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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요건은 선거연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선거연합체의 후보를 공표할 수 없거나, 기호가 각각 다르거나, 득표율을 합산할 수 없다면 선거연합의 효과가 반감된다. 또한 정당이 아닌 정치단체에 보장되는 선거참여의 수위는 정당요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미국 등 정치선진국은 정당법이 없다. 즉 지구당의 수, 당원의 수, 이중당적의 제한 등 정당의 요건 자체가 없다. 이들 나라는 정당을 넓은 의미의 정치단체로 파악한다.

다만 정치자금 관련 법률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정당과 정치단체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정당과 정치단체를 엄격하게 구별하지 않는 정당·선거제도의 장점을 살펴보자.

정당과 정치단체의 불균형이 많이 해소된다

정치단체는 후보를 추천하는 등 정당처럼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정치단체는 지방선거에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중앙선거는 정당명부 선거가 있는 관계로 일정한 득표율이나 의석이 있어야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정당명부나 진입장벽이 없는 프랑스의 경우, 정치단체가 지방선거와 중앙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미국 역시 정치단체를 특별히 차별하지 않으며, 단지 연방선거에서 예비선거를 거친 정당후보는 후보등록과 투표용지의 기재에 있어 우대된다. 지방선거에서는 정당의 참여를 배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정당공천의 폐해가 줄어든다. 일단 정치단체는 후보의 추천, 지지 등을 공표할 수 있다. 정당과 정치단체를 명확하게 구별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에게 공천, 기호제도에서 특혜를 주지 않는다.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미국은 기호제도 자체가 없거나, 정당에게 전국적인 통일기호를 주지 않는다. 프랑스와 일본은 투표용지나 법정홍보물에 소속정당을 공표하는 것도 강제당하지 않는다.

다양한 정치활동과 연대연합이 가능해진다

지방선거만 참여하는 지역단체가 지역정당의 모습으로 활동할 수 있다. 지역정당은 독일, 일본, 프랑스 등에 존재한다. 지역정당은 전국정당과 선거연합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시민 네트워크 지바'나 '가나가와네트워크'는 자체심사를 거쳐 다른 전국정당의 후보를 추천하고 정책협약을 맺는다.

또한 복수의 정당이 하나의 정치단체를 만들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정당연합은 복수의 정당이 선거구와 후보를 조율하는 연합공천 방식이 아니라, 정당연합의 이름으로 독자적으로 후보를 추천하고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방식이다.

정당연합은 일시적인 선거용 정당이나 상당기간 유지되는 정당협의체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정당들은 정당연합체로 선거에 참여하여 정권교체를 성사시키고 연립정부를 구성해왔다.

중도좌파 정당연합인 이탈리아의 '올리브 나무'는 '이탈리아 연합'으로 이어졌으며, 중도우파 정당연합인 이탈리아의 '자유의 집'은 '자유의 인민'으로 전환됐다. 결선투표제를 두고 있는 칠레의 경우는 대통령선거에서 정당연합이 비번하게 나타났다.

독일, 정당법이 있지만 다양한 선거참여 보장

독일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정치선진국은 정당법 자체가 없다. 독일은 정당국가로서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이 완전히 일치되는 전면적인 정당명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독일의 정당법은 정당의 활동을 규제하거나 정치단체의 정치활동을 봉쇄하기보다는, 정당의 활동을 육성한다는 차원이다. 독일의 정당법은 시도당이나 지구당, 당원의 수 등을 요건을 요구하지 않으며, 일부 사항에 대한 신고제도만 두고 있다.

정당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는 결과, 정치단체가 정당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정당법상 특정지역에서만 활동하는 정당이 가능하고, 이러한 지역정당은 전국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바이에른주의 지역정당인 기독교사회당은 2009년 바이에른주 연방하원선거에서 1차 선거에서 48.2%, 2차 선거에서 42.5%를 획득했으며, 이러한 득표는 전국적으로 1차 선거에서 7.4%, 2차 선거에서 6.5%에 해당한다.

기독교사회당은 전국정당인 기민당과 후보조정을 통해 연정 수준의 선거연합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주는 일시적인 선거인단체에게 지방선거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2009년 바덴-뷔르템베르그 주 기초지방자치단체선거에서 이러한 선거인단체가 37.6%를 득표한 사례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태그:#6.2지방선거, #선거연합, #연합공천, #지역정당, #정당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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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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