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0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지역정치는 '주민 없는 정치'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기득권 정치의 뿌리입니다. 풀뿌리 동네정치부터 바꿔야만 대한민국의 정치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는 공동기획 '바꿔! 동네정치'를 통해 지역정치부터 바꿔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작은 성공 사례 및 변화의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풀뿌리희망연대의 주민 간담회 장면
 풀뿌리희망연대의 주민 간담회 장면
ⓒ 김현

관련사진보기


한나라당의 텃밭, 대구와 구미에서 '좋은 정치'를 위한 씨앗들이 발아할 수 있을까? 두 지역은 그 어느 곳보다 특정 정당의 독점구조가 견고하다. 한나라당의 이름을 등에 업고 출마하지 않는 한, 추풍낙엽의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무모하게도, 이들에게 도전장을 던지려는 사람들이 있다.

생활의 작은 문제들을 풀지 않고서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6.2지방선거를 통해 동네정치를 이야기하려 한다. 대구와 구미에서 말이다. 이들은 6.2지방선거에 직접 참여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과정이기에 쉼 호흡이 길다.

다리품 팔아 만든 '아띠' 도서관

대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동구 반야월(안심동)을 중심으로 작은 도서관 활동을 전개한 이들이다. 아담한 어린이도서관 '아띠'에서 그들을 만났다. 반야월 주민들은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을 가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40분 이상 가야 했다. 동네를 중심으로 반경 20km 이내에 공공도서관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엄마들은 도서관에 대한 욕구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행정이든 정치인이든 아무도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들은 '동구주민회'라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다리품을 팔았다. 작은 도서관에 대한 공부도 하고 기금도 모으고 책도 구입하고 공간도 알아봤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아띠' 도서관이다.

도서관 운동에 애정을 쏟았던 '동구주민회' 회원들은 왜 지방선거에 눈길을 돌리려 하는 걸까? 주민의 힘만으로 작은 도서관이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지면서 정치인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동구구의원과 동구구청장, 급기야 대구시장까지 작은 도서관을 찾았다. 정치인들은 엄마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도서관이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주민들은 적어도 아이들의 교육∙문화 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한 여름 밤의 꿈'에 불과했다. 아무도 구두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주민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동네를 바라보는 시선과 정치인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주민들은 교육, 보육, 문화, 청소년 문제에 실질적인 변화를 원했지만, 정치인들은 현란한 수사로만 답했다. 주민들이 6.2지방선거를 예의주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민의 뜻을 대변하고 동네 현안에 관심 가져 줄 수 있는 좋은 후보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정당에 기대지 않고 무소속으로 말이다.

20%도 안 되는 토박이들이 구미시 정치 좌우

대구동구의회 현역 의원은 모두 16명.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민주당이 독점한 호남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 객관적인 데이터로는 무소속인 주민후보가 한나라당을 이기기 힘든 조건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특정 정당이 단체장과 의회를 독차지하게 되면, 행정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감시, 비판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생활의 중요한 의제들이 힘이 집중된 정당의 논리에 묻힘으로써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단 한 명이라도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지방의원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구미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힘을 모아 '풀뿌리희망연대'라는 기구를 만들어 6.2지방선거를 준비해오고 있다. 22명의 현역의원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한나라당인 구미도 대구동구 상황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 의회를 독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 때만 되면 힘 있는 정당으로 줄서기가 이루어지고, 주민의 이해보다는 정당의 논리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구미도 예외는 아니다.

'풀뿌리희망연대'는 일당 독점구조를 타파하지 않으면 지역의 변화는 요원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주민들은 몰표를 주다시피, 한 정당에게 지지를 보냈으나 민생은 나아진 것이 없다. 정주의식은 약해지고 이주율은 눈에 띄게 높아져, '내가 사는 동네' 혹은 '살고 싶은 동네'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 잠시 머물렀다 언제라도 떠나는 동네로 여긴다. 그러다보니 구미시의회는 오랫동안 지역에서 기득을 유지해온 토호세력들의 독차지다. 실제로 전체 인구의 20%도 안 되는 토박이들이 구미시의 정치를 좌우하고 있다.

젊은층 투표율이 10% 가량만 올라간다면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도 이러한 정치구조에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일당 정치가 공고해지면서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4년 전만 해도 구미시의 평균연령은 29세였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이들은 투표 행위에 소극적이다. 면단위 등의 농촌 지역은 투표율이 85%를 넘지만, 젊은 층이 주로 사는 도시지역의 투표율은 35%에 머무른다. 젊은 층이 투표에 등을 돌리다보니 토호정치가 더욱 뿌리내리게 되고, 다시 젊은이들이 떠나는 악순환의 고리가 지속된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10% 가량 올라간다면,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풀뿌리희망연대'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 중이다.

'풀뿌리희망연대'의 계획은 두 가지다. 공동의 비례대표 후보와 지역구 후보를 발굴하는 것이 그것이다. 비례대표는 진보정당의 이름을 빌려 '풀뿌리희망연대'가 선정한 후보를 출마시킨다는 계획인데,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후보는 한나라당과 대적해야 할 상황이라 쉬운 판단은 아니다. 그러나 구미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후보 발굴을 공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조만간 후보선출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뿌리 깊은 한나라당의 텃밭, 대구와 구미에서 풀뿌리의 힘으로 좋은 정치 씨앗을 발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에 결정된 선거구획정만 하더라도 보수정당에게 이로운 쪽으로 이미 흘러갔다. 대부분 2인 선거구로 확정된 것이다. 새로운 정치 신인의 제도권 정치 진입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을 모를 리 없다. 감내하고 가지 않으면, 지역에서부터 좋은 정치의 싹을 틔울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어렵더라도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연대하고 주민과 더 밀착하고 일상의 정치를 만들어나가려는 이들의 노력이 각별하다. 혹시 아는가, 6.2지방선거에 대구와 구미에서부터 봄바람이 불어올지.

덧붙이는 글 | 김현 기자는 풀뿌리 좋은정치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바꿔 동네정치, #구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