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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 기념 특별기획으로 '유러피언 드림, 그 현장을 가다'를 연중 연재한다. 그 첫 번째로,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로 구성된 유러피언 드림 특별취재팀이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나'를 현지 취재, 약 30여 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취재정리 : 손병관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프랑스편> 특별취재팀

 한국과 프랑스의 출산율 추이(1960~2008)
ⓒ OECD Family Datab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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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세계 꼴찌 한국(1.15명)과 유럽 최고의 출산율 프랑스(2.0명). 저출산이 사회적 화두가 된 한국과 상대적으로 느긋한 프랑스는 언제부터 처지가 바뀐 것일까?

오마이뉴스의 <유러피언드림: 프랑스편> 취재팀이 그 역사적 추이를 관찰해 봤더니 한때(1960년대) 한국은 프랑스에 비해 2배 이상의 출산율을 기록했고, 1984년까지만 해도 프랑스보다 출산율이 높았다. 그러나 그 이후 역전됐고 그 추세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왜 그럴까? 취재팀은 그 원인을 보여줄 수 있는 양국의 출산-보육 환경지표의 차이를 28가지의 각종 데이터를 통해 비교해 봤다. 이는 국내 언론뿐 아니라 관-민 연구기관 등을 통틀어 최초의 시도다.

한국의 인구는 50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1.15명)이 인구대체 수준(2.1명)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어서 2020년을 기점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50년에는 인구가 4300만 명선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혹자는 세계 12위(일부 도시국가 제외)의 인구밀도를 들어 "인구가 좀 더 줄어야 삶이 쾌적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기도 하지만,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출산율 떨어지는데 정부는 1990년대 중반까지 '출산 억제' 정책 고수

1가구당 1명 꼴의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2016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유소년(0~14세) 인구를 추월해 2050년에는 노인 인구의 비율이 38%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 등 사회복지비용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젊은 세대들이 떠안게 된다. 노동인구의 감소와 함께 세금수입이 크게 줄어들어 정부 재정도 적자로 치닫게 된다.

한국의 출산율은 1960년만 해도 가임여성 1인당 6.0명을 기록했다. 현재 OECD의 다른 회원국인 멕시코(7.25명)·터키(6.4명)와 함께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혔지만, 정부의 출산 억제 정책이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고 부동산·사교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세계 최하위 수준인 1.15명(2009년)으로 떨어졌다.

반면, 프랑스의 출산율은 1960년 2.7명을 기록해 OECD 평균(3.2명)에도 못 미쳤다. 더구나 196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른바 '68 세대' 여성들이 출산 적령기에 접어든 1990년대 중반에는 출산율이 1.66명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8년 출산율이 2.0명까지 회복돼 프랑스는 큰 시름을 덜어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의 2006년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가 인구대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할 경우 2050년에는 인구가 7000만 명에 이르고, 인구 노령화도 25% 선의 '안정화'가 가능하다.

한국과 프랑스의 출산율이 역전된 요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지만, 프랑스 정부가 오랫동안 일관성 있게 출산장려책을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프랑스의 출산율 변동에 따른 저출산대책 도입 시기
ⓒ 저출산·고령화위원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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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프랑스는 국민들의 출산·육아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국립가족수당기금(CNAF)'이라는 별도의 정부기관을 두는 등 출산·육아 관련 사회보장정책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프랑스 사회보장기여금의 2/3를 기업들이 부담한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국민부담금은 조세 59.5%, 사회보장기여금 37.1%, 기타 3.4%로 구성되는데, 프랑스 기업들은 이 중에서 사회보장기여금의 67.7%를 낸다(2007년 OECD의 국가별 조세통계 자료).

풍족한 사회보장기여금으로 가족지원 예산 펑펑 쓰는 프랑스

프랑스 기업들이 내는 사회보장 비용(국민부담금 대비 25.1%)은 한국 기업들(9.1%)이 내는 것의 약 2.8배에 이른다. 반면, 한국(11.6%)과 프랑스(9.3%)의 노동자들은 엇비슷한 수준의 사회보장기여금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을 놓고봐도 한국 노동자가 사회보장기여금을 부담하는 비중은 OECD 평균 8.9%보다 높은 수준인 반면, 고용주의 부담비중은 OECD 평균 14.6%보다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는 이처럼 풍족한 사회보장기여금을 기반으로 가족지원 정책에 GDP 대비 3.8%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가용예산이 GDP의 0.3%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정책을 짜내려고 해도 실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과 프랑스의 국민부담금 대비 세금 및 사회보장기여금 비율
ⓒ OECD Revenue Statistic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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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프랑스의 GDP 대비 1인당 국민부담율 증가 추이
ⓒ OECD Revenue Statistics 1965-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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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민의 1인당 국민부담률은 1980년대 들어 40% 선을 유지하는 반면, 한국의 국민부담률이 1985년 16.4%에서 2008년 28.7%로 가파르게 상승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 국민들로서는 "프랑스 수준의 사회보장서비스를 받지도 못하면서 정부에 내야 할 돈은 왜 자꾸 늘어나느냐"는 불평을 할 만하기 때문이다.

