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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19일째인 13일 오후 백령도 앞바다에서 함미를 인양한 대형크레인이 높은 파도로 인해 수심이 낮은곳에 정박해 있다.
 천안함 침몰 19일째인 13일 오후 백령도 앞바다에서 함미를 인양한 대형크레인이 높은 파도로 인해 수심이 낮은곳에 정박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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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17일 만에 물밖으로 떠오른 천안함 함미를 곧바로 바지선으로 인양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군 당국은 지난 12일 오후 8시 45분경 천안함 함미를 수심 45미터인 사고해역에서 수심 25미터인 백령도 연안 쪽으로 4.6㎞ 가량 이동시켜 해저에 내려놓았다. 이동 과정에서 함포와 대함 미사일 발사대 등 선체 구조물들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함미가 수면 위로 높이 올라왔다. 따라서 조금만 더 들어올려 바지선을 이용, 곧바로 인양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군 "함미 내에 가득찬 물 무게, 견디지 못해"

국방부는 함미를 이동 시킨 이유에 대해 "당초 쇠줄(체인) 3개를 모두 연결한 뒤 함미 인양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갑작스럽게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풍랑주의보 발효에 따라 원래 위치에 있을 경우 쇠줄이 구조물과 꼬일 가능성이 있어서 옮겼다"는 것이다. 현재 함미 부분에는 인양을 하기 위한 쇠줄 2개가 연결된 상태다.

당초 군 당국은 "(함미를) 바닥에서 약간 띄워서 이동하는 정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함미는 백령도 인근 해안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크레인에 의해 번쩍 들어올려졌고, 갑판은 물론 배 밑부분까지 수면 위로 노출됐다. TV 생중계를 통해 수면 위까지 올라온 함미의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은 금방이라도 함미가 인양될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크레인을 작동 시키면서 측정된 함미의 무게는 약 550톤 정도였다. 크레인에 연결된 쇠줄 1개가 끌어올릴 수 있는 무게는 약 350톤 안팎. 따라서 쇠줄 2개만 감은 상태로도 충분히 함미를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함미는 끝내 인양되지 못한 채 두 시간 만에 다시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함미를 곧바로 인양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군 당국은 "(함미의) 수중 이동은 부력에 의해 적은 힘으로도 가능하지만 수면 위로 올렸을 때는 표면장력이 작용하는 데다 함미 내에 가득찬 물 무게를 쇠줄이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 속에 잠겨 있던 선체를 수면 위로 완전히 인양하려면 선체 안에 가득찬 물까지 고스란히 들어올려야 하는 데다, 물과 공기의 비중차 때문에 물 밖으로 나온 선체의 무게가 더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군 당국은 "풍랑이 잦아들면 세 번째 쇠줄을 추가 연결해 인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양업체 "펌프로 물 퍼내면 가벼워져"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18일째인 12일 저녁 함미 침몰해역에서 작업중이던 대형크레인이 함미부분에 쇠사슬 2개 결색을 완료한뒤 수심이 낮은곳에서 정박해 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18일째인 12일 저녁 함미 침몰해역에서 작업중이던 대형크레인이 함미부분에 쇠사슬 2개 결색을 완료한뒤 수심이 낮은곳에서 정박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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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함미의 인양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업체의 설명은 달랐다.

'88 수중개발'의 이청관 전무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선체의 무게 때문에 인양을 못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이청관 전무는 "함미를 들어올려 인양하는 것은 지금 상태(2개의 쇠줄)로도 가능하다"며 "(12일 함미 이동 직전) 쇠줄을 추가로 거는 것도 별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청관 전무는 물 속에 있던 함미의 무게와 관련 "선체를 들어올리면서 펌프를 이용해 물을 퍼내는 작업을 병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양 작업에 동원된 민간 크레인은 2200톤 급으로, 물체를 약 2미터 끌어올리는 데 1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대형 크레인일수록 도르래가 많기 때문에 작업 속도가 더 느려진다.

따라서 크레인이 함미를 끌어올릴 때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크레인이 함미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잠수사들이 함미의 선체 위로 올려가 10여 대의 펌프를 동원, 물을 퍼내면 선체가 점점 가벼워진다는 게 이 전무의 설명이다. 이 전무는 "어제 쇠줄을 추가로 걸지 않고 지금 상태로도 함미를 완전히 인양할 수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 민간 인양업체가 12일 함미를 곧바로 인양하지 않고, 수심이 낮은 백령도 인근 해안으로 끌고간 이유는 뭘까?

이청관 전무는 "선체와 실종자들의 안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선체를 들어 올렸을 때 바람이 불어서 80미터 길이의 크레인 줄이 흔들리거나 선체를 적재해야 할 바지선이 움직일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선체를 바지선에 제대로 싣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체를 인양해 바지선에 실었다고 해도 날씨가 나빠 돌풍이라도 만나면 바지선이 선체를 싣고 안전하게 평택항까지 운반할 수 있겠느냐"며 "최선의 방법은 일단 (수심이) 얕은 곳으로 (함미를) 피항시켰다가 기상이 좋은 날을 택해 안전하게 (평택항으로) 옮기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전무는 "함미에 실종자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최대한 조심해서 옮겨야겠다는 판단을 했는데, 어제(12일) 일기로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군에서는 절단면 노출 꺼렸을 것"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18일째인 12일 오후 함미 침몰해역에서 작업중이던 대형크레인이 함미를 인양해 백령도 인근 연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18일째인 12일 오후 함미 침몰해역에서 작업중이던 대형크레인이 함미를 인양해 백령도 인근 연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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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군 당국이 천안함 함미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이동한 뒤, 군 요원을 승선 시켜 실종자와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어제 함미 선체에 올라간 사람들은 잠수사들이지, 조사 요원들이 아니었다"며 "함미 이동 시 실종자 유실 방지를 위해 절단면을 감쌌던 그물망 보완 작업 때문에 올라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이청광 전무는 "군에서는 함미 절단면을 봤을 것"이라며 "군에서는 함미의 절단면 노출을 꺼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어제 오후 2시경 인양 준비가 완료됐었다"며 "물 밑에서 선체를 쇠줄에 걸어 들어보고, 밸런스도 맞춰 보니, (인양이) 되겠더라. 그래서 군에 '우리는 준비가 됐다, 군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날 함미 이동 작업이 시작된 오후 3시 브리핑에서 정작 함미 이동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가, 언론에 의해 함미 이동 모습이 포착되자, 뒤늦게 설명에 나서는 등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이청관 전무는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시간이 없어서 잠수사들은 선체 인양 작업에만 신경을 썼기 때문에 그런 것(침몰 원인 등)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잠수사는 어디에 체인을 걸어야 할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을 아꼈다.


태그:#초계함 침몰, #88 수중개발, #천안함 함미, #천안함 실종자, #천안함 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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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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