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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동양어대학 이날꼬(INALCO) 한국어과에서 한국어를 강의하는 김희연씨.
 프랑스 동양어대학 이날꼬(INALCO) 한국어과에서 한국어를 강의하는 김희연씨.
ⓒ 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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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는 외국인들이 얼마나 될까? 매우 급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를 살아나가며 나라 밖의 일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우리나라를 향한 세계인의 시선에 무지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만 먹고 준비하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 드넓은 세계 대신 지구촌이라는 단어로 규모는 훨씬 작아졌다. 세계를 알고 자신을 알 때 더 높고 큰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이제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진정한 '메이저리그'로 뻗어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한국 유학생 신분으로 파리에 와 현재는 한국어과 교수와 통·번역가로 활동하며 프랑스와 한국의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한 인물을 소개한다. 그를 시작으로 각계각층에서 한국을 위해, 혹은 한국을 향해 열심히 뛰는 사람들을 차례로 소개하며 그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를 다른 각도로 투시해 보도록 하겠다.

국립동양어대학교(INALCO)에서는 매주 늘씬한 미녀 김희연씨가 뜬다.
 국립동양어대학교(INALCO)에서는 매주 늘씬한 미녀 김희연씨가 뜬다.
ⓒ 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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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동양어대학교(INALCO)에서는 매주 늘씬한 미녀가 뜬다. 남학생들 사이에서 미인 교수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그녀는 다름 아닌 한국인이다. 그녀의 이름은 김희연.

희연씨는 청주 외국어 고등학교 불어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졸업 후 프랑스 국립 통번역 대학원인 ESIT에 진학하기 위해 프랑스로 왔다.

졸업 후 한국인 회사에서 일하다가 2003년 자립하여 한국어-프랑스어 통·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는 프랑스 국립동양어대학교(INALCO)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어를 가르침과 동시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희연씨는 다양한 방법의 수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 중 한국 영화를 보며 토의를 하는 방식은 문화와 언어를 알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희연씨는 "좋은 한국 문학 작품을 외국어로 훌륭하게 번역하는 기회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면서 "어떻게든 문화만큼 큰 위력을 가진 홍보대사는 없는 듯하다"고 강조했다.

2005년 처음 강의를 시작할 시점만 하더라도 다른 공부를 하다 전향하거나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등학교를 졸업 후 바로 한국어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젊은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한국 문화, 특히 영화나 드라마 등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음은 김희연씨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

"한국 문화 알려지며 근 몇 년간 관심도 급증"

프랑스 국립동양어대학교(INALCO)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는 김희연씨.
 프랑스 국립동양어대학교(INALCO)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는 김희연씨.
ⓒ 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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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현재 추세는 어떠합니까?
"강의 초창기만 하더라도 경영,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남학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여학생 수가 늘면서 현재 3학년은 남녀 비율이 비슷하고 1학년과 2학년은 여학생의 수가 월등히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문과대학 외국어 학과에 여학생들이 대부분인 것을 고려해 볼 때 한국어과에 여학생 수가 많아진다는 사실은 그만큼 한국어가 다른 인기 있는 외국어와 대등한 하나의 외국어로 간주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1학년 학생의 수는 90명입니다. 학년이 올라가며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3학년들은 자매결연을 맺은 한국의 7개 대학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 수가 적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3학년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어를 수월하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국 문화가 세계에 더 많이 알려지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근 몇 년간 급속히 증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어하거나 한국과 아시아 문화의 전문 인력으로 인정받아 프랑스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 한국어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어떤 것들을 수업에서 시도합니까?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교실에서도 프랑스 학생들만 있기 때문에 학생들끼리 불어로 대화할 수 있고 교실 문을 나가면 좀 전에 배운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수업 진도에 많은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우선 한국어 수업은 1학년부터 무조건 한국어로만 진행합니다. 학생들끼리도 수업 중 한국어로만 이야기할 것을 강요합니다.