결혼 전 74.8%  → 결혼 후 53%... 여성취업률 '급감'의 의미

자녀를 가진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함께하기 힘든 한국의 직장문화도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거론된다.

프랑스의 경우 여성 전체의 취업률(75.1%)과 자녀를 둔 '엄마'의 취업률(72.8%)이 큰 차이가 없지만, 한국은 여성(63.8%) 대비 엄마들의 공식 취업률 통계가 없는 상태다. 다만, 2006년 보건복지부의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 보고서에는 한국 여성들의 취업률이 결혼 전에는 74.8%에 이르지만, 결혼 후에는 53%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출산율에서 기혼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것을 감안할 때, 기혼여성 상당수가 결혼(그리고 출산) 이후 직장생활과 육아를 함께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녀를 둔 여성이 타의에 의해 일자리를 떠나는 것이 자녀를 키울 경제력의 약화를 불러오고, 경제력 약화가 출산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혼여성의 취업률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그밖에 한국과 프랑스의 출산-보육 환경을 비교해보면 아래 표와 같다.

두 나라의 출산율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데이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출산+육아일수가 한국은 52주이지만 프랑스는 그 3배인 156주다. 이 중 유급휴가 일수는 한국은 9.7주이지만 프랑스는 31.1주로 역시 3배다. 3~5살까지의 유치원 기간 중 한국은 저소득층 이외에는 정부보조가 없어 유치원비를 부모가 거의 부담해야 하지만 프랑스는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

한국에서는 왜 부모들이 "하나만 낳아도 부담"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자연스럽게 "둘은 낳아야죠" 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는지, 이 숫자의 차이들은 말해주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 이렇게 다르다

구분한국프랑스
인구(명)4977만6544만
면적(km²)100,140674,843
인구밀도497명/km²97명/km²
1인당 GDP(2009년 IMF)16,450달러42,091달러
출산율(명)1.15(2009)2.00(2008)
혼외출산율(%)1.5(2006)50.4(2007)
여성평균 초산연령29.1(2005)28.5(2005)
여성평균 초혼연령28.3(2008)28.5(2004)
GDP 대비 가족예산 비율(2005, %)0.273.79
GDP 대비 보육관련 공공지출(2005, %)0.21.0
GDP 대비 1인당 조세부담율 (2007, %)21.027.4
GDP 대비 1인당 국민부담율
(조세+사회보장기여금, 2007, %)
28.743.6
여성취업율(25~49세, %)63.8(2006)75.1(2007)
어머니취업율(%)자료 없음72.8(2007)
출산+육아 휴가일수52주156주
유급휴가 일수무급휴가일수9.7주42.3주31.1주124.9주
출산휴가(어머니)최대 13주(90일)첫째 및 둘째에게 최대 16주
출산휴가(아버지)3일2주(3일은 유급)
출산수당없음임신7개월째 출산격려금 855유로 지급. 미성년자녀에 매달 177유로 지급
임신·출산진료비30만원(4월부터 고운맘카드 확대지원)임신 3개월 이후부터 전액무료
육아휴가만 3세까지 부모에게 각각 1년씩 월 50만원 급여첫째는 6개월, 둘째는 최고 3년
0~2세 보육서비스 이용률(2006, %)37.742.9
0~2세에 대한 정부 지원- 소득하위 70%이하 가구의 둘째 이상에 대해 보육료 전액 지원
- 자녀 1명당 연말정산 150만원 기본 공제
비용의 50%
3~5세에 대한 정부 지원전액 지원
3~5세 유아교육서비스 이용률(2005, %)79.8100.2
국공립 어린이집(%)5.5국공립·민간 등 다양한 형태의 어린이집을 정부가 지원·관리
국공립 유치원(%)23.4100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프랑스편> 특별취재팀: 오연호 대표(단장), 김용익 서울대 의대교수(편집 자문위원), 손병관 남소연 앤드류 그루엔 (이상 상근기자) 전진한 안소민 김영숙 진민정(이상 시민기자)


태그:#저출산, #유러피언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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