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산 기장군 농업기술센터는 최근 부산에 '반려동물 번식센터'를 설립해 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업기술센터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번식센터는 고품질의 반려동물을 번식시켜 지역 농가에 보급, 이를 선진국형 농가소득 창출로 연결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다"고 한다. 또 "번식센터 건립은 반려동물 사육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만들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이며 우선 요크셔테리어, 몰티즈, 포메라니안 등 소형 고급 애완견 번식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쿠키뉴스>3월2일자 기사). 즉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국가정책과 맞물려 기장군은 센터를 건립해 그 안에서 개번식 사업을 하고 이를 보급해 농가소득을 올리게 하겠다는 취지다. 

근시안적 성과주의, 거꾸로 가는 정부정책

이 계획은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비전 2020에서 이미 언급된 바 있다. 이는 고령농 영세농 등 서민계층의 소득을 안정화시키고 농식품 분야를 산업화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정부가 농업인들에게 권장하는 산업 중 하나에 애견업을 비롯한 동물을 이용한 산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놀랍다. 정부는 곤충산업을 2020년까지 7천억원 규모의 산업으로 육성하고 애견, 관상동식물 산업은 품종개량, 생산시설 현대화 등을 통해 8조원 규모의 산업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라이브뉴스 2010년 2월 26일자> 기사).

동식물의 품종개량을 통한 산업화 추진 계획은 2009년 10월 26일 발표한 2020 종자산업 육성대책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 대책에 따르면 693억불 내외로 추정되는 세계종자산업에서 몬산토를 비롯한 세계 10대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의 67%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식량 안보 및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전자원에 대한 주권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니 우리도 종자 산업을 육성하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종자를 비롯한 농업의 자급률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이를 타개해 나가려는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우리 종자를 개발하고 이를 다시 수출해 2020년에 30억불을 수출하는 세계 10위권 농식품 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니... 포부는 우렁찬데 다국적기업의 시장 확대에 대한 근본적 문제의식은 부재한 채 진행되는 계획이 과연 궁극적으로 영세농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농식품 수출기업을 10개, 1천만불 이상 수출하는 조직 50개를 선정한다니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과시하겠다는 정부의 얄팍한 정책으로 산업과 자본의 논리 경쟁에 발빠른 일부만이 살아남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무엇보다 종자개량의 품목(?)에 개가 들어가 있다. 과연 우수한 품종의 개가 없는 것이 우리 사회에 큰 문제를 불러 일으켰는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우리 개를 육성한다는 명목의 진돗개선진화사업으로 농민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 진돗개들의 일부가 개식용산업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진돗개의 복지는 물론이고 농민들의 살림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 진돗개사업을 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그간 많은 돈을 썼고 2010년에는 또다시 진돗개질병관리센터를 짓는 데 2억 7천의 설계비와 147억 6천만원의 총사업비를 예산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이번 번식견센터는 우리 종자를 개량한다는 사업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그 번식견이 요크셔테리어 등 모두 외국 순종견들이다. 최소한의 명분과 논리조차 진돗개사업에도 못 미칠 정도로 옹색하다. 이는 종자개량 농민산업육성이라는 명분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개들을 번식해 먹고 사는 사람들, 애견산업의 번창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동물자유연대는 번식센터사업에 대해 알아보던 중 이 센터를 짓는 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며 정부의 고위관료까지 다녀간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번식센터는 기장군의 농업기술센터에서 1억, 농촌진흥청의 1억, 총 2억의 예산이 투입되어 현재 공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다. 농촌에서 번식업에 뛰어드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도산할 것이다. 결국 이익은 일부 사람들이 보고 이 산업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이 산업의 후유증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모두 국민이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다. 애견산업의 확장은 동물복지향상과는 정 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부담은 어마어마하다.

진도개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은 많은 농민들에게 번식산업에 뛰어들게 만들었지만 대부분은 부자가 될 수 없었으며 많은 개들이 도태되었다.안전장치 없는 자본과 산업논리는 영세한 농민들을 더욱 궁지로 몰뿐이다.
 진도개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은 많은 농민들에게 번식산업에 뛰어들게 만들었지만 대부분은 부자가 될 수 없었으며 많은 개들이 도태되었다.안전장치 없는 자본과 산업논리는 영세한 농민들을 더욱 궁지로 몰뿐이다.
ⓒ 동물자유연대

