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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한 영문책자에 대한 '영어 번역상의 오류가 너무나 많다'는 지적이 발행단계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2009년 11월 배포를 중단하게 된 것임."

지난 1월 5일 <오마이뉴스>가 "진보 성향인 전임 위원장의 글이 편향적이라는 점을 문제삼아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관련기사)"고 보도하자, 다음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내놓은 공식 해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진실화해위의 공식 해명은 '거짓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번역상 오류'를 이유로 전임 위원장이 발간한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시켰다고 해명했던 위원회에서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뒤늦게 한 원어민에게 영문책자 번역 감수를 맡긴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번역 감수 맡겼나

'배포 중단 지시' 논란에 휩싸인 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 <진실화 화해>.
 '배포 중단 지시' 논란에 휩싸인 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 <진실화 화해>.
ⓒ 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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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는 지난 8일자 공문을 통해 영문책자인 <Truth and Reconciliation>('진실과 화해')의 번역 감수를 맡은 미국인 A(26)씨에게 번역 감수료 29만7000원을 지급해 달라고 관련부서에 요청했다. <Truth and Reconciliation>은 안병욱 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3월 발간된 영문책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A씨는 영문책자의 전체가 아닌 20쪽만 감수했다. 1쪽당 1만3500원이어서 부가세를 포함해 29만7000원의 감수료가 책정됐다.

'위원회 3주년 활동보고서 영문판 감수비 지급 요청'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 진실화해위의 공문에는 "언론오보(오마이뉴스, 2010. 1. 5) 대응관련, 위원회 3주년 활동보고서(영문판)의 일부분을 감수하였기에 아래와 같이 감수비용을 지급하고자 합니다"라고 적시돼 있다.   

이는 "번역상 오류가 많아서 영문책자 배포를 중단시켰다"는 진실화해위의 공식 해명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진실화해위의 공식 해명이 맞다면 해명하기 전에 '번역상 오류'의 실체가 드러나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위원회는 '번역상 오류'의 사례를 공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8일자 진실화해위의 공문은 '번역상 오류'라는 해명을 합리화하기 위해 뒤늦게 번역 감수에 나섰다는 의혹을 가지게 만들어주고 있다.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언론보도에 대응하기 위한 '때 늦은 조치'의 성격이 짙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번역상 오류가 많아서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시켰다면 뒤늦게 번역 감수를 시킬 이유가 없다"며 "<오마이뉴스> 보도로 논란이 일자 꼬투리를 잡기 위해 뒤늦게 번역 감수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옥남 홍보기획관은 15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논란의 본질은 '영어번역'인데도 그것이 아닌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해명자료를 내기 위해 영문책자 중에서 무작위로 추출해 번역 감수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번역 참가 인사, 위원장에 공개 질의 "상임위원 시절 왜 수정 안했나?"

이영조 위원장은 지난 8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영문책자는) 해외에 내보이는 위원회의 얼굴인데 문법, 구문상의 오류,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며 "전임 위원장이 쓴 부분은 전문 번역가의 도움을 받고 감수를 거쳐서인지 비교적 괜찮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 영문책자의 번역에 참여한 한 인사는 공개질의서를 보내 "전임 위원장이 쓴 부분뿐 아니라 원고 전부를 미국 원어민 3명이 3번씩 감수했다"며 "이 위원장이 상임위원 시절 3개월 간의 원고 검토기간을 드렸는데 당시엔 왜 '엉망'인 부분에 대해 수정을 안하셨나?"라고 물었다. 


태그:#이영조, #진실화해위, #영문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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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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