또한 언어 수업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들간의 의사 소통이 끊이지 않는 생기 있고 활기찬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흥미를 끌만 한 갖가지 활동을 제시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냅니다. 언어란 한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문법 사항만을 외우고 익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여러 생활상이나 문화적인 면들을 언어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한국 영화, 만화, 인터넷 등의 도구들을 통해 수업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관용성이 부족하다"

김희연씨.
 김희연씨.
ⓒ 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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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인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인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까?
"아직도 한국을 잘 모르는 프랑스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삼성이나 엘지 휴대폰이 주머니에 있지만 한국에 대해 말해보라 하면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할 사람이 아직 태반일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결국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한국 음식, 한국인들의 친근한 성향 등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국에 갔던 프랑스인들의 경우 한국인들은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관용성이 부족하다는 점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타지에서 조국인 한국을 바라볼 때 자랑스러운 점과 안타까운 점은 어떤 것들입니까?
"스포츠, 정치, 학술,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인이 국제적으로 멋진 업적을 남겼을 때인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정치 쪽으로 할 말이 많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는 관계로 생략하고, 우선 외교나 정치 문제, 혹은 무지함으로 인해 한국의 많은 장점들을 세계에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번역가로서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의 많은 훌륭한 소설들이 프랑스에서는 미비하게 소개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서점의 동양 문학 코너만 보더라도 일본문학과 중국문학 서적들은 방대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한국 소설은 샅샅이 뒤져야 몇 권 나올까 말까입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소개하는 여행서적 같은 것들도 아시아의 나라 중 그 양이 가장 적은 편입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이 아닌 한국이라는 독립적인 객체로 이야기하는 프랑스인들이 더욱 많아지도록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시도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 통역 일을 하면서 만나는 한국인들에게서 느끼는 한국인의 여행 에티켓은 어떻다고 생각합니까?
"민망스러웠던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통역사 활동 초기에 한국서 오신 분이 다른 프랑스인과 대화 도중 갑자기 거리에 침을 뱉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여행이나 출장으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분들이 점점 많아져 일하는 중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분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짧은 시간으로 출장을 다니시다 보니 여행하는 나라에 대해 깊이 알 시간이 부족해 자신들이 보고 간 것이 그 나라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만큼 큰 위력을 가진 홍보대사는 없다"

김희연씨는 문화만큼 그 나라를 알리는 훌륭한 홍보대사가 없다면서 "좋은 한국 문학 작품을 외국어로 훌륭하게 번역하는 기회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씨는 문화만큼 그 나라를 알리는 훌륭한 홍보대사가 없다면서 "좋은 한국 문학 작품을 외국어로 훌륭하게 번역하는 기회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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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입니까?
"통역과 번역 일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라 가끔 힘에 겨운 적이 있지만 각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인사들을 만나는 것이 이 직업의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국제 영화제나 영화 시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감독들과 배우들,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한 문화 행사에 참여하면서 만나게 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가와 만화가, 요리사, 무형문화재 보유자, 학자, 기업체 중역들 중 흥미롭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그들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세상을 향한 시야도 넓히게 됩니다. 아동도서나 만화, 영화자막 등으로 연결되던 번역 일도 최근에는 소설 번역으로 이어져 새삼 한국 문학을 프랑스 시장에 더욱 알리고 싶고 더욱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통·번역 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절대 소홀히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 프랑스 동양어대학 이날꼬(INALCO) 한국어과에서 한국어를 강의하는 일입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교실 문만 열고 들어서면 새삼 힘이 나고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면서 '아,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일 년에 한 번씩 오픈 도어 행사를 합니다. 그때 멀리 지방에서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한국어과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아침부터 파리로 올라와 이것저것 정보를 얻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보면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먼 곳에서 결석 한번 않고 기차로 통학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며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한국어 실력이 느는 프랑스 학생들을 보면 너무나 뿌듯하고 가슴 가득 보람을 느낍니다."

- 한국을 알리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는 입장에서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한국은 여러 강대국에 의해 큰 피해를 봅니다. 독도 문제나 역사 왜곡 문제 등등, 그런 것들을 우리끼리만 나누며 흥분할 것이 아니라 보다 부드럽고 세련된 방법으로 공략하는 것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역사적인 측면과 그 외 여러 고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치밀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좋은 한국 문학 작품을 외국어로 훌륭하게 번역하는 기회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문화만큼 큰 위력을 가진 홍보대사는 없는 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지은경 기자는 지난 2000~2005년 프랑스 파리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최근 경상남도 외도 전시 기획을 마치고 유럽을 여행 중입니다. 현재 스페인에 머물고 있으며, 미술, 건축, 여행 등 유럽 문화와 관련된 기사를 쓸 계획입니다.



태그:#김희연, #프랑스, #한국어, #이날꼬,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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