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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 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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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가진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대부분 '자식의 건강과 교육'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성공을 향한 중요한 밑거름이라 생각하는 것이 교육이며, 아무것도 없는 중에도 희망의 끈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배움일 것이다.

진정한 배움을 삶에서, 자연에서 실천하며 살아가는 벨기에의 시몬(Simon)과 누라(Nura) 가족을 소개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먼저 살펴보자.

시몬과 누라
 시몬과 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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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 부모의 교육열에 바쁘고 지친 어린이들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좀 과장하자면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한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의 교육열에 대해 깊은 감명을 시사한 적이 있다. 또 얼마 전인 지난달 22일(현지시각)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주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또다시 한국의 교육열을 거론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우리나라 부모들의 뜨거운 열정 뒤에 일그러진 한 면을 들여다보게 된다면…. 글쎄, 과연 우리의 교육을 향한 열정에 박수를 보낼지 의문이다.

배움, 교육이라는 단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누구에게나 부여되어야 하는 권리가 되어야 한다. 갖지 않은 자라고 해서 덜 좋은 것을 배우고 더 가진 자라 해서 더 좋은 교육을 받는다는 논리는 후진국형 사고방식이다. 해마다 치솟는 대학 등록금과 더불어 어린이집까지 이제는 생활경제를 위협하는 첫 소비원 중 하나가 되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네 살짜리 아들을 둔 양아무개씨는 구에서 벌이는 아기스포츠단에 아들을 입단시키기 위해 창구 앞에서 밤새 줄을 섰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도 수강비는 석 달에 걸쳐 100만 원이라는 돈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양씨는 "어린이집 수강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가족과 함께 구워먹는 옥수수가 비싼 레스토랑 음식보다 더 맛있다.
 가족과 함께 구워먹는 옥수수가 비싼 레스토랑 음식보다 더 맛있다.
ⓒ 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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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A동에 있는 모 어린이집은 한 달 수강료가 100만 원을 훨씬 넘는다. 다른 어린이집 수강료에 비해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이곳으로 오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에 이른다. "어릴 적부터 고급스러운 문화를 몸으로 익히고 좋은 것을 구별할 줄 아는 눈을 아이들에게 갖게 하는 것이 우리 어린이집의 목표입니다"라고 이곳의 원장 이아무개씨는 말했다.

이 어린이집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법과 물컵을 냅킨에 싸서 내는 방법 등 다양한 고급문화 기초라고 한다. 어린이집에 머무는 동안 여자아이들은 커다란 서양식 리본도 머리에 매고 있다고 한다.

어릴적부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아이들.
 어릴적부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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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린이집에 5살짜리 딸을 보내는 강아무개씨는 아이가 자연을 누리며 자유로운 사고방식 속에서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강씨는 "현실은 그런 게 아니다, 친구들을 사귀려면 그런 것보다는 남들이 하는 방식을 고스란히 따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하거나 친구들을 갖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한다.

이어 강씨는 "이런 사회의 속사정을 간파한 일부 어린이집들이 그야말로 장사꾼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어린이들의 약간은 이른 듯한 예절교육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예절이라는 것은 억지로 익히기보다는 이슬비가 옷에 서서히 스며 윤기를 뿜어내듯 몸에 배어나는 것이 아닐까. 집안에서 어른들이 행하는 생활 패턴이 멋있으면 그것을 보며 자라는 어린이들의 사회에서의 예절이나 에티켓은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될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두 가지 보육 사례가 우리나라 보육 현실의 일반적인 예는 아니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가능하다면, 능력이 된다면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해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비난할 생각이나 의도는 없다.

[벨기에 교육] 자연은 스스로 배우고 터득하는 법을 가르친다

카약과 카누를 타고 즐기는 가족여행.
 카약과 카누를 타고 즐기는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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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럽, 그중에 벨기에에 사는 시몬(Simon)과 누라(Nura) 가족의 삶을 보자. 이 가족, 부모와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 모습을 통해 우리와 어떻게 다른 생각을 갖고 생활 속에서 아이들 교육을 해가는지 차이를 찾아보고 고민해보자.

교육의 평등화를 선언한 유럽의 몇몇 나라들을 보면 어린이 교육은 대부분 집에서 이루어지거나 국립 시설에서 매우 저렴한 가격, 우리 돈 약 10만 원 이하(결혼한 부부의 경우는 정부에서 양육보조금이 지원되어 무료이다)로 행해진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피아노, 태권도, 발레 학원에서 보내는 우리나라 어린이들과는 달리 시몬과 누라는 가족들과 캠핑을 떠나거나 숲 속으로, 산으로 모험을 떠난다. 여행에서 그들은 대자연의 위대함,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친목을 도모하고 협동하는 법을 배운다.