관련사진보기


무분별한 번식, 잉여동물과 유기동물의 증가 낳아

번식판매업의 확산이 유기동물의 양산을 낳고 이는 동물의 복지상태 향상과는 정 반대의 결과를 만든다는 것은 애견산업의 확산이 이루어지는 시점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2002년 1만 5958마리였던 유기동물은 2006년 6만 8898마리로 증가했고 이 중 50% 이상은 안락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2007년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자료). 2008년의 경우 유기동물 처리수는 개 5만 1188마리를 포함 전체 7만 7877마리(농림수산식품부 자료)에 이르며, 처리비용만도 81억 4900만원이 지출되었다. 이 모두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반려동물사육 가구의 증가가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자료(2004년)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육가구는 2001년 8.8%에서 2004년 16.6%로 증가했다. 애견관련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20% 정도의 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려동물 사육가구수, 그러나 함께 증가하는 유기동물수. 유기된 동물은 버려지기 전 방치되거나 학대당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길거리를 배회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먹거나 굶주림 등으로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로드킬'로 희생되기도 한다. 주민들의 신고로 보호소로 가게 되면 열흘간의 공고기간을 통해 입양처를 찾게 되고 이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된다. 이 과정은 동물의 복지 조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이는 결코 국내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세계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개들이 전 세계에 분포해 있으며 이 중 75%를 유기견으로 보고 있다. 반려동물 사육가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유기동물의 발생과 이에 따른 문제점 역시 증가한다.

미국동물단체 HSUS(Humane Society of the United States)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600만~800만의 유기동물이 보호소로 보내지며 이 중 300만~400만 마리가 안락사되고 있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각국의 동물보호단체는 애견숍에서 동물을 살 것이 아니라 보호소를 통한 입양을 홍보하고 있으며 중성화수술을 통해 과잉번식을 막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시민에게 올바른 반려동물문화를 홍보하고 권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분별한 번식과 판매를 막는 법개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모란시장에서 발견한 코카스파니엘. 활발한 성격으로 어릴때는 사랑받다 공동주택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아 많이 버려진 대표적인 견종. 아이러니컬하게 애견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개식용산업현장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모란시장에서 발견한 코카스파니엘. 활발한 성격으로 어릴때는 사랑받다 공동주택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아 많이 버려진 대표적인 견종. 아이러니컬하게 애견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개식용산업현장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 동물자유연대

관련사진보기


동물복지를 위해 동물산업은 규제대상이다

독일의 동물보호법 제8장에는 동물을 매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데 이 중 동물보호를 위해 허가받아야 할 내용에 '종류, 종속 또는 수에 따른 동물의 제한'뿐 아니라 '동물 번식의 저지' 또한 포함되어 있다. 영국에서는 번식과 판매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당국으로부터 사전조사를 받고 면허를 취득해야 하며 그 조건에는 판매업장의 시설규모뿐 아니라 무분별한 번식에 대한 제한조건 역시 포함되어 있다.

동물산업의 육성은 동물복지와는 별개의 문제이며 동물의 복지를 위해서 오히려 애견산업은 규제의 대상이다. 이런 동물복지의 이념은 미국의 동물복지법 1조에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조항의 문구에 따르면 미국의회는 동물의 운송, 구매, 판매, 수용, 복지, 취급, 보호 등을 '규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HSUS는 최근 'STOP PUPPY MILLS(강아지 공장, 이른바 대규모로 강아지를 번식해 파는 농장)'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강아지 공장에서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던 수천 마리의 개들을 구조해낸 HSUS는 이들 대부분이 AKC(AMERICAN KENNEL CLUB, 아메리칸 컨넬 클럽) 톱 10에 속하는 견종들(래브라도 레트리버, 셰퍼드, 요크셔테리어, 골든 레트리버, 비글, 복서, 불독, 닥스훈트, 푸들, 시츄)임을 밝힌 바 있다. 인간의 순혈에 대한 집착과 고급견종에 대한 욕심은 수천 년간 수많은 종의 개들을 양산해 냈다. 그 과정은 이른바 못생기고 잡종화된 개들을 무자비하게 도태시킨 역사와 일치한다.

열악한 환경의 번식장. 번식장에서 개들은 체력의 한계점에 도달할때까지 평생 새끼만 낳게 된다. 이들 중 일부가 개식용산업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열악한 환경의 번식장. 번식장에서 개들은 체력의 한계점에 도달할때까지 평생 새끼만 낳게 된다. 이들 중 일부가 개식용산업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 동물자유연대

관련사진보기


이런 추세는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도 반영됐다. 아직 제한적이긴 하나 "동물을 판매의 목적으로 생산 또는 수입하거나 이를 판매하는 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시장 군수에게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제15조). 정부는 이미 만들어진 법을 지키는 데 노력해야 하는데도 법의 취지조차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 관계자는 3월 8일 동물자유연대와의 통화를 통해 이미 이 정책을 수행하는 데 전문가와의 협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일부 산업만을 육성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쓰면서 애견산업을 규제하고 복지적 조건을 위한 법을 강화하고 있는 선진국의 정책추진방향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태그:#동물복지, #애견산업규제, #동물보호법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7,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동물을 위한 행동 Action for Animals(http://www.actionforanimals.or.kr)을 설립하였습니다. 동물을 위한 행동은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감금된 동물(captive animals)의 복지를 위한 국내 최초의 전문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