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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출마를 위해선 선거일 60일 이전에 출마 지역구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전입은 하지 않고 신고만 해도 선거법 상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다.

한나라당 중앙당이 서울시의 한 구청장 후보로 영입해 공천이 내정된 A 예비후보는 지난 3월 31일 출마할 지역의 한 다가구주택 전세 계약을 하고 전입신고를 했다. 공직선거법 16조 3항이 선거에 후보자로 나설 수 있는 자격 중 하나로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60일 이상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올라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일 60일 전'은 4월 3일. 이 집을 세놓은 집주인과 이웃을 통해 원래 이 집에 살던 이가 4월 8일 다른 곳으로 이사한 것이 확인됐다. 적어도 4월 8일 이후에 A 예비후보의 실제 전입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명백한 '허위 전입신고'에 해당한다. 주민등록법 16조 1항은 '신거주지에 전입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전입신고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전입 전에는 전입신고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A 예비후보측도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A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의 B 실장은 26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에서 영입 차원으로 연락이 와 선거일 60일 이전에 신고를 해야한다고 해서 갑자기 하느라고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B 실장은 이어 "당에서 이 부분에 대해 검토를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공직선거법 상에도 전혀 문제가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도 안되는 것을 기사로 쓰려는 의도가 뭐냐"고 따졌다.

중앙선관위도, 대법원 판례도 "선거법상 문제 안돼"

그러나 A 예비후보가 주민등록법이 허용하지 않는 허위 신고로 '선거일 60일 이전 주민등록'요건을 갖췄다는 부분은 선거법에 저촉되는 것이 없다는 것이 중앙선관위와 법원의 판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해석과 담당자는 "선거법 16조 3항은 '주민등록이 필요하다'는 형식요건으로, 실질적 거주를 하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만약 전입하기 이전에 허위신고를 했다면 주민등록법 위반은 될 수 있겠지만 공직선거법상 위반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원도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피선거권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1992년 8월 22일 대법원은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60일 이상 그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을 것을 피선거권의 요건으로 하고 있고 실제 거주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주민등록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때에 해당하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안에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60일 이상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이상 피선거권이 있다"고 판시했다.

주민등록법상으로는 허위신고지만 선거법에서는 유효한 전입신고로 인정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출마할 지역에 살지 않아도 집 매매·임대계약서만 갖고 전입신고만 하면 피선거권이 주어지도록 하고 있는 선거법 16조 3항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태그:#공직선거법, #60일 전입, #피선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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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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