어배가 들어올 만큼 흥성했던 영산강 뱃길을 복원하자는 말은 여기서부터 나왔다.

답사 일정 마지막으로 들른 영산강 하굿둑에 다다르자 비가 쏟아지는데도 악취가 진동했다. 빗방울이 세차게 떨어지는 하굿둑에서 만난 영산강살리기 운동본부 김도형 사무총장은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고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영산호가 많이 혼탁해졌다. 부영양화가 진행되어 BOD 수치가 높아졌다. 강과 바다가 만나지 못하니까 자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라고 했다.

목포환경운동연합 박갑수 상임위원, 최지현 국장, 김도형 사무총장(왼쪽부터) 등과 함께 영산강 하굿둑을 들렀다.
 목포환경운동연합 박갑수 상임위원, 최지현 국장, 김도형 사무총장(왼쪽부터) 등과 함께 영산강 하굿둑을 들렀다.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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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하굿둑은 농·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1978년 1월 착공해 1981년 12월에 완공된 것으로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만든 것이다. 하굿둑 축조 이후 바닷물의 통수가 제한되면서 심각한 수질 악화가 발생하고,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신안군 압해도, 증도, 목포시 고하도, 무안군 해제면 등 하굿둑 인근의 김 생산량이 줄어들고, 생산된 김도 맛이 없어 김 양식을 대부분 포기했다. 2009년 8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1988년 64종이었던 어종이 2009년 38종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인근 지역까지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영산호의 수질 오염 문제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긴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영산호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저층수 배제시설로 목포 앞바다를 오염시키려고 하고 있고, 고작 영산강 하굿둑의 배수문을 2배로 늘리겠다고 한다. 게다가 영산강살리기 사업 총 예산 2조 7천 4백억원 중 수질 대책 예산은 483억원으로 고작 1.8%에 불과하다. 영산호의 수질 개선 없는 영산강 살리기는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다.

영산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영산강 하굿둑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전남대학교 전승수 교수는 "영산강 하굿둑이 건설된 이후 퇴적물이 쌓이면서 생태계 파괴는 물론 심각한 수질오염 현상이 발생했다. 하굿둑을 개방하면 바닷물 유입으로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수문이 연중 열려 있다가 해일이 예보될 경우에나 점검을 위해서만 닫히도록 설계된 네덜란드 오스터스켈트 댐과 영국 테임즈배리어, 독일의 홀머질 수문 등을 면밀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네덜란드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미 80년대부터 하굿둑을 열어놓는 개방형 배수갑문으로 바꾸고 있고, 기존의 방조제에 터널을 뚫어 해수를 유입시키기도 한다. 1984년 완공된 영국의 테임즈배리어 강둑은 평상시 열려 있다가 백중사리와 폭풍이 겹쳤을 때만 닫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독일의 홀머질 방조제도 배수갑문이 열려 있어 해수가 유입되며 해수, 기수, 담수지역이 공존하는 생태계가 그대로 보전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는 담수호를 포기하고 바닷물을 순환시키고 나서야 겨우 수질오염을 멈출 수 있었다. 영산호의 심각한 수질 오염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하굿둑의 일부 구간만이라도 터서 강과 바다가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화호의 교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백중사리는 해수면의 조수간만의 차가 연중 최대로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달과 태양과 지구의 위치가 일직선상에 있으면서 달과 지구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발생된다. 시기는 음력 7월 15일(백중) 전후로 3~4일간 평소보다 바닷물의 높이가 최대로 높아지게 된다. 바닷물의 높이가 높아지면서 저지대가 침수되거나 제방이 유실될 수도 있으며 바닷물이 제방위로 넘쳐흘러 논과 밭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 다른 시작 앞에 서다

영산강 답사를 마지막으로 지난 1월말부터 시작한 4대강 생태답사를 모두 마쳤다. 돌관자의 갈퀴손이 거침없이 강을 헤집고 있는 16개보 건설 현장을 모두 둘러봤다. 강가도 직접 걸어 다녔다. 하지만, 생명의 젖줄인 강을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강의 발원지에서부터 하구까지 걸어보고 싶다.

답사를 모두 마친 지금까지도 정부가 왜 이렇게 4대강 사업을 졸속으로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인지,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사업을 굳이 밀어붙이는지 그 답을 알 수가 없다. 4대강 사업의 실패가 불러올 역사적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반면, 4대강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생명의 강을 파괴하는 돌관자의 광기어린 속도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답사를 마친 지금, 나는 또 다른 시작 앞에 서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영환(국회의원, 국토해양위원회, 민주당 4대강저지특위)은 1월말 2박3일간의 낙동강 답사를 시작으로 2월 6일 한강, 3월 5일 금강, 4월 26일 영산강을 답사했다. 4대강 사업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강가를 걸으며 생태를 직접 경험했다.



태그:#김영환, #국회의원, #영산강, #담양습지, #돌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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