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전 산내집단희생지에서 피학살자의 유해로 보이는 드러난 두개골. 현장에서 유골훼손이 반복되고 있지만 대전동구청이 진실화해위원회가 지원하는 안내판 설치사업마저 외면해 비난을 사고 있다.
 대전 산내집단희생지에서 피학살자의 유해로 보이는 드러난 두개골. 현장에서 유골훼손이 반복되고 있지만 대전동구청이 진실화해위원회가 지원하는 안내판 설치사업마저 외면해 비난을 사고 있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대전 동구청(구청장 이장우)이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수천 명이 희생된 민간인집단희생지(동구 낭월동)의 현장훼손 방지를 위한 안내판 설치를 또 다시 외면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전국 주요지역 민간인 집단희생지의 현장 및 유해 훼손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현장에 '집단희생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안내판 설치를 희망할 경우 설치비 등 사업비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전동구청은 수천여 명의 희생된 대전산내집단희생지에 대한 안내판 설치신청 마감 시한인 지난 10일까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진실화해위는 대전동구청이 사업신청을 해올 경우 희생지 범위가 넓은 점을 들어 2개의 안내판을 설치할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안내판 설치에 대해 현장에 들어서 있는 교회 등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지가하락 등 부정적 여론이 많아 유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 유가족들의 고충은 알겠지만 유가족들의 입장만 고려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구청장께서도 (안내판 설치를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구청의 외면은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시한이 올해로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한 안내판 설치가 불가능해 진 것을 의미한다. 대전 동구청은 지난해에도 "현지 지역주민들의 정서 및 여론이 부정적"이라며 안내판 설치신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내집단희생지의 경우 인근에 주택이 2∼3채뿐이다. 또 7∼8곳에 이르는 집단희생지 대부분이 도로변또는 야산 등에 위치해 있다. 암매장지 범위가 넓어 주민들의 민원을 피해 안내판을 설치할 곳도 많은 편이다. 특히 산내집단희생지 주변에서는 희생자 유해가 드러나 삭아 없어지는 등 현장은 물론 유골훼손이 심한 상태다.        

매년 '추도사'도 외면... 유가족 모임 "직무유기 묵과하지 않겠다"  

대전 산내 집단희생자 추모제. 매년 열리고 있지만 대전시장과 대전 동구청장은 유가족들의 추도사 요청을 10년째 외면하고 있다.
 대전 산내 집단희생자 추모제. 매년 열리고 있지만 대전시장과 대전 동구청장은 유가족들의 추도사 요청을 10년째 외면하고 있다.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그런데도 대전동구청이 또 다시 안내판 설치를 외면하자 희생자유가족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종현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장은 "현장에서 유해가 드러나 나뒹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전시와 동구청에 더 이상의 현장훼손을 막기 위한 안내판 설치를 수 년째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훼손을 막기 위해 솔선수범하지는 못할망정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예산까지 지원해 준다는 데도 이를 외면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주민여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암매장지에 들어선 교회신도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항의집회 및 1인시위, 낙선운동 등을 통해 동구청장의 무소신과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실제 대전동구청장은 대전시장(박성효)과 함께 매년 열리는 희생자추모제와 관련 유가족들의 '추도사' 요청마저 모두 거부했다. 이 때문에 2000년 첫 위령제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0년 째 대전시장과 관할 동구청장의 추도사 없는 위령제를 지내왔다.

게다가 토지소유주들이 지가하락등을 이유로 묻혀 있는 유해발굴을 거부, 대부분의 유해가 아직 땅 속에 갇혀 햇볕을 못보고 있다.

대전 산내집단희생지에는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제주 4·3 관련자 등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과 보도연맹 관련 민간인 등 7000여 명(최소 3000명)이 집단학살 후 암매장된 곳으로 알려졌다.


태그:#대전 동구청, #대전형무소, #안내판, #진실화해위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