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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행위가 정당하더라도 제3자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무단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코스콤 비정규직 근로자인 정OO(32)씨 등 100여명은 2007년 9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단체교섭이 무산되자 코스콤이 사무실을 임차해 사용하는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건물 1층 로비를 점거하고 그곳에서 10여일 간 숙식을 하면서 확성기를 이용해 노동가를 틀어놓거나 구호를 외치는 등 정규직 전환요구 농성을 벌였다.

1ㆍ2심, 정당행위로 주거침입죄 무죄

이에 검사가 정씨 등 13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했으나, 1심인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홍순욱 판사는 2008년 10월 정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홍 판사는 "비록 피고인들이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의사에 반해 로비에 들어갔더라도, 코스콤이 단체교섭을 거부해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선언하고 쟁의행위에 들어갔고, 로비 점거는 쟁의행위의 한 방법인 점, 로비 일부를 점거했더라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나 코스콤에 출입하는 직원, 일반 고객의 통행은 방해받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보면 로비 침입은 정당한 쟁의해위 중에 이뤄진 것으로 정당행위"라고 밝혔다.

그러자 검사가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인 서울남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승호 부장판사)도 지난해 5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로비에서 숙식을 하며 10여 일간 점거농성을 벌여 한국증권선물거래소나 코스콤의 업무에 다소 지장을 주는 소음이 발생하거나, 다소간 통행의 제약이 있었을 개연성은 있으나 쟁의행위의 본질상 사용자 혹은 이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자들의 정상업무가 일부 저해되는 경우가 있음은 부득이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로비점거 면적비율, 농성방법과 정도 및 지속성 등에 있어서 사용자 혹은 이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자들이 수인해야 할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쟁의행위의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날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증권선물거래소 건물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한 혐의(공동주거침입)로 기소된 코스콤 비정규지부 노조원 정씨 등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2인 이상이 한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 각자 주거의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으므로, 사용자가 제3자와 공동으로 관리ㆍ사용하는 공간을 사용자에 대한 쟁의행위를 이유로 침입ㆍ점거한 경우 비록 그 공간의 점거가 사용자에 대한 관계에서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고 해도, 공동으로 관리ㆍ사용하는 제3자의 명시적 또는 추상적 승낙 없이 침입ㆍ점거한 이상 제3자에 대해서까지 정당행위라고 해 주거침입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시설보호요청을 받은 경찰의 저지를 뚫고 현관자동문 1개를 손괴하는 방법으로 로비에 들어가 10여일 간 숙식하면서 앰프를 이용해 노동가를 틀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방법으로 소음을 발생시킨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들이 로비에 침입해 점거한 행위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진 것이 명백해 선물거래소에 대해서까지 정당행위라고 속단한 원심의 판결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주거침입죄, #공동 건물, #점거농성, #정당행위, #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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