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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느 아침 나절에 예의바르고 점잖은 손님 한 분이 전화도 없이 증권일을 하고 있는 내 사무실에 찾아왔습니다. 지난 봄부터 5만 달러어치 주식을 사고팔고 하면서 연말에 2만 달러를 벌어들인 손님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투자를 잘 해서 번 돈으로 어려운 우리 누나에게 7천 달러 도와줬고 3천 달러로는 우리 부부가 연말에 라스베가스 가서 잘 놀고 왔습니다. 나머지 만 달러는 우리 세탁소에서 일하는 멕시코 사람 차 사는 데 도와 주었지요." 합니다. "어머나! 그렇게 많은 돈을 거저요?" 하고 놀라며 아까워했더니 "어차피 수고도 안 하고 번 돈인데요 뭐. 서로 나눠 써야지요." 

이런 대답을 들으니 갑자기 부끄러워집니다. "그렇지요. 참 잘하셨네요." 하고 얼른 말을 바꾸었지요. "그래서요. 그동안 돈을 잘 벌도록 도와주셨으니 신 선생님한테 조금 보답을 할까 하고 들렸습니다. 이거 점심값이나 하십시요." 하면서 흰 봉투를 내놓습니다. "아닙니다. 듣기만 해도 좋은데요. 저희는 손님한테서 돈을 따로 못 받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 참, 조그만 성의이고 밥 한 끼 값이니 그냥 받아 주시지요." 손님은 손사래치는 나에게 인사를 하고는 재빨리 사무실을 나갔어요.

세상에! 오래 일을 하다보니 이렇게 재수 좋은 날도 있군. 봉투를 열어 보니 300달러가 들어 있네요. 흠. 점심값치고는 꽤 많은 돈인데...

아 참!  한 손님한테서 일 년에 받을 수 있는 선물이 50달러까지라고 시험칠 때에 공부한 기억이 아물거리는데 그렇다면 이 돈을 어쩐다지? 어차피 수표도 아니고 현금으로 받은 선물인데 성의를 거슬러 가며 손님 무안하게 되돌려 주어야 하나? 아니야, 그러면... 그래도 고민 좀 해 봐야지.

집에 와서 변호사인 둘째 아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씩 웃으며 "글쎄요." 하고, 법대 다니는 막내둥이한테 말했더니 "엄마, 그냥 쓰세요." 그럽니다. 이튿날, 회사 사장님한테 "우리가 한 손님으로부터 선물이나 돈을 얼마까지 받을 수 있나요?" 하고 물었더니 "아마 80달러일걸요? 왜요? 돈 좀 받았으면 그냥 쓰세요. 나는 얼마인지 안 들었네요." 합니다. 그러면 그렇지. 이 돈을 어떻게 되돌려 준단 말인가? 하루 동안 고민하는 척했지만 이제는 고민 끝.

더는 망설임 없이 '선교지에서 온 편지'를 보내준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 앞으로 100달러를 보냈습니다. 이 단체는 한국에서 이미 1987년에 창립됐고 엘에이에는 1993년에 생겼는데요. 정직한 삶, 검소와 절제 생활, 나누어 쓰는 삶, 에너지 절약, 지원절감 및 재활용, 공명선거를 위한 실천사항 같은 내용을 행동 지침으로 삼고 있으며 북녁땅에 젖염소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선교지에서 온 편지' 가운데 젖염소보내기운동 현지 책임자인 최창열 목사님 글 일부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cemkla.org/bbs/zboard.php?id=news&no=146

"2008년부터 한국의 비료지원이 중단되고 인도적인 식량지원이 금지되었습니다.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크게 줄어들어 외부에서 100만톤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500만에 가까운 주민들이 식량난에 허덕인다는 거지요.

매년 음식 쓰레기 비용으로 10조원을 소비하는 나라에서, 북한에 10년간 지원된 액수가 9조원인데 터무니없이 많이 퍼주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지 않나요?

작년 한국의 쌀 재고량은 81만톤입니다. 그것을 보관하는 비용으로 2천4백억이 든다고 합니다. 옥수수도 해외에서 들여와 보내주는 데 40억이 든다고 합니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쌀 재고량 즏가에 따른 가격폭락 문제와 남북화해라는 측면까지 감안해 '대북 쌀지원을 법제화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는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보다는, 힘있고 목소리 큰 자들의 논리에 주눅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북한의 동포를 향하여 열린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주신 유용석 회장님과 기윤실 회원님들께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다음으로 100달러를 '샘의료복지재단'에 보내면서 회사 직원, 켈리한테 알렸더니 "나도 20달러만 함께 보내 주셔요."라고 해서 120달러를 보냈습니다. '샘의료복지재단(http://www.samf.net/)은 1997년에 10년 동안 북녁동포돕기운동을 하던 박세록 원장님이 두만강과 압록강 삼천리를 연결하는 의료봉사길을 개척하면서 캘리포니아 북쪽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는 단체입니다.

생각하면 참으로 고마운 단체들입니다. 아무리 안타까운 마음으로 돕고 싶어도 이런 단체들이 없다면 우리가 100달러를 들고 일손을 놓은 채 그 지역으로 찾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단체를 이끌어 나가는 데에는 사무실도 있어야 하고 후원자를 모으려면 홍보도 해야 하고, 적지않은 돈이 들겠지요. 이 조그만 돈들이 모여서 북녁 동포들을 살리는 일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함께하고 있으니 고맙고 보람된 일입니다. 

나는 성금을 보낼 때에 짬만 있으면 옆에 사람에게 알리려고 애를 씁니다. 어떤 이는 돕고 싶었는데 깜빡 잊을 수도 있을 테고 아니면 갑자기 돕고 싶은 마음이 솟구칠 수도 있으니까요. 요즈음 미국은 소득세를 신고하는 철입니다.  얼마 전에 아는 언니한테 전화를 했어요. 

"언니, 소득세 보고했어요?" 
"지금 보고하려고 회계사 사무실에 와 있어. 그건 왜?" 
"에고, 한 발 늦었군요. 내가 일주일에 이틀 오후 동안 '민족학교'에 가서 저소득층 주민들한테 '무료세금보고'를 돕고 있거든요. 언니 세금보고도 내가 거저 해주면 언니는 아낀 회계비용으로 아이티나 북한에 성금을 보내고 싶지 않을까 해서요." 
"좋은 생각인데 이미 회계사 사무실에 와 있으니 그건 늦었고 북한돕기성금은 내가 조금 보낼게. 어디로 보내지?"
"고맙습니다. 소식지랑 반송봉투랑 언니한테 오늘 보낼게요."

성공입니다. 나는 부리나케 '샘'에서 온 소식지와 '선교지에서 온 편지'를 봉투와 함께 보냈습니다. 이틀 뒤 "언니, 내가 보낸 것 받았어요?" 하고 전화했더니 "받아서 벌써 보냈지. '샘의료복지재단'은 잘 아는 곳이라 한 장을 보냈고 '기윤실'은 처음 듣는 이름이라 반 장만 보냈어."라고 합니다. 아마 100달러와 50달러를 각각 보낸 듯 싶어요.

300달러를 선물로 준 맘씨좋은 우리 손님도 벌써 점찍어 놓았습니다. 지금은 말고, 모금운동할 때 전화를 드리기로요. 자! 나머지 100달러는 어디에 쓸까요? 요즈음 많이 어려워진 교회에 헌금을 해야 할까 봐요. 시냇물이 모여서 강물이 되고 강물이 모여서 바다를 이루듯이 조그마한 힘들이 모여서 남북통일을 이루어내고 더불어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태그:#북녁동포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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