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괴산 괴강에서 잡히는 올갱이로 끓여 낸 올갱이 해장국
▲ 상차림 괴산 괴강에서 잡히는 올갱이로 끓여 낸 올갱이 해장국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충북 괴산하면 생각나는 것이 바로 올갱이국이다. 쌉싸래한 올갱이국 한 그릇이면, 그저 막혔던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괴산 답사를 할 때면 이상하게 전날 과음을 하게 되는 것도, 아마 올갱이국을 먹기 위해 일부러 과음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설이지난 다음날인 2월 15일. 괴산군 문화재 답사를 하는 길에 괴강삼거리를 지나, 칠성면과 연풍면 답사를 시작하면서 도로에 즐비하게 늘어선 올갱이 국밥 집들이 사람의 홰를 동하게 만든다. 침이 넘어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 올갱이 해장국 집으로 들어갔다. 마침 명절 뒷날이라 문을 열었을까 걱정을 했는데, 집안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가 반갑게 맞이한다. 올갱이 해장국을 주문을 해놓고 기다리니, 밑반찬도 정갈하게 나와 이래저래 기분이 좋다.

답사를 자주 다니는 나로서는, 끼니 때마다 식당을 찾아 들어가 밥을 먹는 것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다. 자칫 겉만 보고 들어갔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에 놓이는 몇 가지 안 되는 밑반찬에는, 입맛을 돋우는 냉이도 있다. 이른 철인데도 냉이가 있다니. 혹 실내에서 키운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들에 나가 직접 캔 것이라고 한다. 

들에서 직접 캐다가 사용한다는 냉이무침. 겨울철인데도 향이 짙다.
▲ 냉이 들에서 직접 캐다가 사용한다는 냉이무침. 겨울철인데도 향이 짙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요즈음에도 냉이가 있나요?"
"이 근처 밭둑에 가면 지천으로 깔려 있어요. 저희는 직접 냉이를 캐다가 손질을 해서 사용해요"

냉이를 직접 손질하고 계시는 주인아주머니의 설명이다. 다가가보니 자루 안에 흙도 털지 않은 냉이가 가득하다. 그것을 일일이 손질을 해서 식탁에 올린다는 것이다.

"올갱이는 어디서 잡나요?"
"요 뒤로 흐르는 괴강에서 잡아요."
"한 겨울인데도 강에 들어가시나요?"
"아뇨. 지금 어떻게 들어가요. 가을에 잡아서 냉동을 시켜 놓았다가 사용을 하죠."
"올갱이는 언제가 가장 맛이 있나요?"
"봄, 가을에 잡는 것이 제일 좋아요, 향도 제일 좋고요."

뚝배기 안에는 올갱이들이 푸짐하게 들어있다,
▲ 올갱이 뚝배기 안에는 올갱이들이 푸짐하게 들어있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대화다. 그러나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연신 손놀림을 그치지 않는다. 갓 다듬은 냉이무침이 신선하다. 향도 그만이다. 그러는 사이에 상에 오른 올갱이 해장국. 보기만 해도 침이 절로 넘어간다.

도심에서 사먹는 올갱이 해장국과는 다르다. 숟갈로 한 번 저어보니 통통한 올갱이들이 가득 올라온다. 괴산군 칠성면 둔을마을은 올갱이 마을이다. 이 지역의 올갱이들이 남다른 것일까? 그보다는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 때문이 아닐까? 어느 곳보다 푸짐한 뚝배기 안에 담긴 푸짐한 올갱이들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참 시원하네요."
"올갱이야 괴산이 최고죠. 딴 곳에 가서 저희도 먹어보지만, 우리 괴산 것만 못한 듯해요. 향부터 달라요."

그런 것이야 잘 모르겠지만, 올갱이 해장국 한 그릇에 아침부터 힘이 들던 발걸음이, 많이 가벼워진 듯하다.

"잘 먹고 갑니다."
"그런데 설 연휴에 어디를 그렇게 다니세요?"
"예, 문화재 답사하러 왔어요."
"그래요. 연휴가 지나거든 다니시지. 길도 막힐 텐데."
"이런 날이 더 좋아요."

직접 들에서 캐왔다는 냉이는 다듬는 주인아주머니. 역시 자연산이 최고야!
▲ 나물다듬기 직접 들에서 캐왔다는 냉이는 다듬는 주인아주머니. 역시 자연산이 최고야!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맛있는 올갱이 해장국도 끓여주고, 거기다가 걱정까지 해 주는 푸짐한 인심. 이런 후한 인심이 있어 답사 길이 즐겁다. 그 시원한 올갱이 해장국을 먹으러 가려면, 오늘도 또 과음을 해야 하나?


태그:#올갱이, #해장국, #둔을마을, #괴산, #괴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