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하이패스 이용률, 어디까지 진실일까? 경남의 한 영업소에선 희안한 일이 벌어졌다.
 하이패스 이용률, 어디까지 진실일까? 경남의 한 영업소에선 희안한 일이 벌어졌다.
ⓒ 하병주

관련사진보기


경남 사천의 한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하이패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조직적인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퇴직한 요금수납원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영업소 운영을 맡고 있는 외주업체 사장은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도로공사 측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하이패스 이용률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높였다는 내용을 제보한 A씨는 지난 3월 1일자로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통행료 받는 일을 그만 뒀다. 직장은 그만 뒀지만 지난해 있었던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알려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자신이 몸담았던 영업소에서 하이패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편법이 동원됐다고 한다.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통행카드 출구가 고장난 것처럼 막아 놓고, 모든 차량을 하이패스 출구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통행료는 현금으로 받지만 하이패스 이용차량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영업소 직원들이 하이패스 진입로로 들어가 회차한 뒤 반대편 차선 갓길로 역주행하는 위험까지 무릅쓰며 하이패스 이용률 끌어올리기에 동원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업소 직원들이 하이패스 진입로로 들어가 회차한 뒤 반대편 차선 갓길로 역주행하는 위험까지 무릅쓰며 하이패스 이용률 끌어올리기에 동원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 하병주

관련사진보기


둘째는 직원들이 하이패스 단말기가 부착된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하루에 1~3회씩 직접 하이패스 진출입로를 통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상당히 위험하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직원차량이 하이패스 입구로 들어선 뒤 곧장 회차로를 이용해 일반도로로 빠진다. 그리고는 다시 요금소 입구로 돌아와 반대편 차선의 갓길로 역주행해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다시 180도 방향을 돌려 하이패스 출구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하이패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도로교통법 위반은 물론 아찔한 곡예운전까지 한 것이다.

이럴 경우 통행료는 0원으로 기록되지만 하이패스 이용차량으로 등록된다는 게 요금소 관계자 설명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 때문이었는지 지난해 12월, 이 영업소의 하이패스 이용률은 2009년 한 해 평균인 27%를 훌쩍 뛰어넘어 37.8%를 기록했다.

A씨의 이런 제보를 해당 요금소 운영 업체 B사장에게 확인한 결과 모든 내용을 사실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업체의 이득을 노리고 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하이패스 이용률을 높이라는 압박에 따라 실적 쌓기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요금수납원 일을 그만뒀지만 영업소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언론에 알려왔다.
 A씨는 요금수납원 일을 그만뒀지만 영업소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언론에 알려왔다.
ⓒ 하병주

관련사진보기


도로공사로부터 하이패스 이용률과 관련한 협조공문을 받았고, 이에 따라 하이패스 정책 홍보와 더불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의 역점 시책이 외주업체가 운영하는 영업소에겐 압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나아가 이 같은 일이 공공연한 비밀로서 "다른 영업소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해, 이러한 편법이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졌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퇴사한 직원 A씨의 주장과 외주업체 B사장의 시인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 측은 손을 크게 내젓는다. 한 마디로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도로공사 경남지역본부에서 확인해준 사실은 △하이패스 이용률을 높이라는 취지의 공문(압박)을 보낸 사실이 없으며, △하이패스 이용률 향상과 관련한 이러한 편법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 △나아가 해당 영업소의 영업소장(도로공사직원)도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경남본부의 이영훈 고객팀장은 "문제의 영업소는 1일 통행량이 아주 적어 이용률에 별 영향을 안 주는데, 왜 무리한 방법을 썼겠느냐"며 "상식 밖의 일"로 평가했다.

한국도로공사는 하이패스 이용률 목표 달성으로 '고객감사 대축제' 행사까지 열었다.
 한국도로공사는 하이패스 이용률 목표 달성으로 '고객감사 대축제' 행사까지 열었다.
ⓒ 하병주

관련사진보기


경남본부의 이런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도로공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위치에 있는 외주업체 사장이 없는 얘기를 지어낼 상황으로 보이지 않고, 최초 제보자 A씨는 문제의 영업소 소장이 관련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둘 중 하나는 거짓인 셈인데,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한국도로공사의 하이패스 이용률 향상 정책은 현 류철호 사장이 취임한 이후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 중 하나다. MB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맞물려, 정부정책에 발맞추는 공기업의 이미지를 심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도로공사는 하이패스 장치의 전국 보급 2주년을 맞은 지난해 12월 20일, 전국 평균 43%의 이용률을 보였다면서 대규모 축하 행사를 갖기도 했다. 또 류철호 사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올 연말까지 하이패스 이용률 55%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원활한 교통과 이산화탄소 저감이라는 명분 속에 진행되는 하이패스 보급정책을 탓할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명분이 압력으로 작용해 일선 현장에서 거품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참고로 하이패스 이용률 증가는 통행요금 수납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난해만 해도 수 백 명 이상이 직장을 잃었다. 하이패스 이용률에 거품이 있으면 그만큼 수납원 일자리도 줄어드는 셈이다.

통계는 정책의 밑바탕이다. 통계가 정확해야 예측에 가까운 미래사회가 열린다.

통계가 거품이면 우리 미래도 거품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통계가 거품이면 우리 미래도 거품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 하병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하이패스, #뉴스사천, #도로공사, #사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작은 언론, 작은 이야기... 큰 생각, 큰 여운...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