스스로 자연에서 놀이를 배우는 아이들.
 스스로 자연에서 놀이를 배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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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자연에서 놀이를 배우는 아이들.
 스스로 자연에서 놀이를 배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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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도 안 된 꼬마 여자아이 누라는 풍뎅이며 장수하늘소 같은 벌레들의 이름을 외우고 손으로 쓰다듬기까지 한다. 어릴 적부터 산과 강, 바다에서 스포츠를 즐기기 때문에 정신과 몸은 무척이나 건강하고 아름다워진다. 가족이 아닌 타인에 대해 낯을 가리고 벌레를 무서워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어린이들과는 달리 그들은 순박하고 호기심 어린 얼굴 위에 미소를 내어준다.

생물학 교수인 아버지 쿤라드(Koenraad)와 어머니 트뤼스(Truus)는 "(아이들이) 일찌감치 여행과 모험의 묘미를 터득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훌륭하게 즐기는 방법과 자신을 돌보는 자립심도 갖추게 된다"고 말한다.

엄마와 함께 즐기는 물놀이.
 엄마와 함께 즐기는 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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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혹은 한 달의 한 번이라도 여행을 떠나며 그들이 소비하는 비용(4인 가족 기준)은 약 80유로에서 100유로(한화 12만~16만 원 사이)로 우리나라의 각 가정이 어린이의 교육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에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저렴하다. 오히려 가족끼리의 고깃집 외식 비용보다도 어쩌면 더 저렴할지 모른다.

경상남·북도를 합한 면적의 벨기에 국민들은 그 작은 나라 안에서도 자신들의 휴식의 장소를 찾아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값비싼 옷과 학원비 대신 그들은 얕은 시냇물에서 즐길 수 있는 카약이나 카누를 구입한다. 좋은 콘도나 호텔 대신 튼튼한 텐트와 침낭을, 여행지의 비싸고 번잡한 식당 대신 정성 들여 만든 도시락이나 자연에서 할 수 있는 간편한 요리를 선택한다.

그리고 야영을 마치고 떠날 때의 깔끔한 뒷마무리는 어린아이들의 좋은 교육 소재다. 여행은 자신과의 만남이라고 했던가? 어릴 적부터 자신과 만난 어린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욱 빨리 터득할 것이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자 미래

자연에서 만나는 동물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시몬.
 자연에서 만나는 동물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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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고 확실한 가르침은 무엇일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의 거울이 되어간다. 어린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는 가족이다. 쿤라드는 아들 시몬과 3년 전부터 강에서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시몬에게 '가장 멋진 추억이 무엇이냐'고 묻자 "아버지와 강에서 함께 헤엄친 것"이라 말했다.

시몬의 대답에서 볼 때, 어린이들이 가족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아름다운 거울로 자라날 수 있도록 개인과 더불어 사회가, 그리고 정부가 실질적이고 훌륭한 세계화의 교육 방안을 진정으로 고민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스노쿨.
 스노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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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계화란 영어 교육이 아니다. 외국에서 비싼 차와 좋은 옷에 휘감겨 끝없이 돈을 써대는 유학생의 철없는 모습도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가장 작은 단위의 가족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진정한 세계화에서 유리한 사람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의사 표현을 주눅이 들지 않고 또렷하게 펼치는 것, 자신이 소중한 만큼 남의 소중함도 함께 인정하는 것, 늘 웃는 인상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며 누릴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자일 것이다.

이런 여유와 자신 안에서의 기쁨을 터득하는 것을 배운 자가 다음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다음 세상이 지금 우리 어린이들이 누릴 세상이다. 얄미운 깍쟁이 같다는 생각보다 이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자라날 것인지 무척 기대가 된다는 느낌을 주는 어린아이들을 더욱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지은경 기자는 지난 2000~2005년 프랑스 파리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2003년 프랑스 아르데코 멀티미디어과를 졸업했습니다. 지난 2005~2007년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홍보팀장으로 활동하며 전시 기획을 했습니다. 최근 경상남도 외도 전시 기획을 마치고 유럽을 여행 중입니다. 미술, 건축, 여행 등 유럽 문화와 관련된 기사를 쓸 계획입니다.



태그:#교육, #유럽의 교육, #벨기에, #시몬과 누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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