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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마다 조금은 다르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쯤이면 그 주간에 나온 책들을 소개한다. 일주일에 수많은 책들에 쏟아져 나올 것인데 신문사에서 비중있게 책을 소개해준다면 출판사와 작가는 더할 나위없이 고마워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광고가 아니라 신문사에 친절하게 서평까지 하면서 책을 소개해 주었다면 광고보다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신문 하나를 구독하고 있는데 신문에서 서평을 통해 소개한 책을 구입한 일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문 독자들은 신문사가 서평까지 하면서 소개했기 때문에 신뢰할 수밖에 없다.

 

직접 구독하는 신문은 아니지만 오늘자(5일) <국민일보>를 읽다가 15면에 아주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홍보도 못했는데 베스트셀러? 누구냐, 넌'은 제목 기사로 분명히 책을 소개했는데 책 이름과 지은이가 없었다. 읽고 또 읽었지만 역시 없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책 소개 기사를 읽었지만 이름과 지은이를 모르는 기사는 본 일이 없었다.  

 

기사는 "1월 29일 금요일 오후,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5주간(4일 현재) 7만5000부나 팔렸다"며 "출간 이후 줄곧 인터넷 서점과 시내 대형서점에서 종합 판매순위 3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10만부 돌파가 멀지 않다. 소설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판매 속도"라고 썼다.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궁금할 것이다. 10만부 돌파를 앞두고 있다고, 이런 책을 나도 한 번 읽어 보겠노라면서 책 제목과 지은이를 알기 위해 기사를 끝까지 읽어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기사 내용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책이 나온 사실도 모르는데 어떻게 이 책이 7만 5000부나 팔릴 수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기사는 이에 대한 의문을 풀어 준다. 

 

출판사 편집자 김태균씨가 들려준 사연이 다음과 같다. 중앙일간지 5곳에 전면광고를 하기로 했는데 광고일이 되자 신문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광고가 다 차서 지면 여유가 없다" "특정 기업을 비판하는 광고는 내보낼 수 없다" "다 알지 않느냐? 누굴 죽이려고 이러냐?"같은 이유를 대면서 광고를 거부했단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배너광고'로 나가지 못한 것,  지하철 광고 난항 따위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기사는 또 "출생 소식조차 전하지 못하고 묻혀버릴 뻔했던 책을 살려낸 것은 트위터다. 책 광고가 모두 거부됐다는 소식을 몇몇 인터넷 신문이 보도했고, 이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급속하게 퍼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 이용자 사이에서 이 책을 사주자는 운동이 시작됐다"면서 이 책이 광고와 신문에 소개도 되지 않고 7만 5000부나 팔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 중앙일간지 광고도 나가지 못하고, 포털 배너광고도 못하고, 지하철 광고도 못한 책이 많이 나간 이유는 트위터였고, 누리꾼들 힘이었다. 그러면 중앙일간지와 인터넷 배너광고가 나가면 더 많이 팔릴 수 있지 않을까? 독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국민일보>도  "독자를 더 늘리려면 오프라인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 미치겠다"는 김태균 편집자 말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했다.

 

그런데 왜 <국민일보>는 김태균 편집자가 "오프라인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 미치겠다"고 안타까워하는 상황을 전하면서도 끝까지 이 책 이름과 저자, 출판사를 밝히지 않았을까?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미디어오늘> 기사를 통해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미디어오늘>은 이 기사를 쓴 김남중 기자가 "'그렇게 쓰는 것이 이 책의 현실을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며 "'삼성'과 '김용철 변호사'를 쓰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감추는 것이 현실을 반영하는 더 흥미로운 기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김 기자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이런 것을 '역설'이라고 하는 것일까? 이미 다들 알아챘겠지만 구태여 기자는 책 제목과 지은이를 알리고자 한다. 책 제목은 <삼성을 생각한다>이고, 저자는 김용철 변호사, 출판사는 사회평론이다.


태그:#삼성을 생각한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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