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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얼굴 생김도 그렇지만 옷을 입으면 맵시가 나지 않습니다. 옷을 잘 입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디 한 곳은 삐뚤어지거나, 국물이 묻어 있습니다. 오늘도 예배를 드린 후 아내가 다가오더니 넥타이가 삐둘어졌다면서 언제쯤 옷매무새가 좋은 모습을 볼지 타박을 했습니다. 그리고 넥타이를 바로 매어주었습니다. 옷매무새를 정리한 준 아내가 고마워 볼에 살짝 뽀뽀를 해주었는데 그것을 본 아이들이 웃으면서 다시 뽀뽀를 하라는 것입니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 보는 앞에서 자주 뽀뽀를 합니다. 이런 모습은 아이들 눈에도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막둥이가 엄마와 아빠가 뽀뽀하는 모습을 보더니 뽀뽀는 볼에 하는 것이 아니라 입술에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막둥이 말을 들은 아내가 볼에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뽀뽀를 하나는 말에 아내가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뽀뽀를 하나는 말에 아내가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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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한테 뽀뽀를 하려면 입술에 해야지 왜 자꾸만 볼에 해요?"
"김 막둥이 볼에도 뽀뽀할 수 있어."
"아니에요. 볼이 아니라 입술에 해야 해요."

"아무리 그래도 아빠와 엄마가 입술에 뽀뽀하는 것은 미성년자 관람불가야."
"미성년자 관람불가가 무엇인데요."
"막둥이 몇 살이야?"
"열 살."
"열 살은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말이야. 어른들이 입술에 뽀뽀하는 것은 어른이 되어야 볼 수 있다는 것이야."
"그런 것이 어디 있어요. 빨리 뽀뽀하세요."


막둥이가 엄마와 아빠에게 입술에 뽀뽀를 하라고 하자 큰 아이와 둘째 아이도 빨리 엄마와 아빠가 입술에 뽀뽀를 하라고 했습니다. 아내와 결국 입술에 뽀뽀를 했습니다. 뽀뽀를 하고 아내는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뽀뽀는 볼에 하는 것이 아니라 입술에 하는 것이라는 막둥이 말에 아내가 웃고 있습니다.
 뽀뽀는 볼에 하는 것이 아니라 입술에 하는 것이라는 막둥이 말에 아내가 웃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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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자기가 엄마하고 뽀뽀를 해야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엄마와 뽀뽀를 하겠다는 막둥이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엄마! 이제 나하고 뽀뽀해요."
"뭐라고! 막둥이 네가 엄마하고 뽀뽀를 한다고. 그것은 안 되지. 엄마는 아빠와 결혼한 사람이지 네가 엄마하고 결혼했어?"
"아빠는 나하고 뽀뽀 한 번도 안했어요? 엄마하고 뽀뽀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지금 안 된다고 하세요."

"그래 엄마하고 뽀뽀 많이 해라."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니까 뽀뽀를 하듯이 나도 엄마를 사랑하니까 뽀뽀를 하는 거예요."
"그래 뽀뽀 하라고 했잖아."
"아빠 뽀뽀는 이렇게 하는 것이니 잘 보고 엄마에게 이렇게 뽀뽀하세요."
"알았다 알았어!"

시범을 보이라는 엄마 말에 막둥이가 시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범을 보이라는 엄마 말에 막둥이가 시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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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가 엄마하고 뽀뽀 하는 모습은 큰 아이는 엄마에게 가더니 자기도 뽀뽀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올해 6학년이 되었는데 엄마에게 뽀뽀를 해달라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막둥이는 성격이 쾌활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만 큰 아이는 날카롭고 예민합니다. 상처도 많습니다. 항상 안아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엄마가 볼에 뽀뽀를 해주니까 얼굴에 웃음이 돌았습니다. 앞으로 큰 아이와 더 많은 사랑을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큰 아이에게도 뽀뽀
 큰 아이에게도 뽀뽀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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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헌이 엄마하고 뽀뽀하니까 좋아?"
"예. 좋아요."

"아빠는 네 등도 밀어주고, 몸도 씻겨주잖아."
"그런데 아빠가 등을 밀어주면 너무 아파요."
"엄마가 때를 덜 밀었다고 만날 타박을 주니 그렇잖아."


둘째 딸 아이는 동생과 오빠가 엄마와 뽀뽀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습니다. 어떤 일에도 빠지지 않고, 새학기가 되면 첫날부터 동무를 사귀는 아이입니다. 아빠에게 조금만 꾸중을 들어도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그러니 동생과 오빠가 엄마와 뽀뽀를 했는데 자기에게도 해주지 않으면 금방 울음입니다. 엄마와 뽀뽀를 하고 살짝 웃는 모습이 정말 좋습니다.

둘째 아이와는 다정한 모습으로
 둘째 아이와는 다정한 모습으로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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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헌이는 마음도 예쁘니까 엄마하고 뽀뽀하는 것도 예쁘다."
"하하하 그래요."
"가만히 보니까 아빠 때문에 오늘 우리 집 모두가 다 뽀뽀를 했네. 앞으로도 아빠가 넥타이를 삐뚤어지게 매면 우리 가족이 다 뽀뽀를 할 수 있겠다."


넥타이를 삐뚤어지게 매었다가 온 가족이 뽀뽀 잔치를 벌였습니다. 온 가족이 한 번씩 안아주고, 뽀뽀해주면 가족 사랑은 더 깊어질 것입니다. 아이들 앞에서 엄마와 아빠가 안아 주고, 뽀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잘 모르겠지만 다투고 싸우는 것보다는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태그:#뽀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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